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화장실 변기의 오른쪽 벽에는 변기에 앉았을 때 눈높이 정도의 선반이 있다. 이 선반에는 몇 권의 책이 꽂혀져 있다. 좋은 생각과 같은 에세이집, 아내가 읽는 소설, 육아정보를 담고 있는 얇은 책 몇 권, 그리고 이 책 베르베르의 <나무>이다. 화장실에서 읽기 좋은 소설은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연관성이 없어야 하고 너무 길지 않아 적당한 시간(?) 안에 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심각하지 않아 일(?)을 보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화장실에 읽기 좋은 책으로 더할나위 없다.

이 책은 만화책에서나 볼 법한 색다르고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남과의 대화나 이야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산책하며 관찰하는 법, 꿈을 활용하는 법,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법, 서로 관련 없을 법한 두 가지 사물을 서로 연관하는 법 등.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 책 같으면서도 인간의 뇌가 할 수 있는 상위 고급 기능들을 총동원하여 씌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이 베르나르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그의 소설가적 능력이기도 하다. 특히나 그의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속히 뚤어 보는 구석이 있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암흑, 말없는 친구 등에서 그런 점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이야기는 '그 주인에 그 사자'라는 10페이지짜리 이야기이다. 사업의 제1법칙은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대다수가 원하는 수요를 찾아내어 누구나 공급하기 힘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급하는 것. 이것이 사업 성공의 열쇠이다. 예전 건물에 하나씩 있었던 조개집은 수요를 정확히 찾았으나 공급을 제한하지 못한 예이고, 특허 DB에 쌓여있는 사업화되지 못한 모든 아이디어들은 공급의 제한은 찾았으나 적절한 수요를 찾지 못한 예이다.

모든 사업자와 기업가는 눈에 불을 켜고 이런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다. 수익 모델이니 신규 사업이니 하는 것들이 다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윤리나 인간 행복권의 기본 권리는 뒷전이오, 오직 이익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그 주인에 그 사자'의 '동물 농장'이라는 회사가 그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자율적인 무한경쟁을 근본으로 한다. 따라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고려가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 우리가 또 우리 아이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제대로 이해하되 그 전에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고의 바탕이 형성되도록 우리 각자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베르나르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한 마디로 '중용'이다. 한쪽으로 취우쳐 본연의 모습을 잃지말고 항상 자기성찰과 반성을 통해 나와 남과 자연을 돌아보는 지혜를 가지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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