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도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읽은 '변경'이라는 책과 연결된다. 변경이 '위임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양한 예를 통해 알려주었다면 이 책은 '그럼 신뢰는 어떻게 쌓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소설 형식을 통해 말해 주고있다. 위임(delegation)이란 사전적으로는 남에게 일을 맡기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위임을 잘 한다'라는 말은 '일을 잘 맡겼다'라는 의미보다는 '맡긴 일을 잘하게 한다'는 의미가 강하고, 더 나아가서는 맡기지 않더라도 찾아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맡긴 일을 잘하게 하고 나아가 알아서 일을 하게 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공유된 명확한 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목표에 맞는 행동을 알아서 할 수 있게 된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혹은 윗사람만 알고 있고 정작 일을 할 사람들은 목표를 모르거나 다르게 이해한다면 결과는 기대한 것과 다르게 될 가능성이 많다. 즉, 상호 간의 신뢰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많아진다.

공유된 목표가 있다면 뭔가를 잘 했을 때 집중적인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잘못 자체를 못 본 척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혹시 아이가 있다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몇 주 전 16개월된 딸아이에게 유아용 크레파스를 사 주었다. 아직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나이는 아닌지라 딸아이가 크레파스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들고 흔들고 흩어 놓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집은 크레파스들로 어질러지기 일수였다. 난 항상 퇴근하면 크레파스들을 먼저 치워야 했다. 이 일을 어떻게 딸아이가 직접 하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아이가 크레파스를 흩어 놓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혼내거나 요란을 떨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크레파스를 통에 넣는 것을 가르쳐주고 혹시나 아이가 통에 넣는 행동을 하면 칭찬하고 웃고 뽀뽀하고 안아주고 먹을 것을 주면서 호들갑을 떤다. 아이는 신나하고 크레파스를 통에 넣는 행동을 즐기게 된다. 그 후엔 크레파스를 내가 정리하는 일이 없어졌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의 힘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직장이라는 상황에서는 부하직원에게 뽀뽀하고 안아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직원 각자가 원하는 보상방법을 알아내고 '나아진 것'에 대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잘한 것'이 아닌 '나아진 것'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 딸아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를 계속 보고 있어야 아이가 크레파스를 정리할 때 바로 칭찬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뒷북을 친다거나 잘한 것을 못 본다면 칭찬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그럼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재전환 반응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는데, 문제와 부작용을 짧고 정확하게 책망하지 않으면서 설명하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다시 가르쳐 주고, 이해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에 대한 신뢰를 표현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 번 잘못 때문에 의기소침해지거나 상호 감정을 상하는 일 없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상대가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칭찬은 좋은 기술이다. 하지만 단지 나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마음과는 다르게 기술만을 구사한다면 언젠가는 진심을 들통나게 되고 이중인격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상대를 진정으로 대하고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칭찬해야 한다. 상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딸아이같이 - 어찌 진정으로 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칭찬의 기술은 거져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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