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재테크는 하지 않기로. 시골의사는 말한다.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되겠다는 발상은 신기루를 좇는 것일지도 모른다. 재테크란 성공한 사람들의 몫이지 성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도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결국 성공하지 못한 자가 성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즉 사업 밖에 없다.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이리 넣고 저리 넣어 과연 얼마나 벌 수 있겠는가. 몇 년 연속으로 높은 수익율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건 나의 경험으로도 그러한데,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보다는 남다른 자신만의 재능을 살려 부와 명예와 행복을 얻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빌 게이츠도 그랬고,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 중 한 사람)도 그랬고, 조앤 롤링(헤리포터 저자)도 그랬다. 그들이 재테크를 잘 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질 못했다.

가끔 국내 연예인들의 투자 성공 소식이 들려오지만, 그들도 자신의 재능으로 엄청난 종자돈을 모은 후에 그 중을 일부를 굴린 것 뿐이다. 결국 세랭게티에서 영양이 아닌 사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총동원한 사업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사업을 통해 얻어진 여유자금이 바로 재테크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지금 통장잔고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이 재테크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시골의사는 돈의 게임판을 냉정한 제로섬 게임으로 정의했다. 누군가 따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만큼 잃게 되어있다. 내가 자산을 사서 이익을 봤다면 누군가는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시장의 평균 수준보다 돈에 대한 탈월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길게 보면 재테크는 성공의 길이 아닌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자신의 재능이 돈에 있는 사람은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 사람은 그것을 통해 부와 행복을 쥘 수 있다. 하지만 노래하는데 재능이 있는 사람은 노래를 해야 한다. 그래야 부와 행복이 따른다. 그런 사람이 심심풀이로 재테크를 한들 돈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만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과 그런 집단들을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돈은 고스란히 돈에 재능이 있는 자에게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하늘이 내려준 자신만의 재능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승률이 높은 재테크 방법이 될텐데,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소로서 회사도 있지만, 사장까지 승승장구 승진하지 않는 한 여간해서는 월급을 모아서는 목돈을 쥐기 쉽지 않다. 승승장구는 커녕, 위로 올라갈수록 모가지가 간당간당하다.

이제 나의 고민은 어떻게 굴릴까가 아닌 나의 재능을 어디서 펼칠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사장이 될 수 없다면, 사장이 될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사건, 사업이건. 이 생각이 머리에 들자, 시골의사의 부동산 침체론, 주식투자 찬양론, 심리기반 투자론, 금리체크론 같은 재테크 기법과 주옥같은 경고들이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재테크 책을 읽고 재테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나, 제대로 읽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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