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클림트 : 분리주의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금빛 황혼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9
타탸나 파울리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7월

결혼 후 지방으로 이사를 오면서, 제일 아쉬운 점이 문화생활이다. 그렇다고 서울에 있을 때 문화생활을 많이 하고 살았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괜히 지방에 내려오니 좁아진 생활환경과 줄어든 문화생활이 불만으로 생겼다. 이사 온 뒤로 태교를 핑계 삼아 주말에 시간 내서 주변 큰 도시로 몇 시간을 달려 미술관에 한번 가본 것이 전부니 말 다했지 뭔가. 그런 중에 책으로나마 미술품을 감상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클림트의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엔 사실 클림트의 작품은 “키스”밖에 알지 못했다. 그의 화려한 색체와 기하학적이면서 아름다운 무늬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었는데, 이번 독서를 통해 클림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그의 작품을 좀 더 친숙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이 책은 책속에 소개된 모든 작품이 칼라인쇄 되어있고, 작품마다 세세한 설명까지 덧붙여 있어서, 나처럼 그림을 보는 초보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클림트와 동시대를 살아간 다른 여러 작가와 미술가,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 맘에 든 것은 책의 아담한 사이즈다. 어느 때나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는데 부담 없어 좋았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 같다. 그 누군가가 사람일수도 있고, 동물이나 식물일수도 있고, 또는 그림이나 음악일수도 있다. 몰랐던 부분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그와 친숙해지고 가까워지는 즐거움을 나는 이 책속에서 클림트라는 사람과 그의 그림에게 느낄 수 있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의 작품을 더욱 관심있는 시선으로 바라볼수 있었고, 그가 살아갔던 시대의 흐름을 대충이나마 파악하면서 그림의 변화를 눈여겨 볼 수 있었다.

자. 이제 다음은 또 누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려볼까 고민해본다.

은은한 미소가 떠오르는 책

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이우일님의 책만 읽다가  

선현경님의 책을 읽으니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소소하면서 귀엽고 사랑스럽다.

접사 사진의 모든 것

접사사진의 모든 것 ㅣ 포토 라이브러리 8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공민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자동카메라만 쓰다가 딸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예쁜 사진을 찍어주고 싶은 욕심에 덜컥 DSLR카메라를 사버렸다. 카메라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사전공부도 없이, 그냥 일단 사고보자는 식으로 사서는, 정작 자동카메라와 별 차이 없이 거의 반자동으로 놓고 찍기만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 좀 더 깊이 있는 사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 동호회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잡다한 지식을 모았다. 그중 접사사진에 매력을 느끼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진 전문 서적으로는 처음 책을 접하는 거라서 처음엔 좀 어렵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인터넷상에서 주워들은 얄팍한 카메라 지식으로만 이해하려니 책 읽는 진도가 자꾸 느려졌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잘 이해 안 되는 용어나 설명은 인터넷 지식검색이나 관련어 검색으로 이해하며 읽었다. 그랬더니 한 장 한 장 읽을 때 마다 점점 이해가 쉬워지고 책이 재미있어 짐을 느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접사사진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빨리 나가서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이 보지 못한 나만의 피사체를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정말 접사사진의 매력에 제대로 빠진 것 같다.

역시 세계적인 사진교육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나 같은 초보도 알아들을 수 있게끔 설명을 아주 쉽게 해놓으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에 실린 사진이 하나같이 어쩜 그리도 매력 있는지. 그 색채며 질감이며, 이제껏 전혀 보지 못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까지 모든 게 다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책 구석구석에 깊이 배어 있어서 책을 읽는 나도 덩달아 사진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마지막 부록에서 브라이언 피터슨은 말한다. “사진이 보기에 좋다면, 즉 압도하는 이미지라면, 보는 이가 탄성을 지르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가치 있는 클로즈업사진이다.!”

이 말이 왠지 그동안의 나의 갈증을 좀 풀어 주는 듯 하다. 꼭 좋은 장비와 좋은 카메라, 비싼 렌즈로 찍어야만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말 같아서 위로도 받는다.

자. 이제 책을 다 읽었으니 카메라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자. 그냥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보지 말고 애정을 담아 주의 깊게, 남들이 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찾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셔터를 누르자~!

그건 사랑이었네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한비야언니의 책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글자가 살아 움직이고, 팔딱팔딱 심장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덕분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내 가슴도 덩달아 두방망이질 친다. 잊고 있던 꿈을 다시 찾으라고, 노트를 펼쳐 계획을 짜보라고, 그리고 어서 일어나 움직이라고 나를 채찍질한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가슴 뛰는 일을 찾으라고 언니가 소리친다.

난 한비야언니의 책이 정말 좋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 언니의 소식들도 좋고,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언니의 꾸지람도 좋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 떠밀어주는 언니의 응원도 참 좋다. 또 책을 읽으면서 언니는 여전히 열심히 살고계시구나 안심되고 자랑스러워 좋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 겠구나 반성할 수 있어서 좋고, 이루지 못한 내 꿈을 다시 꺼내어 들여다보고 용기 있게 다시 도전할 수 있어서 좋고, 이래저래 언니의 책은 좋은 점 투성이다.

이번 책은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 뭐랄까…….왠지 그녀의 블로그나 싸이를 보는 느낌, 일상의 일기를 같이 공유한 느낌, 차 한 잔 마시면서 그동안의 일들을 들려주는 느낌, 내 물음에 답해주는 느낌,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의논하고 조언을 받은 느낌이다. 한 번도 한비야언니를 만난 적이 없는데도 왠지 잘 아는 사람 같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이런 행운이 나에게도 올까~!!) 오랜만에 만났다고 두 손 잡고 포옹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누군가가 그녀의 이야기를 한다면 나도 그 언니를 잘 안다고 아는 척을 해도 될 것처럼 가까운 사람으로 느껴진다.

난 유쾌한 사람이 좋다. 알고 보면 힘든 일이 많은데도 언제나 밝은 미소로 용기를 내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이 좋다.

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많이 일고 적게 읽고를 떠나, 자신이 가슴 따뜻하게 읽은 책을 남에게 소중히 권해주는 사람이 좋다.

나는 도전하는 사람이 좋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으로 나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어주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좋다.

당신도 이런 사람이 좋은가?

그럼 한비야언니의 책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홍대앞뒷골목

홍대앞 뒷골목 - 어느 트렌드세터의 홍대앞 카페 가이드
양소영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9년 6월

책표지에 “저는 홍대 앞에 삽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지방에서 생활하는 나에겐 “저는 개선문 앞에 삽니다.” “저는 자유의 여신상 앞에 삽니다.”“저는 아프리카에 삽니다”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가…….전혀 홍대앞이라고는 가보지 못한 나에겐 홍대 앞이나 남극이나 똑같이 멀고 낯설다는 말이다. 지금껏 30대 중반이 되도록 홍대 앞에 한번 못가 봤다면 책의 저자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내가 생각해도 내가 조금 안쓰럽다.

책을 읽기 전엔 인터넷상에서 블로그나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통해 홍대 앞의 카페들을 많이 보았다. 너도나도 분위기를 칭찬하고, 맛있고 독특한 커피 맛을 자랑해 놨다. 과연 이곳의 분위기는 사진에서 보는 것만큼 멋지고, 이곳의 음식은 넘어가도록 맛있을까, 그리고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한국인 자매가 쓴 “샌프란시스코”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소개해 놓은 가게마다 특색 있고 예쁘고, 또 추천해 논 메뉴들을 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키곤 했었는데, 이 책에도 만만치 않게 식욕을 자극하는 사진들이 올라와있다.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저녁에 단식을 하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저녁시간에 잡았다는 게 문제였다. 가끔 한식이 아닌 요리를 접하는 건, 집에서 시켜먹는 피자정도밖에 없는 일상을 살다보니, 책에서 소개해 놓은 음식들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맛이지만 어쨌든 맛있겠지라는 생각에 뱃속이 아우성을 쳐서, 시작한지 얼마안된 다이어트를 포기할뻔 했다.

또 그뿐인가. 사진을 찍고 싶어 DSLR카메라를 구입하고, 틈만 나면 뭐 찍을게 없을까 두리번거리는 내게, 홍대앞 가게들의 사진들은 너무 유혹적이다. 책을 눈앞에 바짝 가져다대고 인테리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진을 어떤 각도로 찍었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이쁜사진이 나올수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읽게 만들었다. 나도 당장 카메라를 들고 홍대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아이와 남편을 두고 달려가기엔 여건이 만만치 않다. 그러니 일단은 그냥 책만 보고 만족할 수밖에.

언젠간 한손엔 남편 손을 잡고, 한손에 딸아이의 손을 잡고 홍대앞에서 느긋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날을 위해 꼭 가보고 싶은 가게들을 골라서 메모해 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