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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뒷골목 - 어느 트렌드세터의 홍대앞 카페 가이드
양소영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책표지에 “저는 홍대 앞에 삽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지방에서 생활하는 나에겐 “저는 개선문 앞에 삽니다.” “저는 자유의 여신상 앞에 삽니다.”“저는 아프리카에 삽니다”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가…….전혀 홍대앞이라고는 가보지 못한 나에겐 홍대 앞이나 남극이나 똑같이 멀고 낯설다는 말이다. 지금껏 30대 중반이 되도록 홍대 앞에 한번 못가 봤다면 책의 저자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내가 생각해도 내가 조금 안쓰럽다.
책을 읽기 전엔 인터넷상에서 블로그나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통해 홍대 앞의 카페들을 많이 보았다. 너도나도 분위기를 칭찬하고, 맛있고 독특한 커피 맛을 자랑해 놨다. 과연 이곳의 분위기는 사진에서 보는 것만큼 멋지고, 이곳의 음식은 넘어가도록 맛있을까, 그리고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한국인 자매가 쓴 “샌프란시스코”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소개해 놓은 가게마다 특색 있고 예쁘고, 또 추천해 논 메뉴들을 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키곤 했었는데, 이 책에도 만만치 않게 식욕을 자극하는 사진들이 올라와있다.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저녁에 단식을 하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저녁시간에 잡았다는 게 문제였다. 가끔 한식이 아닌 요리를 접하는 건, 집에서 시켜먹는 피자정도밖에 없는 일상을 살다보니, 책에서 소개해 놓은 음식들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맛이지만 어쨌든 맛있겠지라는 생각에 뱃속이 아우성을 쳐서, 시작한지 얼마안된 다이어트를 포기할뻔 했다.
또 그뿐인가. 사진을 찍고 싶어 DSLR카메라를 구입하고, 틈만 나면 뭐 찍을게 없을까 두리번거리는 내게, 홍대앞 가게들의 사진들은 너무 유혹적이다. 책을 눈앞에 바짝 가져다대고 인테리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진을 어떤 각도로 찍었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이쁜사진이 나올수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읽게 만들었다. 나도 당장 카메라를 들고 홍대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아이와 남편을 두고 달려가기엔 여건이 만만치 않다. 그러니 일단은 그냥 책만 보고 만족할 수밖에.
언젠간 한손엔 남편 손을 잡고, 한손에 딸아이의 손을 잡고 홍대앞에서 느긋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날을 위해 꼭 가보고 싶은 가게들을 골라서 메모해 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