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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ㅣ 인생그림책 45
배유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8월
평점 :
"허전한 마음이 들었어요. 숲에서 잃어버린 게 틀림없어요."
책장을 넘기자마자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문장 속에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그 '허전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아이가 숲에서 잃어버린 초록색 공을 찾아 여러 동물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읽다 보면 이 책이 단순히 '잃어버린 물건 찾기'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각 동물들의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각 동물들이 저마다의 고민과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고릴라가 자기 손바닥을 보며 "꼬마 고릴라" 하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깊은 여운과 함께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싶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초록색 공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따뜻하면서도 몽환적입니다.
초록색 공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색감과 구도로 잘 표현했고, 각 동물들의 개성도 살려 그려져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글과 그림이 서로를 보완하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다층적 읽기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어른에게는 나를 찾아가는 몽환적인 여행으로, 어린이에게는 공을 찾아 동물을 만나는 모험으로 각각 다르게 다가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연령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건 초록색 공이 아니었을까요?"
이 마지막 문장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특별한 재독의 재미가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럼 초록색 공을 누가 보고 있을까?" 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면 분명 첫 번째 읽기에서 놓쳤던 단서들을 발견하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는 것 같은 쾌감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진짜 소중한 건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 순간순간의 깨달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상상력을, 어른에게는 깨달음의 시간을 선사하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함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