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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사는 아파트 내에, 그리고 그 인근(100m 이내)에만 카페가 열개도 넘는다.
이 동네가 화려한 홍대 바운더리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커피 애호가들도 늘고, 그런 명찰 붙여주지 않아도 생활속에 너무 당연히 자리 잡은 탓이겠지.
나도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주변에 카페도 많고, 집에 원두도 많고, 커피를 내리는 다양한 기구도 많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까페, 다른 커피, 다른 좋은 곳, 을 찾아 다니는 이유도
그만큼 좋아하고, 그만큼 다양해지고, 그만큼 재밋기 때문이다.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라는 부제가 붙은
[카페 마실]은 승무원 바리스타인 작가가 직접 이나라 저나라 방문중에
찾아다닌 '커피여행기'이다.
이건 뭐, 승무원, 바리스타, 여행, 커피.. 어느것 하나 탐스럽지 않은 것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 아닌가.
기대에 가득차서 읽게 되었다.
유럽,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을 순서로 작가가 직접 찍고 쓴 사진과 글을 통해
희미하게 커피향을 따라 우리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작가의 시선이 전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커피와 그 공간이기에
조금은 말랑말랑한 감성을 기대했던 나에겐 가끔씩 지루해졌지만
적어도 개성있는 커피잔, 곁들여 먹는 작은 디저트들, 커피를 내리는 신중한 표정의 바리스타들,
코를 가까이 가져가면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나올 것 같은 커피 사진들을 보며
나라별로 비교해가는 재미는 쏠쏠했다.
20세기를 상징하는 파리의 지성들과 문학인들의 아지트였던, 프랑스의 레뒤마고
예쁜 로고와 다정한 분위기의 카페, 샌프란시스코의 블루 보틀 커피
카페가 곧 예술작품의 전시장이고 문화인들의 놀이터인, 시카고 인텔리젠시아
가족적이고 소소한 매력의 동네 카페, 일본의 카페 오브스쿠라
내가 이 책속에서 가고싶다고 표시해 둔 카페들이다.
마셔보지도 않고 가고싶어지는 카페라는 게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은 카페에서 커피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이겠지.
나도 이 책을 보면서 공간이나 커피잔이 인상적인 곳은 조금 더 신경써서 보게 되었으니까.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커피기행문 치고는 조금, '재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집의 그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도 궁금하고,
어떤 기분일때, 어떤 커피가, 어떤 맛이었는지도 궁금하고,
커피를 마실때 어떤 차이를 주의깊게 찾으면 좋은지 등..
조금 더 커피와 함께하는 이야기를 재밋게 해 줄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커피 애호가나 준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니기에 그런것을 내내 기대했지만
맥이 툭툭 끊기는 난데없는 에피소드나, 뜬금없는 상념들이
이 글의, 이 책의 방향을 좀 흐리게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때마다 세상의 골목을 거닐며 따라다니는 커피향에 취해서
당장이라도 부드러운 라떼 혹은 입안이 쌉싸름하고 개운해지는 핸드드립 한잔이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일듯 하다.
순간을 추억하고 기억하고, 기록할 나만의 여행을 꿈꾸어 보기에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