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 상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5월
품절


편지도 없고, 쪽지도 없고, 그 어떤 글도 없었다. 봉투를 기울여 보았을 때, 책상 위에 쏟아지는 것이 있었다. 꽃잎들이었다. 장미 꽃잎들이었다. 지금껏 본 그 어떤 빨강보다 더 깊은, 더 짙은, 빨간 장미 꽃잎들이었다.
'심장의 피'. 그는 생각했다. 까닭도 모르게 자기가 고상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그리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는 어떻게 하면 사람이 마음을 텅 비워 버릴 수 있는지를, 어떻게 하면 마음을 자유로이 놓아 줄 수 있는지를 기억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그의 마음이 어딘가로 둥둥 떠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무수히 칼금이 그어진 그의 책상 위에서 장미 꽃잎들이 루비처럼 빛나고 있었다. 어딘가에 감춰진 이 세계의 심장에서부터 비춰오는 비밀의 빛처럼.
바비는 생각했다. '세계는 하나뿐이 아니야. 하나뿐이 아니야. 이곳이 아닌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거야. 수천, 수만, 수백만의 세계가 있는 거야. 탑의 굴대 위에서 항상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세계들이 있는 거야.'-1권 380쪽

나는 편지를 접어서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고향을 향해, 게이츠 폴즈를 향해, 차를 달렸다. 처음에는 글썽이는 눈물이 그저 조금 앞을 가릴 뿐이었으나, 언제부턴지 나는 펑펑 울고 있었다. 라디오를 켜고 음악을 듣자 기분이 아주 조금은 나아졌다. 음악은 늘 그러했다. 지금 나는 나이 쉰을 넘었지만, 아직도 늘 음악은 내 마음을 위로해 준다. 무슨 전설의 자동장치인 것처럼.-2권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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