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청아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표지의 아이가 눈을 감고 양을 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다. 그 아이가 서 있는 그곳이 천국이고 평화 자체로 보인다. 틱낫한을 직접 만날 수는 없겠지만 책으로 전해지는 온유한 성품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깨어 있어라'를 인식했다. 전해지는 내용이 침착하기에 차분하고 조용하게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재소자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막상 접해보면 그와 비슷한 상태에 처해있는 사람이나, 일상적으로 가끔씩 일어나는 폭풍의 마음을 겪게되는 사회인들도 읽으면 수양에 도움이 될 듯 싶다. 마음을 다스리고 틱낫한이 전해주는 명상법을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레 자유로와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참 생각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이라 여러모로 자극이 되었다. 나이에 맞는 생각을 갖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나이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에 관한 것인데, 결국 답은 없겠지만 내 주관으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그 만큼의 나이에 맞는 생각만 유지하면 된다는 것인데.. 틱낫한을 보면 나이보다 엄청난 깊이의 사색이 정답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이 깨닫고 생각했으니 초연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이 문제도 틱낫한의 생각에 의하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니 내 주관에 깨어있는 마음을 갖고 맞이한다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듯 싶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재가 있었는데, 아직도 머리 속에서 맴을 돌고 있다.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을 때(그가 자란 환경은 그를 범죄자로 키우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그가 저지른 행위는 분명 책임을 지는 것이 옳은 것이지만, 내가 그가 자란 환경에서 자랐다면 그가 행한 행동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어디까지 그를 옹호해주고 비판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범죄를 저지른 이가 최소한의 양심도 배울 환경이 안됐다는 것도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면 이해할 수 있을까나?? 틱낫한은 그 입장이 되어서 이해하는 마음을 키우면 해결된다고 했는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이해하는 마음을 키워봐야겠다..

'깨어 있는 식사법'도 기억에 남는다. 요즘 난 식사속도에 민감해져 있다. 주변에서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이 있는데 함께 지내다 보니 나 역시 빠른 속도로 식사를 하기에 제대로 식사다운 식사를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밥과 찬을 통해 그것들이 만들어지기의 시간과 내 입까지 거치기까지의 손길들을 생각해보고 찬란한 태양 빛과, 물과 양분을 통해 일어나는 생명현상들을 미쳐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생각하려고도 안 했던 것 같다. 틱낫한이 전해준 방법으로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점심식사 때부터 김치 한 점 집어먹고 김치의 생애를 거슬러 올라 가봐야겠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쉽사리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상황들을 조금 더 주의 깊게 관찰해서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마음먹기에 따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물론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다시 無로 돌아가겠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지금 있는 내 위치와 환경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어두어야겠다.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될 때 소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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