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큰 나무
고규홍 지음, 김성철 사진 / 눌와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좋은 책을 만난 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햇빛을 품은 나무들의 사진들도 믿음직스럽고, 묵직한 나무들을 다룬 책이라 그런지 책 무게도 묵직한 것이 아주 좋았다. 연륜과 감동이 있는 역사를 홀로 견뎌낸 나무들이라 서 있는 모습 역시 세월에 초연했고, 두꺼운 나무 둘레만큼이나 당당한 기백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든다. 주위의 자잘한 나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높이 솟구친 거목들을 접하니 마음 역시 큰 사람이 된 기분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큰 나무를 접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무럭무럭 자나나는 아이들이기에 큰 나무들을 보며 그들의 초연함을 배우고 훌쩍 훌쩍 마음도 몸도 자랄 수 있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쉽게 만들 수 도 없고, 흔하지도 않은 큰 나무들이기에 한 그루 한 그루 오래도록 번성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1000년이 넘게 오래도록 살 수 있었던 것일까? 살면서 많은 나무들을 지나쳐 왔지만 이 땅에 500년, 1000년 정도로 오래 묵은 나무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가끔 저 놈은 꽤 크구나.. 정도로 넘겼는데, 오래된 나무의 세월에 담긴 역사와 전설을 함께 접하니 그 새로움이 배가되었다.

오래 오래 자리를 지켜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신성시되며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고 마을에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하는 당산나무가 되기도 하면서 세월 겹겹이 사랑 받는 나무가 되었기에 오래도록 이 땅을 지켜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오래도록 서있다 보니 역사를 온 몸으로 겪은 나무들이 많은데 지나간 역사의 영웅들이 머물렀던 나무들도 있고 벼슬을 받은 나무들도 있고 반대로 교수대로서의 음산한 비극적 운명을 겪기도 한 큰 나무들도 있어 인상적이었다.

우리네 역사와 함께 오래도록 머물러 주었던 나무이기에 이제는 우리 사람들 손으로 이 땅의 큰 나무들을 지켜내야만 한다. 장구한 세월 힘에 겨워 이제는 조금은 편안하게 가지를 지탱하고 기댈 수 있도록 버팀목을 잘 마련해 주고, 거기에 더해 사람들의 애정 어린 마음을 더한다면 이 땅의 큰 나무들은 조금은 편안하게 세월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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