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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어휘 여행
책장속 편집부 지음 / 책장속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의 도서를 무료로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낙성대가 어디에 있는 대학이지?” 처음 이 책이 서평단 신청을 받는다고 했을 때 손을 번쩍 들었던 이유는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얘기하곤 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낙성대. 2호선.
61페이지. 떨어질 락, 별 성, 집터 대.
강감찬 장군이 태어날 때 이곳에 큰 별이 떨어졌다 하여 ‘낙성대’라 불렀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가던 한 사신이 하늘에서 별이 떨어져 어느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더라고. 마침 그 집에 아들이 태어났고 그 아이가 다름아닌 강감찬이었다고. 훗날 송나라의 사신이 그를 보고 절을 올리며 “북두칠성의 네 번째 별이 보이지 않더니 지금 여기에 계시군요”라고 말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고 한다. 이제 알겠는지? 낙성대는 대학교가 아니다. 집터의 이름이다.
내가 4년간 일했던 합정역의 유래도 찾아보았다. 합할 합. 우물 정. 한강에서 조개껍데기가 우물에 떠내려와서 ‘조개 우물’이 되어서 합정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합(蛤)은 조개를 뜻하는데 이후 한자만 변경돼 합정(合井)이 됐다고 한다.
내 청춘과 신혼 생활을 보냈던 4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노원도 가 보자. 예전에는 드넓은 평야에 갈대가 많았다고. 그래서 갈대 벌판이라는, 갈대 노/벌판 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설도 있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가던 사신들이 머물던 숙박 시설인 ‘원’이 있던 곳이라 유래한 이름이라고도.
최근 뉴스에서 자주 회자되는 남태령역도 가 보자. 사당역과 선바위역 사이에 있는 남태령역. 조선시대 정조는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자주 참배했다고 한다. 그는 이곳을 지나면서 이 고개 이름을 묻곤 했는데. 이때 신하는 임금님께 ‘여우고개’라고 답하기가 상스럽다고 여겨 서울에서 남쪽에 맨 처음 있는 큰 고개라 남태령(남녘 남/클 태/산봉우리 령)이라고 답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참고로 ‘여우고개’는 한양에서 경기도로 나가는 관문 곳곳의 고개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너무 4호선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읽다 보니 흥미롭게도 조선시대 왕과 관련한 전설이 제법 담겨 있는 역 이름이 많았다. 여기서 급 퀴즈! 7호선 온수역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답은 의외로 쉽다. 옛날 이 일대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 붙은 이름이라고. 천왕역과 까치울역 사이에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지하철 역을 순서대로 외우는 신동이 나오곤 하던데 그런 어린이에게 이 책을 선사해 주면 너무나 좋아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책 뒤에 써 있는 것처럼 역명의 어휘를 따라가다 보면 서울의 2천 년 역사뿐만 아니라 한자도 자연히 배우게 되는 것은 물론일 것이다. 지금은 수도권에 한정돼 있지만 이 책이 히트친다면 타 지역 지하철 역 이야기도 엮여서 나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