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군 외교 - 약소국 북한의 강대국 미국 상대하기
서훈 지음 / 명인문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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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군외교




북핵문제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되어 왔다. 북핵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핵심사안이 될 것이다. 최근에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정책결정과정에 있었던 담당자들의 저서가 몇권 출간되었다.

임동원 전 장관이 펴낸 ‘피스메이커’, 부시행정부에서 대북담당대사를 지낸 프리처드의 ‘실패한 외교’가 대표적이다. 아사이신문의 기자인 후나바시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각국의 인사들을 취재하여 쓴 ‘김정일의 대도박’도 북핵위기의 전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 90년대 1차 북핵위기 과정은 오래전에 출간된 조엘위트의 ‘북핵위기의 전말’을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런 책들과 함께 눈여겨 볼만한 책으로 서훈 전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의 ‘북한의 선군외교’가 있다. 서훈 전 차장은 1,2차 정상회담에 참여하였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 실장을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대북관련 국가정책결정과정에서 일해 왔다. 




1·2차 북핵위기의 전개과정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선언 등 크게 두차례의 합의가 있었다. 90년대 초반의 1차 북핵위기는 1994년 제네바 합의로 마무리 되었다. 2002년에 발생한 북한의 고농축우랴늄(HEU) 보유 논란으로 제네바합의는 실질적으로 파기되고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였다. 2차 북핵위기는 2005년 9.19 공동선언으로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미국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유통의혹을 제기하여 해결되지 않았다. 2007년 2.13 합의는 BDA문제로 시간을 끌다가 이제 이행국면으로 들어섰다. 최근 영변의 냉각탑 폭파로 이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1차 핵위기를 타결한 제네바 합의가 북미 양자합의이고, 2차 핵위기의 해법을 제시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6자 합의라는 차이가 있지만, 1·2차 합의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1,2차 북핵위기에서 해법을 찾았던 공통점은 ‘북한에 의한 핵투명성 보장 및 비핵화’를 통해서 ‘북미관계 개선’을 이루고, 이를 위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동시에 이행’하는 것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동시행동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를 두고 합의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관련국가들 사이에 불신이 커서 동시행동조치들이 필요하다. 최근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것도 관련국 사이에 신뢰가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행동의 원칙과 일관성 찾기

서훈의 ‘북한의 선군외교’는 제네바합의와 9.19 공동성명을 ‘선군외교 전략모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비교 분석하였다. 서훈이 ‘선군외교 전략모델’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북한의 행동에서 원칙과 일관성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통치이념을 토대로 한 개념을 만들어서 1,2차 북핵위기를 분석한 것이다.

서훈은 북한의 선군외교를 △ 악명유지전략, △모호성 유지전략, △벼랑끝·맞대응·위기관리 전략으로 구분하고 있다. 협상국면에서 북한의 해동방식으로 △북미양자협상방식, △포괄적 일괄타결방식, △근본문제 카드 활용 △단계별 동시행동을 꼽고 있다.

서훈은 2차 핵위기 때 북한의 북한의 태도는 1차 핵위기 때와 비교하여 보다 단호하고 공세적이며 체계적인 양상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2차위기때는 위협을 미리 명료하게 예고하고, 예고한대로 실행하는 이른바 말한대로 저지르는 확언전략이 특징적이었다. 이러한 확언전략의 체계적인 등장은 북한이 대미위협카드를 사전에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미국을 협상으로 강제해 내려는 전술도 좀 더 단호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등장하였다. 1차시기의 NPT 탈퇴→핵연료봉 인출 및 IAEA탈퇴에서 더나아가 2차시기에는 NPT 탈퇴 및 5MW 원자로 재가동→ 폐연료봉 재처리→ 핵억제력 실물 공개→ 핵보유선언→ 미사일 실험 등 초강경조치→ 핵실험 등으로 이어졌다.

이같이 북한이 2차 북핵위기시 핵개발 강화로 위협고조 행태를 뚜렷이 드러낸 이유는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진 것과 함께 북한 내에서도 이른바 김정일 시대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선군사상이 정립되었다는 점을 꼽은 것이 이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서훈은 북한의 외교행태를 북한의 통치이념과 연결해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양자협상과 일괄타결

2차 위기시 북한이 비록 다자회담 형식을 수용했으나 실질적이고 내용적으로는 북미 양자협상을 고수했다는 서훈의 분석 역시 북한 외교의 원칙과 목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핵보유선언 및 핵실험 등 힘겨웠던 난국이 북미 양자접촉을 통해서만 실제로 해결되었던 사실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결국 북한은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북미 양자간에 협의로 타결하고, 6자회담에서는 이를 추인하는 모양새로 협상을 진행시켜 온 것이다.

북한은 본격적인 협상국면에 진입하게 되면 포괄적 일괄타결의 방식을 선호해왔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차에 비해 2차 협상과정에서는 북한이 제시한 협상의제가 더욱 확대되고 구체화되었다. 협상운용 및 합의사항 이행방식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더욱 주도적이고 치밀해졌다. 북한이 주요의제설정 및 합의전략으로 구사한 포괄적 일괄타결방식은 핵문제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까지 이루려는 의도이다. 북미간에 약소국-강대국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의제설정 능력상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방법인 것이다. 북한은 2차협상에서는 종전의 1차협상에서 합의한 일괄타결안의 기본내용을 포함하면서도 의제범위가 확대된 일괄타결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하였다. 북한은 ‘일괄타결’, ‘말 대 말 및 행동 대 행동’, ‘동결 대 보상’ 등의 방식으로 일괄타결 방식을 제시하고 관철시켜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1,2차 북핵위기 과정을 비교·분석해서 북한의 전략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원칙을 도식화시켜냈다는 점일 것이다.

우려는 여전히 남아

이 책의 저자인 서훈이 국가정보원 대북담당 책임자였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사항을 읽으려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치밀하고 냉정하다. 재직 중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철저하게 자료의 원천으로 삼지 않았다. 대신 공개된 매우 광범위한 자료를 선택하였다. 정보사항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직접적인 정보보다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광범위한 간접자료가 그가 신뢰할만하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점에 만족해야할 거 같다.  

서훈은 “이제는 또다시 우리가 협상에서 소외되고 결과에 책임져야 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의 우려와 같이 전개되고 있으며 좀처럼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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