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마크 네포 지음, 박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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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는게 힘이 들었다. 이유는 두껍기도 하고 책을 빠르게 읽는 편도 아니어서, 한 장씩 제각각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는 글을 마음 속으로 곱씹고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느라 시간이 오래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뿌듯함이 남는,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 드는, 살아가는 동안 오래도록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씩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온다. 경험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자연스럽게 내 안에 퍼지는 울림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깨달음들이 이 책 속에 모두 들어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암을 두번이나 겪으면서 내면의 변화에 대해 글을 쓰거나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이자 시인인 작가 마크 네포.

그가 고통스러운 병마와 싸우며 인생의 여정 속에서 깨닫고 느끼고 얻은 것, 모든 것을 담았다.

책은 1년 365일 동안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에 한쪽, 두쪽 분량으로 읽게 구성되어 있다.

하루중 아침저녁으로, 여유를 갖고 싶은 시간이나 마무리할 때 하루를 되돌아보며 읽으며 인생을 되돌아보게하는 시같은 느낌의 책이자 철학서 인 것이다.

그걸 몇 일 만에 다읽으려니 소화하기가.. 조금 넘쳤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형식은 작가 마크 네포가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그가 암과 싸우며 이겨내는 동안 매일 일기처럼 읽을 수 있는 책에서 영혼의 양식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처럼 하루에 한 알씩 삶의 생기를 얻을 수 있는 이 책. 눈 앞에 바로 보이는 책 꽂이에 꽂아놓거나, 침대 맡에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게 놓아두고 싶다. 다음 번에는 시간을 들여 한 장씩 더 깊이 음미하며 하루에 한 두장씩 읽어보고 싶다.

그런 식으로 복잡한 마음과 지쳤던 삶을 내려놓고, 책 속에서 말하는 고요를 찾아 천천히 물위에 떠다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흘러가고 싶다. 

 

좋은 문장들은 적어가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좋은 문장과 곱씹을 내용들이 많아 노트에 빼곡히 적어 내려가다 중간 쯤에는 지쳐서 몇일동안 쉬기도 했다. 그리고 다 읽고나서 알아차렸다. 따로 좋은 문장을 적어놓을 필요없이, 필요할 때 이 책을 들고 읽는 편이 낫겠다고.

 

전체적으로 보면  공통적으로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라는 것. 숨김없이 느낀 것을 말하라는 것. 오로지 누군가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라는 것. 삶에서 접하는 모든 것을 느끼라는 것. 생각을 줄이고 행동으로 뛰어들라는 것. 그 속에 진리가 있음을 끊임없이 말해준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배우고 가르침 받았던 것들에 길들여져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한계점이 생겨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 수많은 충동을 억누르며 살고 있다. 그 충동은 친절과 호기심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절함의 충동이 일지만, 후의 일을 상상하며 친절함을 억누르기도 한다. 호기심의 충동으로 어떤 일에 뛰어들고 싶지만, 내일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억누른다. 그런 현실 속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철학서 같은 느낌의 글귀에 마음이 녹는다.

두려움 뒤엔 깊은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바보가 됐다가 철학자가 되기도 하는 삶의 이치를 깊이 깨닫는다.

소원하게 지내던 사람과 연락이 끊긴 일이 사실은 자신의 바보같은 유치하고도 잘난 척 하는 마음은 아니었던가 하고 반성도 해보게 된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문제들 모두,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해답이 나와있었다.

 

삶의 속도는 느리게 생각하고 부드럽게 여유를 가지고 모든 것을(별 볼일 없는 자신까지도) 받아들인다는 뜻이 담겨있는 듯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쉽게 기쁨을 맛본다는 것은 내 스스로 인생 속에서 깨달았기에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옳은 길을 선택하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지만 한쪽 길만이 정답이 아니고, 한쪽 길 맞은 편의 다른 쪽 길 속에서도 진실과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내면을 깨끗이 내비춰 보이라고 말한다. 하나하나 느끼면서 느리게, 모든 순간 속에 고요를 찾아 느리게 살라고 말한다. 그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집착해 불행 속에서 살아간다. 흔히들 조금만 높게 보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을 말이다.

순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받아들였다면, 그것을 느끼고 내가 내 안에서 밖으로 내보낼 때는 그 모습은 아주 솔직하게, 들어올때의 모습으로 내 안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일상 속, 작은 것을 관찰함에 나오는 이야기들이었다. 자연 속에서 삶의 평범한 모든 것들을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모든 진리가 담겨 있음을 시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그 하나하나가 내 스스로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었고, 너무도 당연한 듯 나와 진리를 알려주어서, 이런 고민들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았는지 느껴지는 한문장, 한문장.

그 글 자체에서 그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삶을 느끼는 것. 접하는 모든 것을 신중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한몸과 같이 느꼈고, 그 속에 고요가 있음을. 인생의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것을 삶의 경험을 통해 말해주고 있었다.

마음에 와 닿은 것들도 있었고, 미처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몇 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은 것들은 언젠가 내 삶 속에서 체험으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타고난 의무는 온전하게 나 자신이 되는 것뿐이다.

한창 아름다운 꽃은 물고기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자연스런 우아함이 돋보이는 물고기는 호랑이가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35p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언제나 관찰하고 분석하고 비판만 하다 보면,

머리는 무겁고 딱딱한 굳은 살처럼 변해버린다.

지나치게 날카로워진 지능은 우리를 삶의 신비로 인도하기는 커녕

경험을 차단하는 완충제 노릇만 한다.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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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다 사라진다 나를 괴롭히는 것들
다나다 가쓰히코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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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얇고 심플한 책으로 약간 심리테스트하는 기분으로 보면 좋을 책 같다.

아니면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자신상황을 맞물려 생각해보면서 치료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을 듯 하다.

 

책의 내용의 순서는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고민의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한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박혀있는 제한적 신념을 자가진단 체크를 해보며 고민의 원인과 그런 고민이 생기게 된 각인 장면을 예로 들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며 '그런 적이 있었나' 떠올려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리테라피의 실제를 접해본 사람의 예를 읽어보며 스스로 하는 셀프심리테라피를 적용해보며 자신의 제한적 신념을 전환해 보며 스스로를 치료해 볼 수 있는 순서로 되어있다.

 

책에서는 묻는다. '만약 현재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고민이 해결되면 그때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까?' 하고.

사실 생각해보지 않았다. 매번 고민을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그 고민이 해결되면 어떻게 살아갈까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고민에 지칠만도 하건만 나는 그렇게 고민에 고민만을 거듭된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고민의 원인은 어린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겪은 경험들이 자신이 선택하는 사고방식이나 행동패턴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정말 그런걸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고민은 현재에 관한 것이고, 그 고민이 과거의 어린시절과 연결되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예를 들어 사람을 믿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매번 인간관계에 같은 결론이 난다는 것이다.

그 결론은 그 사람이 믿는 신념과 같은 결론이다. '역시 사람은 믿을게 못돼.' 하는 식으로 경험을 통해 이 신념은 더더욱 강화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어린시절 정해진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 때문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조금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제한적 신념을 자가진단 체크 부분은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서 나의 경우도 체크해보며 나에게 있는 제한적 신념을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맞나? 안맞나?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체크가 많이 된 부분에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부분도 있고 그랬다. 어린시절 기억이 흐려져서 그런가.

그리고 구체적인 고민을 적어가며 해결해 나가려고 할때 막상 이런 고민은 어떤 제한적 신념에 해당하나 싶은게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심리테라피 사례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나의 경우도 대입시켜보면서 어린 나에게 속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나의 고민을 해결하기위해서 마지막부분에 나와있는 셀프테라피를 직접 하나하나 적어가며 해보았다.

사실 사례를 읽을 때는 보이지도 않는 어린시절의 어른들에게 나를 왜 인정해주지 않냐고 말하거나 어린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뭔가 좀 멋쩍은 느낌이었는데,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집에서 혼자 미친사람처럼 어린시절 겪었던 경험 중에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던 혹은 무시했었던 어른들을 상상하며 조심조심 이야기를 해보았다.

당신한테 인정받고 싶지 않아.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이야기를 하니 은근 감정이 정말 생기는 것이었다.

그때 억울하고 서러웠던 마음들이나 인정받지 못했던 마음들이 생각나 어린 내가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나에게 말해주었다. 시도한게 잘한거야. 넌 그대로 괜찮아. 가슴을 펴도 돼. 그딴소리 신경쓰지마. 하고.

치료됐나? 치료가 됐을까? 잘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은 시원해진 기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알아주길 바랬던 어린 나의 마음. 그 어린 마음을 치료하는 책.

많은 시간동안 꾸준히 해보기도 해야 효과가 있을 듯 한 심리테라피.

반복되는 고민에 괴롭다면, 한번 시도해봐도 좋을 듯 하다.

 

 

 

만약 현재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고민이 해결되면

그때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까?

-p9

 

우리가 어른이 된 후에 경험하는 고민의 대부분은,

사실 어릴 적에 제한적 신념을 각인했을 당시의 장면을 항상 재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어른이 된 우리가 어릴적 각인된 장면을 재연할 때

스스로는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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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스코틀랜드, Scotch Day 어느 날 문득
홍주희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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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자이너의 삶을 살고 있던 작가가 2010년 스코틀랜드에서의 6개월의 여행기록을 적은 책이다.

200페이지로 아담한 책은 스코틀랜드의 여행기록을 스크랩북처럼 만들어 놓은 책 같기도 하다.

최근에 읽은 여행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하고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짧게 짧게 곳곳을 여행한 것이 아니라 몇 개월을 살면서 드로잉 수업도 배우며 나름 정착해

스코틀랜드의 곳곳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내 제대로 정리한 책이다.

명소에서 많은 느낌과 삶을 뒤돌아보는 책이 <same same but different>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과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운 책으로 읽기에 재미있었다면, 이 책은 가이드 북처럼 여러가지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에피소드보다 스코틀랜드의 정보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으로, 그냥 읽기에는 앞에 책보다 재미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가지고 참고해 나가며 여행을 한다면 틀림없이 알차고 좋은 여행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정도로 깨알같은 정보들이 많이 적힌 책이다.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너무 아담해서 사진이 큰 것도 있지만 아기자기하게 작은 사진들이 아쉬웠다.

좀 더 큰 사진으로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스코틀랜드의 모습이 작은 사진으로만으로 느끼기에는 아쉬운 감이 컸다.

 

정보들을 차례로 훑어보자면,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서부터 숙박이나 교통의 정보까지

다양한 마켓들과 숨겨져있는 맛집들, 박풀관과 다양한 서점들의 정보까지 마지막 장에는 지도까지 있어서 이 책 한권은 스코틀랜드 여행에 빠뜨리면 안될 필수품처럼 느껴진다.

 

스코틀랜드라고 하면 딱히 자세히 아는 것이 없었는데 이 책 한권을 읽고 나니 이런 느낌의 나라구나 하는 건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문화나 나라의 특징에 개성이 있었다.

영국 영화에서 많이 등장할 듯한 수많은 고풍스런 건물들과 우중충한 날씨.

날씨와는 다르게 알록달록한 옷과 특유의 체크무늬를 활용한 옷과 가방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기운.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

디자이너인 작가에게 많은 영감을 준 여러 도시 속의 모습이 한번  꼭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삶이란 직선의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 거라고.

스털링은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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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아, 고맙다 -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성공멘토 이지성, 결핍과 상처로 얼룩진 20대를 고백한다.
이지성 지음, 유별남 그림 / 홍익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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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다락방><리딩으로 리드하라> 등 베스트셀러를 쓴 이지성 작가.
베스트셀러를 챙겨보지 않는 나는 이 작가를 처음 접했고, 처음 알게 되었다.
<인생아 고맙다> 이 책은 이지성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꿈을 꾸고 이루기까지의 과정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의 꿈을 꾸었던 과거를 정리하는 자서전처럼,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고 추억이 깃든 장소의 사진과 함께 방황과 고민으로 함께 했던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그의 깨달음을 정리한 책으로, 읽다보면 나또한 꿈꾸고 싶어지는 그의 노력이 담긴 책이다.
책은 굉장히 고급스러운 양장본으로 되어있다. 표지의 손글씨 느낌이 나는 제목의 폰트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중요한 깨달음이 책 중간중간 저런 손글씨로 되어있어 왠지 기분이 좋다. 따뜻하다.
 
책 속에서 본 작가의 인생은 꿈을 향한 갈망과 갈증으로 가득차 있었다.
현실적 고단 뿐 아니라 정신적인 괴로움과 외로움, 고독이 그와 함께 했다. 그는 혼자 길을 걸었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그리도 많이 보냈다. 아무리 시쓰는게 좋고,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을 혼자서 걷는다는 건 나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현실적 상황들이 그에게 꿈을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쯤에서 그만둬.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잖아. 하고.
막다른 길 까지 몰려서도 그는 그 꿈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 저 사람은 포기하지 않아서 저기까지 갔구나.' 하고 종종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그만두지 않으면 언젠가 무언가가 된다. 나도 그만두지 말아야지. 포기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는 많은 것들이 지게 되어있다. 가장 크게 지는 건 자기자신이다.
남들의 말보다 자신의 말 한마디와 자신의 현실에 져버린다. 자신을 이기는 건 그만큼 어렵다. 자신을 설득시키기가 어렵다. 확신이 들지 않는 자신을 어떤 식으로 설득시켜야 할까.
 
책 속의 작가는 포기하지 말라고 남들처럼 뻔한 이야기를 해준다. 자기계발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뻔한 말이다.
하지만 그 뻔한 진리를 자신의 삶을 들어 증명해 보여준다. 그의 삶이 녹록치 않은 삶이어서, 그가 가슴 속에 꿈이라는 별을 잃지 않아서  그의 삶이 더 반짝반짝하게 빛나보인다.
 
재미있었던 건 작가가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면서 살았던 옥탑방이 있던 동네가 내가 어릴 때 살았던 동네였다.
지금도 그 근처에 살아 그 위치와 사진을 보면서 친근감이 들었다.
도서관 밑으로 난 수많은 계단을 나도 어릴 때 오르내린적이 있다. 알고 있는 장소에서 누군가의 추억을 듣게 되다니 신기하면서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도 그곳으로 책을 빌리러 다녔다. 책을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빌리는 건 엄청 열심히 했던 이상한 초등학생이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게 아니라 책, 그 자체만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던 초등학생이었다. 읽지도 않는데 좋아하다니 이상하지만, 지금도 그렇다.
 
책 속에 역사 속 위인들의 메세지가 눈에 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르는 변하지 않을 깨달음이었다.
그런 글귀를 읽을때마다 위인전도 읽어보고 싶고, 중국 고전도 공부해보고 싶어진다.
그들의 메세지는 제각각 다르지만 꿈을 꾸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소중한 것, 꿈을 간직하는 것.
살면서 잊지말아야 하는 건 자신 안에 있는 단 하나의 꿈.
과거와 현재 미래로 통하는 바람은 우리에게 꿈을 꿔도 좋다고 말할 것이다.
바람이 돌아본 미래는 과거가 바라던 미래임이 틀림없고 현재가 조금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을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일테니까 말이다.
꿈을 꾸자. 오늘에 절망하면서도 꿈을 꾸자.
죄책감에 자신을 헐뜯으면서도 꿈을 꾸자.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일테니까.
 
오랜 뒤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고 싶어질 때. 포기하고 싶어질때 힘들어질때,
한번쯤 읽고 기운을 차리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가 보내는 응원은 힘든것을 알고 보내는 다정함이다.
아픔을 알고 보내는 격려인 듯한 기분이 든다. 
 
 
꿈의 길에 첫발걸음을 내딛자마자.
경고.위험. 진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나를 막아섰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깡그리무시하고 계속나아갔다.
그러자 거대한 군홧발같은 게 나타나더니
나를 짓밟기 시작했다.
넌 안돼. 돌아가. 널위해 이러는 거야.
군홧발 위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난 계속 짓밟히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면 저 거대한 군홧발도 지치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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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48 걸스 - 꿈꾸는 악동들의 초상
나라 요시토모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아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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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네오팝 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 그의 48명의 소녀들과 그의 짧은 독백.

그림은 엽서처럼 독백은 짧은 메모처럼, 시처럼 적혀있다.

일본 한 출판사의 PR지 표지를 매달 작업한 것을 모아 표지 뒤에 쓴 짧은 글과 함께 책으로 냈다.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사도 아깝지 않을 책인 듯 싶다.

 

그의 그림을 보면 귀엽다. 개성있다. 특이하다. 등 다양하지만 비슷한 평이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서 무언가 느끼려고 노력한다. 그의 그림은 귀엽기 때문이 아니라

슬픈 내 모습이 비추는 것 같아 눈길을 끈다. 그림 속 소녀는 다 제각각인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건다.

한심하게 뭐하고 있는거냐고. 혹은 내 모습을 보며 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림을 보면 작가에 대해 궁금해진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 들어앉은 작가는 원하지도 않지만,

그의 삶과 어른 남자가 그리는 귀여운 소녀라는 특이성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에 대한 생각과 그의 인생에 대해서는 <작은별 통신>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낸 다른 책은 동화책 <너를 만나 행복해>가 있고, 다른 책들은 작품집과 소설책 표지 정도이다.

여러나라에서 전시회를 많이 한 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시회를 했었는데, 그 때 나도 가서 본 적이 있다.

그림 뿐 아니라 조형물, 작은 집안의 작업실 등 볼 것이 많아 아기자기하고 혼자만의 세계를 잘 표현해 주는 전시회였다.

 

그림을 그린 그의 인생이 보일 것 같은 그림이지만, 막상 그림을 마주대하면 그는 사라지고 소녀와 자신만 남는다.

소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눈동자에 빠져들게 된다.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맑은 눈동자에 자신이 비칠 것 같다. 외로움을 들킬 것만 같다. 고독의 두려움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눈빛이다.

제각각의 소녀그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느낌을 전해준다.

그가 느낀 솔직한 방식으로의 결과물 소녀들. 요시토모 나라는 자신안에 빠져있는 자신안의 깊은 사다리를 발견한 사람같다. 원하면 사다리를 내려가 깊은 곳의 자신과 만나고 그곳에서 놀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 자신과의 만남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선은 그럴만한 시간이 부족하고, 누구도 자신과 깊은 시간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는 세상의 길을 가는데 힘든 반대의 목소리를 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책을 보다보니 48명의 소녀들과의 만남도 끝이 난다. 

 

 

 

 

머리속의 시사회

잊었던 과거의 기억을 비춰준다

생각지도 못한 찰나의 연속

쉼 없이 흘러가는 기억의 물결

 

미래따위는 보이지 않는데

과거에는 늘 닥 들러붙어

나 혼자 울고 웃는다

그런 내 얼굴 우스꽝스럽지

 

21 하느님이 먹다남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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