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착한 늑대 - 우리가 몰랐던 늑대 이야기
요나스 부츠 글, 닐스 피터스 그림, 김희정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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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 늑대는 마을의 누구와도 잘 어울려 지내는 착한 늑대였다 라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많은 동화속에 악당으로 나오고, 모두가 두려워하고 회피 1순위 무서운 늑대. 하지만 사실은 어떨까요.
이 동화 속에는 여러가지 동화 속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일곱마리 아기염소들, 아기돼지 삼형제 등 모두 늑대에게 피해를 받았을 것 같은 캐릭터들이 오히려 이 속에서는 늑대는 도와주고 숨겨주는 친구들로 나옵니다. 이런 재밌는 상황 속에 오직 빨간 모자만이 성격 나쁜 버릇없는 아이로 나와 늑대가 악당으로 불리게 된 원인을 제공하게 되지요. 이런 재밌는 발상이 늑대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깨고 사냥꾼으로 부터 쫓기는 늑대를 응원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그림체는 늑대는 착하고 순하게 그려져 있고, 개성강한 빨간모자의 모습은 누가봐도 악당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네요. 착한 늑대가 이리저리 쫓겨다니며 그동안의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 속 상황들이 오해였음을 절묘하게 풀어줍니다. 혹시 우리가 또 다른 오해를 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그리고 우리 주변에 남모를 속사정이 있는데 내가 오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동화책에서 재미있게 볼만한 부분은 숨겨진 늑대의 이야기와 재미있는 그림체인 것 같아요. 색연필 느낌과 수채화 물감의 느낌이 절묘하게 섞여져 아이들의 낙서같은 느낌도 들고 다양한 재미있는 요소들이 그려져있어서 재미있네요. 하나하나 그림 속에 숨어있는 캐릭터들을 찾아보며 아이와 그림 속에 빠져보는 것도 동화책을 보는 맛이 나겠어요.

다양한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의 재미있는 표정, 그리고 알록달록한 숲 속의 모습들까지 낙서같이 재미있게 표현되어있지만, 가볍지 않고 디테일한 부분은 신경써서 그려진 것 같아 그림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아요.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맘에 드는 그림체입니다.

끝이 해피엔딩이라 웃으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화책은 56쪽이라 동화책 치고는 적지않은 장수랍니다. 더 오랫동안 늑대이야기에 빠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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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 무민 클래식 1
토베 얀손 글.그림,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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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온 <무민 클래식> 시리즈 입니다. 작가인 토베 얀손은 80여년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핀란드의 대표 동화작가 랍니다.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 이 책은 1960년에 스웨덴에서 처음 발표된 후 연극이나 오페라같은 여러가지 장르로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답니다. 이 책은 토베 얀손이 직접 그리고 쓴 두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작가 토베 얀손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 했는데요,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제목만​ 봐도 호기심이 생기는데 개성강한 캐릭터들과 화려한 색감과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그림 속 세계는 이 동화책 속에 더더욱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처음 이 동화책을 접했을때는 알록달록한 그림과 너무 재미있게 생긴 캐릭터들에 빠져들었는데 동화책을 읽다보니 다른 세상속에서의 이야기지만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 속의 내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답니다. 누구나 외롭고 우울한 면이 있기 때문일까요.

동화책 표지 앞쪽에 어두컴컴하게 우울하게 외로이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 아이가 주인공 토플입니다. 모든 세상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은데 토플과 토플 주위로만 어두컴컴한 배경과 우울함이 가득합니다. 토플은 겁도 많고 외롭게 살아 친구하나 없이 보입니다. 바깥은 무서운 것들로 가득차있고, 그렇기 때문에 토플은 집안에 가만히 앉아 조용히 떨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토플은 마음을 굳게 먹고 여행을 떠납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외로운 자신을 달래줄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토플의 여행. 그리고 자신보다 더 두려움이 떨고 있을 미플의 편지를 보며 용기를 내게 됩니다. 미플을 찾아 달래줘야겠다고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죠.

예쁜 문양과 알록달록한 색감, 새로운 세상 속에 외로워 할 필요 없다고 책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한발자국만 나서면, 자신이 여기있다고 한마디만 꺼내면 그 밝은 세상 속에 자신의 외로움을 나눌 수 있고, 작은 용기로 누군가를 달래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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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교 가는 날 파랑새 그림책 101
제인 고드윈 글, 안나 워커 그림, 안온 옮김 / 파랑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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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입니다.

서로가 제각각인 아이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새로운 규칙을 배우고, 즐거운 놀이도 서로 공유하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꿈꿀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처음 학교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처음 초등학교에 가던 일이 생각납니다. 수많은 내 또래의 아이들에 놀라고, 서로가 서로를 구경하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끊임없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에 와선 규칙적으로 반 이름표를 달고 시작이라는 출발선 위에 서있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처음 학교에 가기 전에 학교란 어떤 곳일까 하고 이런 저런 상상을 많이 해봤던 것 같아요. 제일 무서웠던 건 학교에서 때마다 주사를 맞는다는 사실이었어요. 학교에 가서 모든 것이 제 상상과 똑같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또래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고 친구를 만들고 즐겁게 뛰어놀고, 무서운 사건도 벌어지고 하며 다양한 일들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만큼이나 학년이 위로 올라갈 수록 선생님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자상하고 착한 선생님이 있는 반면, 무섭기만 하고 혼만 내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있는 학교에는 가고 싶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요.

일러스트가 둥글둥글 귀여워서 서로 제각각인 아이들의 특징을 잘 살려 그려진 것 같습니다.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지는 일러스트. 아이들의 엉뚱함, 귀여움, 호기심 어린 표정과 행동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자세히 보면 아이들의 물건이 실제 사진으로 되어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겠지만요. 그런 실사진들이 어색하지 않고 독특한 느낌으로 그림 속에 녹아들어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학교 가기 전에 해야 할 일과 학교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며 학교 가기 전 아이의 기대와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에게 나의 추억담을 이야기 해주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꿔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아이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해나갈 우리 아이를 응원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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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 - 빨간 머리 앤 두번째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9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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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소녀에서 의젓한 숙녀가 되어가는 앤의 이야기.

학교 선생님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앤이 초록색 지붕 집에서의 생활을 이어간다.

내 기억 속의 빨간 머리에 주근깨 많은 천진난만하고 낭만적인 앤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엉뚱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실수도 여전하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럽고 희망에 부푼 상상력이 매력적인 앤.

나이가 든 나에게도 앤의 성장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거기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보니 에이번리의 자연 풍경을 상상하기에 더 좋았고 이런 자연이 앤을 더 감성적이고 상상력이 많은 아이로 성장시켜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소장하기에 좋은 예쁘고 아름다운 책이다.

 


17살의 선생님의 순수한 고민과 열정. 좋은 교사의 꿈을 간직한 앤은 직접 현실과 맞부딪치며 여러 가지 좌절과 보람을 느끼며 점점 성장해간다. 앤의 좋은 교사에 대한 원칙은 매를 들지 않는 교육방식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앤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한번 매를 들고 만다. 그때 앤의 절망감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자신의 원칙을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한 앤은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그런 성격의 앤을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마릴라의 친척 쌍둥이들을 초록색 지붕집에서 맡아 돌보게 된다. 말썽쟁이지만 귀엽고 매력있는 데이비를 돌보는 일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 상냥하지만 단호하게 잘 길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은 아이였을 때의 자신은 금방 잊기 때문에, 엉뚱한 일을 하거나 모든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린이를 골치 아프거나 뭘 모르는 꼬맹이로 보지만, 그 하나하나의 시선을 앤은 특별하고, 기발하다 느끼고, 신선하고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것 같다.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을 가슴속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 느낌이 글속의 앤의 생각에서 전해져온다.


현실적인 다이애나와 낭만적 상상을 하는 앤의 대화는 뭔가 즐거운 느낌이 든다. 당연한 듯 서로의 취향을 이해해주는 가장 친한 친구인 두 사람.
성질 나쁜 해리슨씨와 친해진 앤. 말동무를 하며 차를 마시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앤은 마을의 이곳 저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챙긴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상상력 넘치는 활기찬 이야기가 현실을 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꽤나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마을 개선회 활동을 하며 마을회관 페인트칠이 잘못되어 촌스러운 색으로 잘못 칠해진 사건처럼 뭔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앤의 나날들. 그렇기 때문에 아찔하기도 한 사건도 있고, 그 속에서도 즐겁고 깜짝 놀랄만한 발견과 즐거운 사건도 발생한다.

글속의 앤은 어른으로서 점점 성장해가고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철없는 아이가 성장해가는 모습은 자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성장했다는 사실도 잊게 할 만큼 신기하고 재미있다. 특히 앤 셜리의 성장은 그녀가 주위를 기분 좋게 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꿔놓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즐거운 것 같다. 앤은 이제 대학에 가겠고, 후에 길버트와 사랑을 하겠지. 앤의 사랑 이야기도 기대된다. 

 

 

 

 

 

 

 

*"앤 셜리, 넌 어른이 된 척만 하고 있어. 혼자 있을 때는 아직도 어린애 그대로잖아."

앤이 명랑하게 말했다.​

"글쎄 한때 어린 소녀였던 버릇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걸. 난 14년 동안이나 어린애였고 어른과 비슷해진 건 겨우 3년 밖에 안 되었어. 난 숲 속에서는 언제까지나 어린애가 된 기분이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내가 유일하게 꿈 꿀 수 있는 시간이거든." -129p

​* 난 네가 대학에 갔으면 좋겠구나. 앤, 하지만 못 간다고 해도 속상해하지는 마라. 어디에 있든 우리는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니까. 대학은 그걸 좀 더 쉽게 해줄 뿐이지. 무엇을 얻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집어넣는지에 따라서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지. 인생의 풍요로움과 가득함에 온 마음을 여는 법만 배운다면 인생은 풍요롭고 가득해. 여기에서도 ... 그어디에서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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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나라 요시토모 그림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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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을 만난 건 낯선 도서관에서였다.

일을 보기 위해 갔던 처음 가보는 동네. 시간대가 안 맞아 두세 시간이 텅 빈 시간이 되었다. 그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동네 도서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낯선 공간에서 데이지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이 느껴졌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독립심 강한 데이지. 나는 독립심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마치 그 낯선 도서관에서 낯선 공간과 낯선 마음으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야 했던 데이지의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려움과 설레임. 그리고 안정되지 않는 마음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데이지라는 인물에 완전 빠져들었다.

'데이지의 인생' 책 속​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히나가쿠. 일본말로 데이지가 히나가쿠인 모양이다. 꽃 이름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지었던 작가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에는 데이지로 바뀌어졌다.

데이지는 엄마와 둘이 살다가 교통사고로 혼자가 된다. 이모 부부에게 키워져 그들의 딸로 살아도 되었을 듯 했지만, 데이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응석 부리지 않았다. 스스로 그곳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혼자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단단한 마음. 죽음에 대한 의연한 생각. 그녀의 마음을 채워주었던 달리아의 죽음마저도 스스로를 위로하듯,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듯,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데이지.

따뜻한 문체와 기분 좋은 글귀가 마음을 적시는 바나나의 책이지만, 어느샌가 그 속에 물들어있는 죽음. 나는 항상 책을 읽고 나서 죽음을 읽었다고 느끼기보다 따뜻함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책의 내용이 생각이 안 날 즈음에도 죽음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대신 따뜻한 책이었지.라고 생각이 들게 된다.

 

어릴 때 뛰어놀던 숲 속. 땀 냄새 흙냄새. 뛰놀던 숨소리가 떠올랐다. 이제는 만나지 못할 친구였던 아이들. 그들과 어느 장소를 가든 설레었고. 어디든 놀이감이 널려있었다.

나이가 들어 괜찮은 산책길을 걸았던 기억. 뜨거운 여름 햇살과 차가운 아이스크림. 바닥에 지렁이와 벌레를 피하느라 애쓰면서도 초록의 이파리들 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 마치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낸 보물처럼 느껴졌던 기억. 누군가와 걷는 것이 좋았고. 즐거웠다. 도시 속 새소리는 특별함을 더해주었고, 숲이 전해주는 맑음과 건강함에 물들고 싶었다. 추억은 그렇게 어디든 떠다니고 있었다. 그 시절의 냄새와 촉감까지 기억 날 듯한 그리움이 지금의 나를 기분 좋게 하기도 울먹거리게 하기도 한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순간순간을 떠올렸다.

 

 

* 그러고 보니 웃으면서 밤길을 걸어 돌아올 때, 이렇다 할 일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아주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나날도 이제는 끝이다. 헤어질 때가 되면 늘 좋은 일만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 있다. 내가 저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육체도 저금통장도 아닌 그런 따스한 덩어리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세계가 그런 것들을 몇 백 가지나 껴안은 채 사라진다면 좋겠다. 이런저런 곳에 살면서 쌓인 갖가지 추억의 빛을 나만이 하나로 이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목걸이다. -34p

* 한 번이라도 만나면, 그때마다 한 가지 추억이랄까, 공간이 생기잖아. 그것은 언제든 살아 있는 공간이고,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 세상에 절대 없었을 것이기도 하고, 인간이 무에서 만들어 낸 것이니까. 댐이나 로켓 같은 것도 똑같지. 사람과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창조해 낸 세계잖아. 하늘이니 운명이니 하는 것이 사고를 빌미로 우리에게서 그를 빼앗아 갈 수는 있어도, 영원히 그 즐거웠던 시간을 빼앗아 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이긴 거라고 생각해.-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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