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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 정신과 문을 여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나해인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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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신과 사용법'
내과 등 다른 병원은 꺼리지 않으면서 유독 정신과는 피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회적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겠죠. 저도 남의 일이었을 때는 타인에게 정신과에 가보는 것을 권유할 수 있었지만, 막상 제가 가야 할 사람이 되었을 때는 정신과 문 앞에까지 가기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책 제목에 걸맞게 책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꾸준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지침서 같은 이 책과 함께 많은 분이 정신과 문 앞에 힘을 덜 들이고 방문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나해인 작가님은 프롤로그에서 책을 세 그룹의 독자를 생각하며 썼다고 합니다.
1. 정신과 치료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
2. 정신과 치료를 받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 사람
3.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또한, 이 책은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궁금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보아도 된다며 앞서서 강박을 줄여주는 점에서 편안하고 다정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15p~17p 발췌
- 우리는 아픔에서조차 기준이 높다. 일상이 처참히 망가질 정도는 돼야 치료받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누구나 자신만의 고통을 가지고 있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그 고통을 해결할 권리가 있다.
- 우리는 여유를 갖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남들과 끝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다 보니 만성적인 에너지 고갈에 시달린다.
내가 왜 아프다고 해도 되는지, 정신과에 가도 괜찮은지 이유를 책에서 짚어줍니다. 덕분에 나도 몰랐던, 내가 정신과로 발길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책 속에서 천천히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정신건강은 아픈 상태, 보통의 상태, 행복한 상태 3단계로 나뉜다고 합니다. 3단계를 오가지만 그중에서도 아픈 상태에서 노력하여 보통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행복한 상태까지 가지 않더라도요. 그러니 최소한 모두가 아픈 상태에서 벗어나 보통의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은 스스로 병원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반면, 나아지고자 용기 내어 스스로 방문하는 우리들은 남들보다 예민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도 그에 상충할 장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22p~23p 발췌
- 하나의 원인만으로 생기는 정신질환은 거의 없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병이 그렇다.
- 질환은 유전적인 요인과 어느 정도의 불운이 섞여서 발생한다. 누구도 스스로 나약해서 병이 생겼다며 자책하거나 다 마음먹기 달렸으니 이겨내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정신질환도 그래야 한다.
-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정신질환이 생물학 요인, 환경요인, 심리/인지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본다.
하나의 원인만으로도 정신질환이 생기는 줄 알았더니 다른 원인이 교집합을 이루듯이 겹쳐야 생기는 것이 정신질환이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세 가지 요인 중 단 한 가지 요인만 문제 있었을 때는 '아픈 상태'는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세 가지 요인이 모두 문제가 되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을 때, '아픈 상태'라고 느꼈던 듯 합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도 단호하게 해명해 주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역사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 어쩌다 이런 오해가 생기게 되었는지도, 어떤 효과와 영향이 있는지도 함께 설명해 주셔서 안심됩니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29p~31p 발췌
- 뇌는 경험에 반응해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른다. 반복하는 행동을 담당하는 신경회로는 굵어지고, 굵어지면 신경전달 속도도 빨라진다. 습관도 이런 뇌의 특징 덕분에 만들어진다.
- 불안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습관이 된다. 불안회로를 가열하게 돌리면 더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불안해진다. 불안회로가 많이 쓰인 만큼 쉽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 신경가소성은 눈에 보이는 뇌의 구조적인 변화도 가져온다. 특히 뇌의 세 곳이 변화를 보이는데 바로 편도체, 해마, 전두엽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세 곳이 망가져 버린다.
- 뇌는 오래 지속된 상태를 기본 상태라고 설정하는 버릇이 있다. 우울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뇌는 우울을 기본 상태로 설정해버린다. 건강하고 평안하던 마음이 기본값이었을 때는 우울하거나 불안해졌을 때 이상황을 불편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어지면 내가 원래 어땠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지구가 항상 자전하는 것을 인간이 느낄 수 없듯이, 나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과학적으로 상세하게 알고 나니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33p~35p 발췌
- 누구나 나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그 짐의 무게는 직접 그 자리에서, 그 존재로서 겪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그러니 내짐의 무게를 남과 비교하지 말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롭다"면 괴로운 것이다.
- 힘들어지기 시작한 마음은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에너지가 떨어져서 나를 돌보기 귀찮으니 먹는 것도 대충, 자는 것도 대충, 씻는 것도 귀찮아진다. 이렇게 에너지가 떨어졌는데 주변 관계에는 힘을 쏟을 수 있을까.
- 뇌는 자기 상태에 맞는 정보를 수집하는 특징이 있다. 우울해진 뇌는 자신이 우울해야 하는 이유를 수집하고, 불안한 뇌는 불안한 이유를 수집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점점 땅굴을 파는 데 몰두한다.
도움을 받을 길이 있는데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는 없다.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고, 나를 과학적으로 이해시키는 문장들이 책에서 계속됩니다.


정신질환 중 우울, 불안, 번아웃, 성인 ADHD, 강박, 수면 문제, 중독, 트라우마에 대해 세 가지 요인(생물학 요인, 환경요인, 심리/인지 요인)으로 나누어 세세하게 알려주고 어떻게 벗어나면 좋은지도 알려주어 정말 좋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밑줄을 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제가 배운 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외에도 병원을 선택하는 방법과 약을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복용하면 되는지 등 정신과에 관련된 정보를 A부터 Z까지 알려주는 완벽한 책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