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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들었던 생각이다. 마치 평소에 존경했던 사람이 내게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해 주는 것만 같았다. 평범한 가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란 내가 지난 2년여 동안 왜 그렇게 정신적으로 힘들어했었는지 그 풀리지 않던 의문들이 이제 서야 이 책을 통해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왜 내게 아무런 대답이 없으세요?! 힘들 때 주님의 이름을 부르라면서요?!" 이렇게 외치면서 기도했을 때 정말 화가 날 정도로 내 가슴은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내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은 언제나 '침묵'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침묵에 대한 나의 답변은 ‘용서 없는 하나님과 죄인인 나와의 관계는 끝났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은 은혜-용서의 또 다른 이름-였었다. ‘설사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나를 받아주시고 소유로 삼으사 품어주시고 인정하시며 절대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했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조금씩이지만 내 마음을 다시 회복시켜주고 계신다. 이 책은 그러한 하나님의 마음에 대한 가장 분명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에서는 용서만이 비은혜의 사슬을 끊고 비난과 고통의 악순환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용서하지 않으면 과거의 감옥에 갇히며 변화의 잠재력은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기로 했다.
예수님이 죄인을 사랑하시는 이유는 사람을 죄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닌 본래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모습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필자의 말이 내게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에겐 자유선언과 같았다.
일단 한 번 하나님의 은혜에 눈뜨기 시작하자 은혜는 봇물과도 같이 터져 나왔다. 바베트의 만찬처럼 맛난 음식이 끝이 없어서 감당할 수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정말로 하나님의 원하시는 것이 훌륭한 행위가 아니라 내 마음이라면 내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진다. 일주일에 성경 100장 읽고 경건생활 체크표에 당당히 기록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손 내밀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미래에 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되든지 유흥업소 사장이나 고리대금업자와 같이 성경에서 금하고 있는 직업이 아니라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소금’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한 번 더 자유롭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비은혜의 법칙으로 움직이는 세상에 놀라운 은혜의 법칙이 존재함을 몸소 알리고 싶어졌던 것이다.
내 마음에는 여전히 철벽성이 존재하고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애쓰지만 자그마한 여파에도 금방 그 속으로 숨어버리는 나를 본다. 그런 나를 거의 매일같이 달래며, 감사하는 말을 하면서 어루만지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쯤 이 과정이 끝날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이라는 영원 속에 존재하는 내 모습을 하나님은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내 존재를 기뻐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