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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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악의란 대체 무엇인가,




『악의 - 죽은 자의 일기』





최고위층들만 사는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투신한 여성 시체와 가족 관계로 보이는 늙은 부인의 시체, 그리고 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렴결백 이미지의 국회의원. 사건종결 지시에도 끝까지 진실을 쫓는 형사, 마치지 못한 복수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대략적인 줄거리가 될 것 같다.


투신한 여성은 이미 죽은 이인데, 그녀는 홀로 복수를 준비하며 그 궤적을 일기에 남겼고, 서사 중간 중간 힌트처럼 부분적인 발췌가 들어가 있다. 말 그대로 죽은 자의 일기인 셈이다.



빠른 장면 전환을 위한 묘사, 치고 빠지는 식의 서술은 몰입도를 높혀준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것도 입체적으로 다루지 못해 단면만 보여주는 드라마의 서술방식. 술술 잘 읽히긴 한다.


하지만 인물을 그리는 방식 역시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평이하다고 해야 할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모된 스토리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끝부분은 묘하게 미적지근한 마무리를 남기고 끝나니 괜히 찝찝하기만 하다.


가면 뒤에 가린 진짜 얼굴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어서도 상투적이다.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한 채 한 줄 설명로 넘어가고, 악인이니까 그에 맞는 나쁜 짓을 해야 하니까, 당위성 따윈 없이 그저 그에 맞는 행적을 그리는데 그치고 만다. 꽤나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지 못하고 고개만 갸웃거리며 신속한 서사를 뒤쫓아가며 읽기 바쁘다. 


이 소설이 만약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진 정치쇼의 뒷면을 그리며 스릴러적 재미까지 더하려는 야망이 있었던 거라면 절대 성공한 작품은 못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스릴러와 사회비판적 시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하나라도 깊게 파고들어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흔한 연속극, 아침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자극적인 스토리, 복수 동기 역시 너무 빈약하고 극대화시키며, 비극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그저 장면을 보여주기 식으로 이어붙인 게 안타깝다.


피해자의 악의와 가해자의 악의를 구분짓기 위함인가. 악의가 피어나는 지점을 그리고자 했던 걸까.


기대작이라는 평을 보고 읽게 된 것 같은데, 글쎄...다음은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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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블루스 앨버트 샘슨 미스터리
마이클 르윈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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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탐정 골라 읽기

앨버트 심슨 VS 스기무라 사부로

 

 

 

 

인디애나 블루스(Ask the Right Question)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를 좋아한다. 셜록 홈즈를 좋아했던 것처럼, 엮인 관계성이나 스토리를 비롯하여 가장 혹한 부분은 역시 중심 인물의 매력이다. 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재구성될 정도로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스기무라에게 어느 정도 매력을 느낀 부분이 있기에, 시리즈가 나온다는 게 너무 기대가 되고 기다려진다. 마침 국내에서도 행복한 탐정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계속 번역, 출간될 예정인 듯 하여 더욱 반가웠다.

 

이러던 중 미미 여사가 아무 욕심이 없는 듯한 소시민 탐정 스기무라을 탄생시키기까지 영감을 준 작품이 있다고 하니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바로 지르게 되었다.

 

 

 

사건의 줄기는 크게 하나다. 출생의 비화를 밝혀내는 것,

의뢰인 엘로이즈는 우연한(?) 과학 실험에 의해 자신의 부모님과 혈액형이 맞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에 친부의 행방을 찾아 달라며 앨버트 심슨 탐정 사무소에 의뢰를 맡기게 된다. 과연 그 결말은 조금 충격적인 부분이 있다. 스팩타클한 추리과정이나 아름다운 인물과의 관계라든지 뭐, 그런 화려한 요소들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정은 탐정이다. 앨버트 심슨은 훌륭히 그 진실을 알아내고야 만다.

 

 

 

**

 

 

 

마이클 르윈의 앨버트 심슨 시리즈의 첫 대면이다. 7년차 사립탐정 앨버트 심슨은 바른 생활 사나이라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게 그가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 저지르는 범법 행위가 좀 된다. 근데 그게 되레 매력적이다. 스기무라가 평범한 듯 사실 평범하지 않은 인물인 것처럼. 예를 들어 요즘 같은 경쟁구도가 기본인 시대에 재벌가에 들어가 그만한 출세욕도 없이 그저 관계성에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는 인물이라니, 착해빠졌다고 하기엔 어떤 부분에선 둔하고 무심하기까지 하다. 한 번 몰두하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집중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바른 생활이라면 차라리 스기무라에게 더 적합한 수식어다.

 

그에 반해 앨버트 심슨은 다소 헐렁하다. 정말 인간적이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며, 굴욕은 어떡해서든 소소한 일침이라도 가하려고 시시때때로 궁리한다. 7년 차 경력에 걸맞게 큰 성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탐정 일을 행하는 데 있어서의 필수 정보 습득을 위한 인맥도 있다. 이혼한 아내에게는 '내 여자'라 부르고 그와 내 여자 사이에는 사랑스러운 딸도 있다. 탐정 일을 아직 본격적으로 시동걸기도 전인 스기무라와 다르게 앨버트는 노련한 탐정이다. 미행의 노하우도 있으며, 그 미행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한 팁도 가지고 있다.

 

앨버트 심슨의 헐렁함은 의뢰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스기무라가 이혼을 하기 까지 엮인 이성과의 관계를 보자면 시작한 것도 아니고 시작 안 한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긴장만 오간다면, 앨버트는 대놓고 의뢰인에게 사적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억누르려 참 애를 쓴다. 그래, 사실 이게 더 인간적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좀 별로였다. 그것도 어린 여성 의뢰인이었기에 민감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스기무라와 앨버트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탐정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자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관계성, 인간을 내면을 들여다보려 애쓰던 스기무라가 탐정으로 재출발 하게 되었다면, 앨버트 역시 조사 도중 대면한 관계 속에서 적당 이상의 보수를 받고 손을 털었으면 끝났을 일을 이른바 진실을 알고자 한 호기심에 더 끝까지 매달린다. 중간 중간 찾아오는 회의감에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 그냥 돈을 받을 걸 그랬나, 하고 후회하는 부분은 역시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쫓고 되레 당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엮인 다른 과거 사건마저도 해결하게 도와준 셈이니 그 도리는 성실히 다한 것이다.

 

 

**

 

 

어쩌다 보니 같이 묶어 얘기를 하게 됐지만, 대조해보니 각각의 매력이 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읽을 때는 그렇게 재밌게 읽히지 않았는데, 스기무라와 대조해 이것저것 살펴보니 재밌는 요소가 참 많았단 걸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과 별로였던 부분은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미미 여사가 밝혔듯이 스기무라의 모티브가 앨버트로부터 시작된 점이다. 그런데 그 외에도 묘사를 하는 과정에서 재밌는 구석이 있었는데, 인물 묘사하는데 있어, 그 인물이 입고 있는 옷과 특징, 가구의 배치나 주변 배경 묘사 등이 세세하게 표현한 부분이 서로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이다. 미미 여사의 책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원인 중 하나가 세세한 묘사에 있다고 보는데, 마이클 르윈은 전반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군데 군데 그러한 세밀한 묘사가 있다. 그래서 재밌었다.

 

아쉬운 부분은 역시 의뢰인과의 관계이다. 이 책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랄까, 도시 분위기 속에서는 그저 매력적인 도구로 쓰일 프레임일지 몰라도 읽는 내내 거부감이 들어서, 이 부분만 제외한다면 괜찮겠다 싶었다. 노골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암시하고 약간의 기류만 흐를 뿐이지만 그래도 역시 싫었다. 그래, 그것마저 없으면 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탐정 이야기의 재미가 더 떨어질 거라고 느낄 수 있지만, 여튼 간에...이건 개인적인 사견일 뿐이다.

 

원제와 번역되어 출간된 국내 출간본의 제목의 성격이 각기 다른데, 이에 대해서도...영포자는 할 말이 없지만, 이것도 눈에 잘 띄게 할만한 제목으로 지었겠지...싶다. 같은 출판사에서 이렇게 연달아 앨버트 심슨 시리즈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가 나온 것은 독자로 하여금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앨버트 심슨을 읽고 나니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가 너무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도 너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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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동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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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여왕의 유작소설집?!

 

 

 

 

『빛이 있는 동안』

 

 

 

 

 

 

애거서 크리스티는 100여권이 넘는 장편, 단편집과 희곡 작품을 썼고, 그의 작품은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가히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릴만 하다. 미스터리 작품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다양한 시리즈를 써냈다. 그 중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인『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가장 흥미롭게 읽기도 했다.

 

신작 도서들 가운데 인기 있는 작품의 리커버 시리즈나 각색된 장르 변화로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 출간되는 도서도 있었다. 그 가운데 제목과 작가의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과는 그리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9개의 단편으로 엮인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작소설집을 완간하려 이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초기의 미숙한 습작소설들은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개중 개작되어 실린 작품의 원석 같은 형태를 취한 것도 있다.

 

그녀의 작품 중 유명한 탐정인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단편이 2편 정도 있다.

정말 단편일 뿐이다. 많은 시리즈를 창작해낸 만큼 작품성과 그 특성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랄까,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 읽을 때엔 실망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이러한 틀을 깨고 싶고, 작가에 대해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고자 하는 모험정신이 있는 독자라면 찾을만 한 것 같다. 덧붙인 해설은 친절히 이 작품은 어디에 실렸고, 어느 시기에 어떠한 방향으로 수정되기도 했는지 안내해준다.

 

독특한 매력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잠깐 동안 그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초기 습작들의 성격은 모호함이 강하고, 구체성이 다소 떨어지긴 하다. 이중 매력적으로 느꼈던 작품은 표제작이다. 모호함이 되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푸아로가 등장하는 소설은 생각보다 재미도, 매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솔직히 기대보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집이라 할 수 있겠다.

 

 

아쉬운 것 한 가지 덧붙인다면 차례 목록의 본 소설집의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이다. 서문에서 간략하게 안내한 작품들을 순서가 아닌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으려고 차례를 보니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건 편집 실수인지, 인쇄 실수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아쉬움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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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 -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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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시시함, 詩詩한 일상으로,




시시詩詩하다




**



이 책은 2011년에서 2016년에 걸쳐 진은영 시인이 한국일보에 연재한 '아침을 여는 시' 가운데 92편을 골라 엮은 책입니다. 시와 더불어 시인의 자신의 독법으로 간단히 덧붙인 글이 바로 옆면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총 네 가지의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는데, 매 순간순간들을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늘 작가의 사유방식과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궁금증이 입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자들이고, 이는 이 세계에서 단독자로 살아가는 자들이 터득한 노하우를 얻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보게 됩니다. 어른으로 자라기까지 성장을 지나 '사회'에 진입하기까지 생활하는 그 모든 것들은 일종의 상식과 규범 속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받아들이며 지켜가게 살게 됩니다. 그속에서 편견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느끼는 것들이 너무 획일화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의문을 품어야 할 순간들도 그러려니 하며 넘기게 되는 것입니다. 더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들도 늘 보는 좁은 시야 속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질 못하고 막혀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갇혀 있는 듯한 판단 속에서 말이죠.


때문에 가끔 막혀 있는 것들에 틈을 만들어줄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감각이 많이 무뎌졌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떠한 순간이 견디기 힘들 때 회피해버리는 유형입니다. 충동적이며 해야 할 일을 종종 미루고 힘들어하곤 하죠. 아프지 않고 상처받기 싫어서 자꾸만 쌓았던 방어기제들이 뭉쳐 벽을 이루고 그 견고함이 어느새 자리잡고 마는 것입니다. 이럴 때 저는 시인들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어떤 시인은 물고기의 눈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시인은 2차원 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런 눈들이 모여 각자의 방식대로 보고 쓴 것들을 통해 나름의 자극을 얻기를 바라고 더불어 무뎌진 감각이 깨어나주길 바라봅니다. 저 또한 저만의 눈으로 보고, 또 읽을 수 있도록 말이죠.


책 속에 담긴 시들은 한국시인들의 시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시인들의 시도 같이 실려 있습니다. 익숙한 이름들 사이로 낯선 이름들이 보이니 또다른 궁금증이 생깁니다. 짧은 생을 마칠 때 시를 남겨두고 떠난 젊은 시인의 비명과도 같은 시도 있고, 한없이 낙관적인 시선이 보이는 시도 있습니다. 낯선 이름들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시인은 기유빅이라는 시인이네요. 아픈 사정을 가지고 자라와서일까요. 왠지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인이 각 시들에 대해 덧붙인 글은 시를 분석하고 그 의미망을 찾는 글이 아닙니다. 어쩌면 사견에 가까운 글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와 더불어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도 있고, 그 시인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때론 철학을 공부한 시인이라서 그런지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그것도 자주 말이죠.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요. 시인은 자신의 독법이 아닌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독법이 있길 바랍니다. 시인이 읽어내었다고 해서 정답이 아닌 것처럼. 시는 각자 읽고 느끼는 방식대로 전혀 다르게 볼 수도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여백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잉여의 부분은 읽는 이가 채워가면 되는 것이지요.




**



제가 특별히 주목한 부분은 2장 나만의 인생 이 부분입니다. 1장의 이별의 순간에서 재밌는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별이라고 하면 떠올릴 주된 테마인 사랑말고도 자신과의 이별, 하루가 넘어감으로써의 순간의 이별, 끝난 우정에 대한 이별...다양한 이별의 순간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면 이상하게 이별이 떠올랐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단지 같은 반이고 같은 과였기 때문에 친구라는 명목으로 묶어지는 관계들에서 어긋난 순간이 올 때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믿음이 깨진 듯하게 느껴지고 배신당한 기분마저 듭니다. 실제로 내가 선택하여 맺어진 관계도, 그러한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드문데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알아왔기에 우리 우정은 깊고 소중하다 착각했었죠. 그런 우정이 진짜라고 믿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실상을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알고 지낸 시간이 짧아도 누구보다 날 잘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과는 앞으로도 소중한 우정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물론 이건 저의 성향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돌고 돌았지만, 제가 주목했던 '나만의 인생'이란 파트에는 유독 한국 시인들의 시가 많이 배치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단순히 성공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삶을 살아가려해서일까요. 물론 이것도 행복해지기 위해서지만요. 살아가는데 의문이 드는 순간이 참 많은데 이것마저 묵살되는 현실이 너무 서글퍼집니다. 너무 열심히 살아서 어느 순간 도무지 일어설 힘이 없을 만큼 사는게 지치고 고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학이 무슨 소용이냐는 사람들도 많고 사치품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습니다. 당장의 아픔을 해소해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나를 들여볼 때, 나에 대해 아직도 너무 궁금한 것들이 많을 때 맨처음 말했듯이 다른 눈이 필요할 때, 순간의 숨통이 트이길 바랄 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핸디북처럼 작은 책 속에 다양한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매일 어느 순간이고 펼쳐볼 수도 있지요. 시인의 취향으로 선정된 시들이겠지만 그것 또한 고심하여 고르고 골라 실린 시들이겠지요. 순간을 담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앞서 읽고 밑줄 그었던 부분이 다음 페이지 한 구절 인용되어 사진과 함께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보는 눈이 같아서였을까요.


'감성'에 어느새 '오글거린다'는 말이 덧붙여진 요즘이지요. 말 한마디, 어조 하나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감성을 사치라 여기지 말고, 오글거리다는 평으로 밟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표현하고 해소하기도 하기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이런 생각 또한 문득 들었습니다....






(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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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 위대한 두 여성 인류학자의 사랑과 학문
로이스 W. 배너 지음, 정병선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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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동반자였던 두 여성인류학자들의 위대한 전기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



저자인 로이스 W. 배너는 역사 및 젠더학 교수로 재직하는 여성학자이다. 서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두 여성인류학자들에 대한 꽤나 심도있는 연구를 위해 방대한 자료와 힘겨운 싸움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단한 끈기와 열정과 인내로 이뤄낸 과업인 셈이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방대한 양의 전기서가 나왔으니, 그동안의 고통을 토로할 만하다는 생각을,읽어나가는 독자로서는 백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와 마거릿 미드, 단순히 두 사람의 저서나 연구에 대해 언급한 것뿐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해 꽤나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는 1부 1장의 선구자라는 제목부터 짐작해볼 수 있듯이, 저자는 그들의 조상의 삶까지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집안 내력을을 통해 자라온 환경이나, 성장과정 등을 통해 그들이 어떤 인물로 자라게 되었는지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고향을 방문하거나, 연구자들이나 관련된 인물을 만나고, 연구자료를 살피면서.



마거릿과 루스는 1922년, 뉴욕 바너드대에서 개설한 인류학 입문과정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프란츠 보애스라는 교수 밑에서 각각의 학문의 지평을 넓히기 시작하는데, 당시 마거릿은 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심을 하던 시기였다. 저자의 표현을 빌어 설득에 꽤나 소질이 있었던 루스의 권유 덕에 문화인류학에 들어서게 된 마거릿은 처음부터 루스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루스 역시 자신의 우울했던 성질을 감추기 위한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마거릿에게 첫 눈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둘은 평생을 두고 영혼의 동반자로써 친구이자, 학자이자, 연인으로 지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공통된 부분이 있겠지만, 상반되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자라온 환경이나 교육방식의 차이에서 또 다르게 형성된 특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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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엄하고 독실한 크리스찬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타고나기를 예민한 루스는 자주 구토병을 앓았고, 동생에 대한 열등감에 비교되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그러나 타고난 감수성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우울한 성향의 원인이 정서적 아동학대 때문인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바깥에서 보기에는 큰 계기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루스는 어릴 적부터 환상이나 공상에 몰두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종교를 통하여 이런 기질이 다스려지길 바랐고, 나름의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며, 정교하고 복잡한 자살을 꿈꾸기도 했다니, 죽은 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관 속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을 때도 그러했다. 그에게 죽음은 낭만화된 경향이 있었던 게 일찍이 그리스도의 부름을 받고 가는 것이기에, 그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또한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데에도 타고난 데가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강연을 하다가도 떠오르는 이미지의 생생함에 자주 멈칫한 적이 있다고도 한다. 루스가 기피했던 이미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닭장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그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열한 살 무렵에는 신장이 무려 170cm였다니, 무척이나 건장한 체격을 가졌던 것 같다. 모나리자와 같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 안에 내재된 남성성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고, 특유의 신경질적인 부분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주변인을 대했다고 한다.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그는 특히 자신이 그리는 환상세계에서 남성적 골격을 가진 무녀 시빌의 이미지를 자주 차용했다고 한다. 꽤나 우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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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은 이와 반대로 일반적인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듯 보였다. 부모님 두분 다 교사아자 학자였고, 어머니는 자유연애사상을 가진 개방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인종차별을 지양하며 하녀나 주변 일꾼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늘 주의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엘리트주의의 틈새로 조숙한 아이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마거릿은 활동적인 낙천주의자였다고 한다. 사랑을 준 동시에 상처를 준 것 역시 부모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마거릿은 자신안의 남성성을 너무나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안정된 결혼생활을 꿈꿨으며,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싶어한 동시에, 아름다운 여성에게 끌리기도 했다. 니체의 사상에 동의한 부분이 있었으며, 자유연애와 양성애적 태도를 지향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웬만한 남성보다 더 정력적인 활동가였던 게 심리학 석사학위 논문을 쓸 당시, 인류학 박사학위 논문을 동시에 진행시켰으며, 시간제 근무까지 했다고 하니 대단한 열정을 가진 인물인 것 같다. 이는 루스와 마거릿 모두 공통된 부분이기도 하다. 둘다 자신이 연구하고 갈고 닦는 학문에서 성공을 하고 싶었고 명예를 얻고 싶어 했다는 점이 공통된 부분이다.

또한 여성스럽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이른바 연출자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대학시절 겪었던 차별을 통해 이미 소수자의 세계를 경험해봐야 했고, 이에 굴하지 않고 인기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한 것 또한 놀랍고 대단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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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닮은 부분만큼이나 상반된 성향의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두고 '시빌'의 이미지에 대한 대비되는 의견을 나눌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각자 자신만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이는 저서를 쓸 때 가장 긍정적으로 작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인류학과 여성학에서 두루 영향을 미칠 굵직한 연구와 저서를 남겼다.

루스 같은 경우 특유의 감수성을 토대로 인간의 사상, 행동의 의미를 심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했었고, 문화와 퍼스낼리티 연구나 국민성 연구의 기초를 이루게 되었다. 주요저서로는『문화의 유형』,『민족-과학과 정치성』,『국화와 칼』등이 있다.

마거릿 같은 경우 실제로 뉴기니, 발리섬 등의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였다. 청소년기에 있어서 문제와 성 행동에 대한 이론을 발표하였고, 미국 문화인류학에 심리학적 방법을 도입하고 발전시켰다. 주요저서로는『사모아의 성년』,『마누스족 생태 연구』,세 미개사회의 성과 기질』,『남성과 여성』,『권위에 대한 소비에트인의 태도』등이 있다.

마거릿 역시 국민성에 관한 비교연구에서도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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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부분들이 군데군데 자연스럽게 잘 녹여져 있는데, 이들의 성장과정과 관계성, 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 저서를 쓰게 된 배경, 연구를 진행시키는 데에 따른 노력 등은 물론, 당시의 체제 이를 테면 가장의 윤리주의라든지, 결혼을 하면서 완성될 것으로 생각되었다는 여성성이라든지 현대의 사고방식과 비견해 주목할 부분들이 많았다.

동성간의 스매시, 크러쉬 열풍이라든지, 레즈비언 문학을 창시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 성경의 룻기 구절이라든지, 같은 인류학을 공부하면서도 여성학자들을 견제했던 남성학자들의 태도라든지 정말 사소한 것 하나부터 거대한 세계나 이론에 대해 언급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대단한 책이다. 그들의 조상의 삶을 훑으면서 가정환경, 성장배경을 고증을 통해 상세히 서술한 것도 그렇지만, 그들의 학창시절 교우관계, 연애이야기, 대학시절 영향을 미친 주변인들이다 유명인사에 대한 부분, 당시의 젠더문화나 연구에 대해서도 관련된 부분은 모두 언급하고 지나간다. 그래서 각주를 제외하고도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정말이지 엄청난 분량이다. 

고로 두 사람의 관계성에 대해 어떠하다고 결정내리기 보다 그들의 저서를 더불어 같이 펼쳐놓고 부분 부분 음미해가며 읽어야만 완독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난 제대로 된 완독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일단 너무 무지했었기 때문에)

인류학에 무지했고, 여성학에 무지했고, 두 사람 이름을 완전히 처음 접한 사람은 멘붕에 빠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그러했다. 차라리 두 사람의 저서를 읽고서 시작했다면 더 잘 읽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자꾸만 남는다. 내가 예상하고 목표했던 지점과 이 책의 본래 목적이 약간은 비껴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약간의 오류일 뿐이다. 내 스스로가 가졌던 잘못된.

여튼 이 책은 인류학에 관심을 두고 있고, 루스와 마거릿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공부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도움을 될 책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대단한 업을 이뤄내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루고 그 사람의 연구과제를 다루기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무려 두 사람의 삶을 동시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두 사람의 관계성을 염두해두면서 말이다. 저자 역시 페미니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니 더할 나위 없다. 좋은 연구서적인 동시에 참고서적이 되어줄 것이다(입문서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연한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 대신 이렇게 연구해줘서 감사한 마음마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이 리뷰는 현암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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