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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 죽은 자의 일기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그래서, 악의란 대체 무엇인가,
『악의 - 죽은 자의 일기』
최고위층들만 사는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투신한 여성 시체와 가족 관계로 보이는 늙은 부인의 시체, 그리고 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렴결백 이미지의 국회의원. 사건종결 지시에도 끝까지 진실을 쫓는 형사, 마치지 못한 복수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대략적인 줄거리가 될 것 같다.
투신한 여성은 이미 죽은 이인데, 그녀는 홀로 복수를 준비하며 그 궤적을 일기에 남겼고, 서사 중간 중간 힌트처럼 부분적인 발췌가 들어가 있다. 말 그대로 죽은 자의 일기인 셈이다.
빠른 장면 전환을 위한 묘사, 치고 빠지는 식의 서술은 몰입도를 높혀준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것도 입체적으로 다루지 못해 단면만 보여주는 드라마의 서술방식. 술술 잘 읽히긴 한다.
하지만 인물을 그리는 방식 역시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평이하다고 해야 할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모된 스토리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끝부분은 묘하게 미적지근한 마무리를 남기고 끝나니 괜히 찝찝하기만 하다.
가면 뒤에 가린 진짜 얼굴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어서도 상투적이다.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한 채 한 줄 설명로 넘어가고, 악인이니까 그에 맞는 나쁜 짓을 해야 하니까, 당위성 따윈 없이 그저 그에 맞는 행적을 그리는데 그치고 만다. 꽤나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지 못하고 고개만 갸웃거리며 신속한 서사를 뒤쫓아가며 읽기 바쁘다.
이 소설이 만약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진 정치쇼의 뒷면을 그리며 스릴러적 재미까지 더하려는 야망이 있었던 거라면 절대 성공한 작품은 못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스릴러와 사회비판적 시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하나라도 깊게 파고들어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흔한 연속극, 아침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자극적인 스토리, 복수 동기 역시 너무 빈약하고 극대화시키며, 비극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그저 장면을 보여주기 식으로 이어붙인 게 안타깝다.
피해자의 악의와 가해자의 악의를 구분짓기 위함인가. 악의가 피어나는 지점을 그리고자 했던 걸까.
기대작이라는 평을 보고 읽게 된 것 같은데, 글쎄...다음은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