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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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터넷에서 '행복한 고구마라는 만화를 봤다흔히 말하는 비유처럼 황새를 쫓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뱁새 이야기나백조를 꿈꿨던 미운 오래 새끼 같은 이야기 같았지만 결말이 조금 달랐다인삼 밭에 있는 고구마는 인삼이 아니라서인삼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불행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인삼이 아니어도사실은 고구마였어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꼭 누구처럼 성공하지 않아도멋지거나 예쁘지 않아도특별한 존재가 아니어도존재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그 지점을 바라볼 수 있게 한 그 그림이 정말 좋았다그런데 마침 이끌려 보게 된 책이 지금아니 늘 슬럼프 구덩이 속으로 몸을 구겨 넣는 나에게 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이번 생은 망했다며 넋 놓고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그냥 흘려보낸 시간들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포기하지도 못했다내 인생 단 한 번 운도 없었으니앞으로 한 번쯤 운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해본 적도 있었다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고민해보았지만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난 뭘 해도 늘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고그래프가 요동치듯 기분은 수시로 바뀌곤 했으며어느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이 세상에서 지워지고 싶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나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주변에 지인들 중 워커홀릭이나 즐겁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지지부진한 생을 살아가는 데가 더없이 한심스러웠고그런 말이 그대로 나에게 화살처럼 날아와 내 마음에 박히기도 했다뭐라도 하지왜 집에만 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그런데 잘 모르겠다확실한 건 태생이 집순이라는 것과 게으름을 지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성실히 최선을 다하며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삶... 지금껏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크게 바뀔 것 같진 않다그래서 나쁘다고 손가락질 받을 건 아니지 않을까답답해 보여도 이게 내 삶의 방식일 수 있으니까.

 

집순이 기질이 다분한 도대체 씨의 삶의 기술이라고 해야 하나살아가는 방식이 나와 흡사한 부분이 좀 많았다그래서 더욱 공감하고 지인으로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앞서 '행복한 고구마'를 그릴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에 매력이 더했다군데군데 스며있는 유머와 사고방식이 긍정적이었고물론 긍정적이기 위해 노력한 것일 수도 있지만기본적으로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책은 총 6부로 나뉘어져 있고제목과 파트별 타이틀도 어찌나 공감이 가든지. (1부 어쨌든 출근은 해야 2부 장점은 있어 3부 이러려고 이렇게 사는 게 아닙니다! 4부 망한 걸까 5부 이 와중에 즐거워 6부 무엇이 되지 않아도이건 꼭 같이 나눠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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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보낼 때 자주 드는 생각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참으로 기발하다한 수 배워가는 기분.



그동안 매일같이 사간 여행을 하고 있었다니스스로 대견하다.



이건 마치 영원불변의 법칙 같은...



이런 생각으로 몇 년을 잠 못 이루고 보냈는지...



가질 수 있는 게 충분해서 기쁘네...



애송이다운 '폴짝이 포인트



소름 끼치게도 한심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매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다이어트 글을 북마크할 때의 기분이다.

 


그건 바로 인생의 진리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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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일을 찾는 게 너무도 어렵다하지만 만약 찾게 된다면이제 스스로를 그만 괴롭힐 수 있을 것 같다.


바보가 아니야, 47

 

나는 그대로였다더 이상 돈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고운송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아도 되고어제 잠깐 본 사람들의 얼굴을 오늘 다시 기억해내지 않아도 될 뿐이다해야 할 일이 달라졌을 뿐이었다나에게 맞는 일을 맡았을 뿐이다그 이유만으로 나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게 되었다.

 

전에는 지긋지긋 했지만 이것마저 못하는 시절 속에 살아보니 매일 노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척 감사하다.


일상의 힘, 54

 

누군가는 한없이 슬퍼할 자유도 없는 월급쟁이의 비애라고 할 것이다그러나 나는 그것이 일상의 힘이라 믿는다.

 

게으른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는 행태를 너무 자주 반복한다어쩌면 파멸의 순간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견딜만한 지옥에 있기 때문일지도이게 다 게으름 DNA 때문이다.

 

애써 괜찮다고 위안하며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일 뿐.


먹고살 건 많아, 163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정말 괜찮은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뾰족한 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은 너무 고달프다그러니 서로에게 혹은 자신에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격려하듯위로하듯확인하듯다짐하듯조용히 달래듯먹고살면 됐지먹고산다는 게 어디야먹고사는 게 중요하지야야먹고살 건 많아.

 

하지만 사실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듯 정말 괜찮지는 않은 것이다.

 

하고 싶을 위해서라면 하기 싫은 일은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근데 하고 싶은 일이란 뭘까.


종합세트, 232

 

이젠 인생의 모든 순간을 내 마음에 드는 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아마 그런 삶은 여간해선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을 견딜 수밖에인생은 종합세트이니까.

 

나도 내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이해 못할 타인의 삶까지 관여하고 싶지 않다이런 사람이 있다면 저런 사람도 있겠지.이해보단 인정으로.


이유를 묻지 마세요, 253

 

우리는 서로를 꼭 완전히 이해해야 할 의무도이해시켜야 할 의무도 없다그냥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재는 그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며.

 

그런 와중에도 욕심은 잘 버려지지 않고여전히 부족하지만그래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보려 한다.


별수 없죠, 264

 

나에게 맞는 수심과 유속의 강을 찾으면그때 배를 띄울 수 있을 거라 믿으며조금씩이라도 내 배를 만들어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영영 배 같은 거 띄울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렇대도 그렇다면 별수 없죠’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외쳐보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진다하지만 책 선물은 마치 내 취향을 강요하는 것 같아 저어 될 때가 많다그래서 어느 순간 잘 안 하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도대체 씨의 이 책 만큼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안 그래도 고된 삶나부터 스스로에게 너무 심한 채찍질은 이제 그만 두고서 ''부터 살펴보는, ''에게 잘하는 삶을 살아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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