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인생의 진리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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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일을 찾는 게 너무도 어렵다. 하지만 만약 찾게 된다면, 이제 스스로를 그만 괴롭힐 수 있을 것 같다.
* 바보가 아니야, 47쪽
나는 그대로였다. 더 이상 돈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운송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아도 되고, 어제 잠깐 본 사람들의 얼굴을 오늘 다시 기억해내지 않아도 될 뿐이다. 해야 할 일이 달라졌을 뿐이었다. 나에게 맞는 일을 맡았을 뿐이다. 그 이유만으로 나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게 되었다.
전에는 지긋지긋 했지만 이것마저 못하는 시절 속에 살아보니 매일 노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척 감사하다.
* 일상의 힘, 54쪽
누군가는 한없이 슬퍼할 자유도 없는 월급쟁이의 비애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일상의 힘이라 믿는다.
게으른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는 행태를 너무 자주 반복한다. 어쩌면 파멸의 순간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견딜만한 지옥에 있기 때문일지도. 이게 다 게으름 DNA 때문이다.
애써 괜찮다고 위안하며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일 뿐.
* 먹고살 건 많아, 163쪽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괜찮은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뾰족한 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은 너무 고달프다. 그러니 서로에게 혹은 자신에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격려하듯, 위로하듯, 확인하듯, 다짐하듯, 조용히 달래듯, 먹고살면 됐지, 먹고산다는 게 어디야, 먹고사는 게 중요하지, 야야, 먹고살 건 많아.
하지만 사실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듯 정말 괜찮지는 않은 것이다.
하고 싶을 위해서라면 하기 싫은 일은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하고 싶은 일이란 뭘까.
* 종합세트, 232쪽
이젠 인생의 모든 순간을 내 마음에 드는 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아마 그런 삶은 여간해선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을 견딜 수밖에. 인생은 종합세트이니까.
나도 내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해 못할 타인의 삶까지 관여하고 싶지 않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저런 사람도 있겠지.이해보단 인정으로.
* 이유를 묻지 마세요, 253쪽
우리는 서로를 꼭 완전히 이해해야 할 의무도, 이해시켜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재는 그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며.
그런 와중에도 욕심은 잘 버려지지 않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보려 한다.
* 별수 없죠, 264쪽
나에게 맞는 수심과 유속의 강을 찾으면, 그때 배를 띄울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조금씩이라도 내 배를 만들어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영영 배 같은 거 띄울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렇대도 ‘그렇다면 별수 없죠’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외쳐보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책 선물은 마치 내 취향을 강요하는 것 같아 저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잘 안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씨의 이 책 만큼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안 그래도 고된 삶, 나부터 스스로에게 너무 심한 채찍질은 이제 그만 두고서 '나'부터 살펴보는, '나'에게 잘하는 삶을 살아보자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