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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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아간다는 것과 부끄러움에 대하여,



그 개와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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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임현의 첫 소설집엔 10편의 단편이 실렸다. 임현이라는 작가는 생소했지만, 그를 알리는 첫 작품집이 기대가 됐다. 한데 실린 단편들을 차례차례 읽어나갈 수록 혼란스럽기도 했고,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살짝 가미된 유머에 웃어보기도 했다. 


몇몇 작품들 속 인물들은 무언가를 표현하고, 글을 쓰고자 했다. 이는 꼭 그 인물들이 작가의 분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읊조리듯 말하는 어조는 마치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였고,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게 다수 차지하고 있어, '나'라는 하나의 자아 속 여러 내면의 모습들이 세분화되어 여러 군중 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날 것의 경험들을 토대로 하나씩 지어진 이야기들이 때론 엇갈리듯, 때론 정방향으로 쌓여 올려져 있었다. 


그 개와 같은 말은 무엇일까, '개'같다는 말은 보통 잘 풀리지 않는 고통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나오는 표현 아닌가. 이를테면 어머니보다 더 먼 미래를 본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알기에 고통스러워 할 때? 제자와의 일방적 관계를 비겁한 변명으로 회피하려고 할 때? 아무렇게나 베껴쓴 글이 다시 돌아와 나를 괴롭힐 때? 끝을 암시하는 꿈을 꾸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때? 말로써 사람을 찌를 때?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데서 오는 비루함과 자책? 오해의 소지를 안고 살아가야 할 때? 매순간 불안을 떨쳐낼 수 없을 때?일까. '개'같은 삶은 순간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가능한 세계>

 

뇌종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아버지의 죽음 뒤로 홀로 남겨진 모자(母子)의 이야기이다아홉 살 소년인 나는 무척 똑똑한 아이다한편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력을 가졌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이를 이상증세로 보는 어른들나는 어머니의 뜻대로 상담을 받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자신이 테러리스트가 될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본 것 그대로 실행이 될까 두려워하는 소년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인물로 인해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지만, 다가올 일들을 알고 있기에 여러 변수와 맞닥뜨릴 때마다 열린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 때문에 여러 변수와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된다면얼마나 고된 삶이 되겠는가소년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록하는 것과 무관하게어차피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날 거란 생각이 든다이를 직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결국 불행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닫아 두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란과연 이라 할 수 있을까.

 


<고두>


<고두>는 화자가 직접적으로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군대에서 사고를 당해 유공자가 된 아버지아버지의 당당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를 빌어 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고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정의도덕아버지와 같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신념그런 믿음을 설파하던는 연주와의 관계에 이르렀을 때 자기합리화와 이기적 변명만을 늘어놓는다과연는 아버지와 다른 태도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정한 자들의 도덕과 정의, 그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세계에 대한 믿음그런 현실의 일면을 화자의 언어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사람들은 적극적인 혐오를 통해 그 세계 바깥에 존재한다고 믿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면서 말이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인간으로서 도덕과 윤리를 마땅히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결국은 다 자기만족이란 허울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소설보다 더 충격적인 현실 속 사건들처럼 많은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단다선물을 준다는 것은 돌려받을 대가를 바라서이고 남을 위한 칭찬은 곧 나의 평판으로 이어져서 훗날을 도모하는 밑거름이 되지알아듣겠니지금 당장의 손해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나중의 이익을 담보하게 된단다손해 아니라 투자선물 아니라 거래. 32-33

 


<엿보는 손>

 

나는 어느 모임에서든 주목을 받길 원하지만 늘 소외받는 인물이다. 이와 반대로 실제로 그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유제호에게 강력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유제호의 신작 소설이 자신의 작품과 유사하다 못해 동일한 것을 보고 흥분하여 이 일의 진위를 따지고자 한 통의 메일을 보내게 된다유제호라는 인물이 자신의 아버지의 자서전이야기나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며,‘를 만나고 싶었으며앞으로도의 이야기를 예상하여 쓸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말한다유제호를 만나러 그를 찾아간 날그의 집에서 발견된 원고는 내가 행동하고 저질렀다고 믿을 법한 일들이 서술되어 있고방문 너머로 존재하는 건 그의 사체일지아님 텅 빈 공간일지 알 수 없는 채로 끝이 맺어진다.


해프닝의 가벼운 분위기로 시작된 소설은 화자의 자리를 재배치함으로써 사실 진위 여부의 책임을 독자에게 전가한다뭔가 익숙한 듯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어떤 책은 누군가의 삶을 완벽히 뒤바꾸어놓기도 합니다그러나 그 경우저자의 능력보다는 독자의 잠재력이 더 요구되는 것 아닙니까제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 한들 그걸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평가가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잠언시집 한 구절에 새삼 감동을 받았을 때는그 책의 무게감 때문만이 아닙니다마침 그런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81

 


<좋은 사람>

 

어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깊이 연관되어야 된다는 뜻일까. 자주 표현되는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영화를 찍는 우재와 글을 쓰는 나이야기의 중심은 우재가 영화 제작비를 벌기 위해 한 아이스크림 광고 공모전을 준비할 때 도와줬던 후배의 죽음에 두고있다자신의 식당을 촬영장소로 내어준 남자와 연기를 했던 후배그리고 메인으로 촬영을 돕게 된 나나와 우재는 어떤 면에서 많이 닮았기 때문에 더 잘 맞기도 했고더 잘 틀어지기도 했다.


후배의 죽음을 알린 우재는 에게 화를 내며 후배를 좋은 사람의 칭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한다. 이에 나는 자신과 우재가 겪은 조난에 대해 부풀리듯 말하던 우재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생각해보면 대개의 경우 그랬다알고 있지만 정말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일반적인 관계 속에서 죽음이라는 틈이 생겼을 때나중에 회상하기를 '좋은 사람인데 안 됐다'라고 말을 하곤 했다. ‘좋다좋은상태로 간략히 하나의 테두리 안에 그를 가두고서그 외의 다양한 일면들을 생략된 채. 애도의 상투적 표현으로 사용해왔던 건 아닐까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잘 알지 못함과 최선의 애도의 표현은 이렇듯 함부로 하는 배려가 되어 버린다무심코 말해버린 것들 속에서.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원래 질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 죽으면 너는 뭐라고 말할 건데네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해왜 다들 무책임하게 좋았다고만 해불쌍하니까씨발 존나 불쌍하니까 다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생각하라는 거야뭐야그럼 좋은 사람 이외의 그 애는 다 어디로 가는데어떻게 좋은 게 그 애의 전부야왜 함부로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무언가의 끝>

 

털이 붉은 토끼 꿈과 죽음들아버지의 열의가 담긴 집, 그 집에선 형과 형수, 가 살았고, 종국엔 나만 남게 되었다아버지의 죽음지하 방에 세 들어 살던 어떤 남자형의 사고그 집에 세를 주며 살고 있는 나다양한 세대가 살았지만이젠 덩그러니 나만 남게 되었다가까운 죽음들 앞에 항상 꾸었던 털이 붉은 토끼 꿈남겨진 자들의 삶형수와 나의 삶이 차분하고 나른하게 이어진다

묘한 잔상꿈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들은 대체로 산발적으로 흩어진 느낌이 들었다. 어떤 ‘에 대한 이야기인가책임에 대한 이야기인가갈피를 잘 못 잡겠다어떤 여운이 남는 듯한데 무엇 때문인지 잘 파악되지 않는게 아쉽다.

 

그리고 나는 그 일에 대해 아주 잊고 살다가 어떤 장면들 속에서 섬뜩해지는데 이를테면 지하철을 탔다가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여자에게 폭언하는 노인을 보면서친절하지 않다고 뺨을 맞았다는 마트 직원의 일화 같은 것을 들으면서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나쁘긴 나쁜데 진짜 나쁜 일이라면 누가 그 노인에게 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는가 친절하지 않은 것과 뺨을 때리는 것 중 뭐가 더 나쁜 쪽일까 생각하는 중에 그 남자를 자꾸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누가 더 나빴던 것일까. 139-140

 


<그 개와 같은 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대의 약점과 흠을 낼만한 말들을 잘도 찾아내서 한다는 어느 소설의 구절이 떠올랐다그건 참으로 무섭고 비참하게 만드는 말들이다. '나'는 세주와 대화 하던 중 연경에 대한 일화가 떠올랐고어릴 적 하천에 내던져진 개가 떠올랐고철교 밑 허술한 집이 떠올랐다매일 같이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중 인연으로 엮일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기본적으로 더 각박해진 느낌이다기본적인 예의 같은 것들이 상실된 기분그래서 안그래도 잘 그려지지 않는 앞날이 비참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이를 테면 그 개 같은 말처럼 말이다.

 

미혼모라든가장애인 같은 말들이 나는 무서워요그런 것들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데 그게 내가 될까봐 무서운 거지.()언젠가 버스에서 기사와 다른 운전자가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그 사람이 기사에게 평생 버스나 운전해라,라고 말하는 거예요나는 그 말이 너무 슬퍼서 이봐요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화를 내고 싶었지만 못했어요.()주의가 산만하고 수업에 방해가 되길래 단순히 경고 차원에서자꾸 이러면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한다겁을 주려고 했던 건데그 녀석이 조금도 기죽지 않고 생글생글한 얼굴로선생님은 계약직이잖아요하는 거예요.(선생이라는 것이 생선처럼 비리고 값싼 말처럼 느껴졌어요그리고 이제껏 그 아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었나 생각하니 무섭더라구요정말 비참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어요.”

 


<거기에 있어>

 

신혼여행 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무영과 은우무영은 한쪽 팔을 잃게 되고은우는 기억하지 못한 채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된다일 때문에 바빠진 은우와 강박 증세를 보이는 무영변한 무영을 견뎌내는 것이 홀로 남겨진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은우비참하고도 슬펐고폭력적이어서 더 아프게 느껴졌다긴장감 속 차분하게 이어지는 은우의 진술은 앞으로 밝혀질 사건의 진실을 대해비참한 고통을 더해주었다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은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믿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모든 게 그날의 일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이렇게 미루고 나면 원망할 수 있었다뚜렷한 대상이 있었고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할 수 있었다누가 불행의 원인을 스스로 짊어지고 싶어 하겠는가그럴 바에야 희생당한무능한 존재로 남는 편이 나았다. 199

 

잃어버린 것이 있었다. 분명 그날 이후로 은우는 무언가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은우는 알지 못했다.
어느덧 호숫가의 인적은 바람에 쓸려 간 듯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더 어두운 무영의 형체만 서 있을 뿐이었다. 은우는 묻고 싶었다. 당신이 오역한 문장을 고쳐놓은 것을 보았느냐고. 아직 무영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늦은 가을이었다. 은우는 혼자 남는 일이 가장 두려웠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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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왜곡앞선 이야기 속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의 진술 다시 등장한다이번엔 그 목격자 본인의 이야기로남편과 닮은 사람의 목격담이 종종 들려오는 와중에 한 뺑소니 사건을 목격했다며 진술에 임하는 남편뭔가 어색하고 의뭉스러운 면을 보이며자신을 꼭 닮은 사람을 봤다며 불안함을 보인다. 자신이 단독자로써 존재치 못한다고 믿는, '닮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은 점점 심해져간다. 불안함이 전이된 듯 역시 혹시 홀로 버려질까 불안해하게 된다.



<말하는 사람>

 

한 때 화목한 가정을 꿈꿨던 나와 문영은 오래전에 멀어졌다관계나 현상에 대해 몰두하는 문영은 언제나 글을 쓰고자하며,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 한다재혼한 남편에게서 폭행을 당하는 어머니의 무언의 의중에 따라 모른 척 했던 나는 그 불행에 일조하는 것이 되었을까문영과는 왜 가정을 이루지 못했을까문영의 마음속에 남은 어릴 적 초대되어 갔던 친구의 집, 가난한 살림의 풍경에서 뛰쳐나간 기억그리고 그때의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움을 회상한다문영에게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았다면 달랐을까문영은 어떤 식으로 말해주었을까.

 


<불가능한 세계>

 

부정적 상황을 가정하며 의기소침하는 소진과 그와 반대로 지금의 안온함과 불행과의 거리감에 안심하는 민재. 소진은 자신이 자꾸만 달아나려 했기에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다. 아버지마저 잃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것과 달리 소진의 아버지 장 교수는 연구에만 몰두한다. 이 연구의 문제점에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늙은이 취급만 한다 여기는 딸과 매순간 부딪히기만 한다. 아버지와의 불화가 잘 해소되지 않은 채 감추고 싶은 것들까지 민재에게 들키게 된 소진은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한 임신에 대해서도 불안해한다. 민재는 소진의 과도한 불안과 의심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들에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거의 없어 보였다. 당연하고 일상적이며 전혀 도드라진 데가 없는 생활이었다. 이런 식의 사소한 견해 차이조차 어느 가정에서나 겪고 있는 평범한 갈등일 뿐이었다. 다만 그런 것들 가운데 언제든지 다르게 보일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혼자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았을 때 소진은 왜 이제껏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나, 내가 나를 부르는 것뿐인데 무슨 이유로 슬퍼지는가, 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에 빠져버린 적도 있었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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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일상적인 대화 속에 파고드는 균열과도 같은 아득한 틈이 느껴지는 주제가 군데군데 들어가 있었다. 명확한 점도 있었지만 모호한 점도 있었다. 이러한 모호성은 소설의 특성보다 시적 특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모호함 그 자체가 어느 부분에선 시적 세계를 더 확장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설에서 그런 특징이 느껴지는 것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먼 듯 했지만, 어떤 부분에선 더없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확실한 건 그저 쉽고,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개성이 분명해 읽는 이로 하여금 호불호도 많이 갈릴 듯 같기도 하다.


여러 단편들 가운데 가장 많이 얼굴을 드러낸 것은 '부끄러움'이었다.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윤리와 도덕은 그러한 면에서 비롯된 것일까, 고민해야 할 주제가 연달아 등장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은 대개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민폐를 끼쳤다고 인식하는 순간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들키고 싶지 않았던 면을 보게 되었거나, 의도치 않게 파헤친 형국이 되었을 때 주로 발동되는 것 같았다. 아직 풀리지 않은 실마리들 투성이다. 

한편으론 '개'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부끄러움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겉에 드러나 있는 것들,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들은 거창한 수식어나 가정환경, 학벌 같은 부수적인 것들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있다는 것을. 때때로 쉽게 오해하고, 보이는 것만 보고, 쉽게 배려라는 것을 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개'같은 순간들. 그 순간엔 그 사람의 안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배려가 정말 배려가 되고, 감춰진 것들 속에 빛나는 무엇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도록 말이다. 


아직도 뭐가 뭔지 잘 알지 못하는 것들 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집은 큰 여운을 남긴다. 반드시 생각할 거리를 던져둔 채 유유히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져간다. 읽어나가는 와중에도 풀리지 않은 것들에 대한 난항이 거듭됐지만, 좋은 작품임은 확실하다. 계속해서 생각하며 곱씹게 되는 책이기 때문에...소설가 임현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의 '문학독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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