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는 달 - 환색에도력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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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 옛날이야기 모음,




『신이 없는 달_환색에 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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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문학으로 분류하기엔 그 속성이 조금 애매한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 신작,『신이 없는 달_환색에 도력』. 꼭 따뜻한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할머니, 할아버지께 듣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 단편집이다. 매 달이 지나 달력을 넘기듯 이어지는 이야기, 매우 단편적이다. 이야기마다 계절감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여운이 남기도 하고 조금 아쉽게 끝이 나기도 한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직접적으로 말을 건네듯이 서술한 이야기들도 있다. 


에도시리즈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가난한 서민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가난하기에 서로의 사정을 더 이해하고 그들만의 주거형태에서 나올 수 있는,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시리즈나, 영력이나 음식 혹은 큰 괴수를 상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흡입력이 있고, 두툼한 양에 압도당하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게 그 특징이다. 


이번에 나온 에도시리즈 신작은 이전에 비해 다소 가볍다. 상대적으로 얇다해서 담긴 내용이 얕은 건 결코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뭔가 감질맛 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열 두달 모두 다른 이야기로 흥미롭지만, 그쯤에서 그쳐버리기 때문이다. 에도 시리즈 중에서도 이전의 고정적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그래서 다음이 더 기다려진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기듯 읽어나가면 될 듯하다.






<귀자모화>

이타미야 상점에 불이 난 사연, 돌림병으로 죽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신단의 금줄에 숨겨놓았던 아이 이야기


<붉은 구슬>

사치를 금한 시대에 아픈 아내와 힘든 살림을 두고 들어온 일감을 거절할 수 없어 직인으로써 최선을 다한 한 사내와 그후 이야기


<춘화추등>

한 고물상에 사방등을 찾는 손님에게 사연있는 사방등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장 이야기


<얼굴바라기>

거구의 박색의 열여덟 처자가 저주 걸린 집안으로 시집간 이야기


<쇼스케의 이불옷>

이나리야라는 주점에서 일하는 직원 쇼스케가 얻게 된 이불옷과 유령 이야기


<미아방지 목걸이>

백중절 미아가 된 아이의 사연


<다루마 고양이>

소방수를 꿈꾸는 겁 많은 소년과 신기한 고양이문양 두건 이야기


<고소데의 손>

헐값에 나온 기모노와 외로운 노인 이야기


<목 맨 본존님>

가난한 집 맏이로 포목상에서 일하게 된 스테마쓰의 고단한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 큰 주인님의 이야기


<신이 없는 달>

신이 자리를 비우는 시월달에만 도둑질을 하는 사내이야기


<와비스케 동백꽃>

간판쟁이 요스케의 사소한 거짓말에 가짜 딸이 등장하게 된 이야기


<종이눈보라>

폐병으로 돌아간 남편 빚을 갚기 위해 홀로 고생한 어머니의 복수를 한 한 소녀의 이야기



표제작인 <신이 없는 달>은 시월에만 도둑질을 하는 한 사내이야기다.

매년 음력 시월에 일본의 팔백만 신이 인간의 혼인과 운명을 결정짓는 회의를 위해 이즈모 신사에 모이기 때문에 일본전역에서 신들이 자취를 감춘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즈모에서는 시월을 신이 없는 달이라고 표현한다. 신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먼저 떠나버린 아내와 남겨진 아픈 아이를 위해 그 달에만 도둑질하는 한 사내 이야기가 안타까웠다. 


마지막 이야기인 종이눈보라 역시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라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야기라서 소녀의 사연이 안타깝기만 했다.


이야기들의 속성 대부분이 미신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 밝고 희망찬 이야기보단 살기 퍽퍽한 시대에 고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분 차별도 분명하다는 것도 확연히 느껴진다. 그러나 모두 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야기 속 모든 등장인물은 단 한 명도 허투루 살아가는 사람이 없다. 


오늘날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바 없고, 구분도 없는 내일이 딱히 기다려지지 않는, 지금의 내가 몹시 부끄러워진다. 현재,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가고자 다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회의를 다시금 묻어두며, 씩씩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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