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나타
차소희 지음 / 청어람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편의 여름동화,



『여름소나타』





 


**

 

 

무더위가 잠시 가신 지금이야말로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읽기 딱 좋을 것 같다. 로맨스 소설은 거의 처음 접해본다. 고등학생 때 야자시간에 반 애들이 돌려볼 때도 관심이 없었는데, 근래 너무 삭막하고 건조한 생활이 이어졌기에, 마음을 간지럽히는 이야기가 읽고 싶어졌다. 『여름소나타』는 그런 부분에선 적합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24살 윤리교생실습생 민채민, 20살 천재피아니스트 지선우. 이야기는 채민이로부터 시작된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4년간 연애했던 우진에게서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받고,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민은 계절이 바뀌고, 모교로 교생실습을 나가게 된다. 

 

아버지의 사업 악화로 폭력이 이어지고, 어머니가 쓰러지신 뒤, 대신 경제활동과 학교생활을 병행해야 했던 채민.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열심히 제 꿈을 향해 노력해왔다.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왔고,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도 하게 되었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에 더 큰 상처를 남긴 우진 때문에 주변이 잘 보이지 않던 채민에게 햇살같이 등장한 선우는 '순백' 그 자체로 보인다.

 

유명 쇼팽 콩쿠르 최연소 입상자인 선우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이다. 타고난 재능에 훈훈한 외모, 해사한 미소까지 완벽해보이는 선우에게도 역시 아픈 상처가 있다.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 그로 인해 황폐해진 삶을 선우의 탓으로 돌리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지막 선택으로 인해 불안과 공황장애를 앓게 된 선우는 웃음 뒤에 자신을 감추고자 했다. 지속적인 상담치료 덕분에 차차 나아지는 듯 싶지만, 매순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려 한다. 그런 선우 앞에 수줍게 웃는 채민은 한 줄기 빛처럼 따스하게 느껴진다. 

마치 운명처럼, 서로의 눈에 비친 모습은 모순적이게도 환한 빛으로 각인된다.


'인연'으로 엮인 이들의 관계는 늘 불안해보인다. 불운한 상처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온기와 빛을 찾는다. 상실과 상실이 마주하고, 상쇄되어 서로에게 치유제로 적용되는 것 같다. 본래 자신이 가진 상처와 후유증뿐 아니라, 교생과 학생의 입장이라는 면에서 일종의 불안을 내포하기 있기에 그로 인한 긴장감이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지속된다. 때문에 이들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살얼음판 같으면서도 잔잔한 일상이 이어지고, 처음 가진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갈망, 선우의 직진으로 채민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거의 추억을 사랑하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헤매었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다소 수동적이었던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갈 길을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시작된 인연은 처연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싱그럽게 마음을 간지럽힌다. 때문에 '곰살맞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




최근 쇼팽의 곡들을 자주 찾아 듣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여름소나타』에서도 쇼팽의 이야기가 나오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목차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낯선 언어라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슬프게, 계산의?, 정치적으로? 고도의 예술적 기교, 도달, 불안, 끝, 걱정되는……. 뜻이 잘 맞는지는 확인할 수 없고, 그저 차례로 검색해보며 파트별 분위기를 유추해가며 읽었다. 아마 클래식과 관련된 용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검색하며 찾은 뜻을 보니 이탈리아어인 것 같기도 하고. 여튼 수수께끼같은 목차였다. 


당연히 세부적인 묘사에 있어서 음악적 용어가 많이 바탕이 된 게 보였다. 그런 표현들이 인물과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또한 또 다른 커플인 도아와 지민을 통해 심리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인물에 대한 설명을 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채민과 선우 보단 도아와 지민 커플이 담백하니 더 좋았다. 


작가는 사랑을 하니까 사람인가, 사람이니까 사랑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이란 주제 자체가 미지의 세계같고,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는 숙제같은 느낌이 있다. 소설 초반부에 자주 등장했던 '아지랑이'는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드러난 표현이 아닐까. 


낯설고 또 낯선 세계였지만 대체적으로 흥미로웠다. 몇몇 인물의 어조는 좀 튄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여전히 선우의 부모님 관계는 이해되지 않지만, 마음을 간지럽히는 이야기는 건조한 일상 속에 적절한 환기와 쌓였던 긴장들을 풀어내주기에 필요한 듯 하다. 여름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쇼팽의 곡과 함께 읽기 좋은 소설인 것 같다.


 



( 이 리뷰는 청어람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