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8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해미시 맥베스 순경 드디어 승진하다!!





대식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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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허우대 멀쩡한 시골 순경 해미시 맥베스는 여전히 마을 특유의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는 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살지 않겠죠, 그리하여 마을에 새로 방문한 손님들이 한 차례 큰 사건을 일으키게 됩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프리실라와의 관계는 여전히 미적지근하니 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의 거라고 하기에는 싫은, 묘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입니다. 해미시를 못마땅해 하는 할버턴 스마이스 대령은 토멜 성 호텔 사업이 순조로워지자, 온갖 중요한 업무는 모두 딸인 프리실라에게 맡겨두고, 자신의 성공담을 자랑하기 바쁘시죠.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로 고민스러웠던 단체 손님들을 결국 받게 된 프리실라는 아픈 종업원들을 대신해 서빙을 하며 열심히 자신의 몫을 다해내고 있었습니다.


프리실라를 곤란하게 한 고객들의 정체는 바로 결혼 정보회사 '체크메이트 독신자 클럽'의 회원들이었습니다. 대표인 마리아 워스가 주최하였고, 부와 명예를 갖췄으나 시간을 들여 연애 사업을 하긴 싫으신 분들이 모여 그녀가 매칭한 파트너들과의 만남을 갖게 되는, 이른바 맞선 파티 같은 것이었죠.


여기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그리고 코지 미스터리의 특성상 이 인물은 쉽게 피해자의 신분을 자처하는 동시에 모두에게 불쾌감을 선사하며, 죽어도 마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역할을 다합니다. 마리아의 동업자 피타 고어는 거대한 등치의 한 먹성 하시는, 한때는 매력적이었고 괜찮았으나 잘 나갔을 적의 환상만 품고 망가져 버린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매우 요란한 식사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뻔뻔한 일면으로 이성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죠.


마리아는 계획대로 피타 고어가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이 모든 걸 무사히 진행시키려 하지만, 역시 계획에는 늘 차질이 생기게 되는 법, 어떻게 알고 찾아온 동업자는 이제 지분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마리아의 제안을 거절하며, 맞선 파티에 훼방을 놓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대식가의 면모를 숨기지 않고서 자신의 파트너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죠.


마리아의 매칭대로 흘러가진 않지만, 그럭저럭 맞선 파티는 진행되긴 합니다. 


이 독신자 클럽에 속한 인물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의류점 체인 경영자의 둥글둥글한 인상의 버나드 그랜트 경, 야망으로 무장한, 자수성가한 젊은 증권 중개인 매슈 쿠퍼, 잿빛 여인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존재감 없는 플로리스트 제시카 피트, 수줍음이 많지만 어리석기도 한 아가씨 법률회사 비서 제니 트래스크, 부유한 젊은 한량 피터 트럼핑턴, 철없는 여고생처럼 구는 출판사 편집자 조수 데버러 프리맨틀, 자식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재혼을 생각한 60대의 왕립 검사 존 테일러, 토끼 이와 귀 모양을 가진 30대 초반의 공립 학교 영어교사 메리 프렌치 그리고 피타의 조카인 외모만 완벽한 크리스털 데베넘이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 매칭된 파트너가 아닌 각자 이끌리는 대로 만남을 이어가는 데요. 모두의 '적'이 된 피타 덕분에 이들은 서로 똘똘 뭉치게 됩니다. 피타의 등장으로 로맨틱한 분위기의 산통은 다 깨졌지만, 그녀에 대한 혐오감으로 낯선 타인에서 익숙한 동지가 돼버린 것이죠. 


우습게도 중간엔 피타가 가진 재산이 상당한 걸 알게 되자 몇몇 남자들은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첨을 떨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피해자가 된 피타와 그 범인을 밝히기 위한 해미시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죠.


물론 여느 때와 같이 빠지면 섭섭한 해미시에게 빠지는 순진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알 수 없는 젊은 아가씨도 등장합니다. 이를 모르는 해미시는 늘 태연하게 굴다가 프리실라에게 한 소리 듣고 서로 질투하고 또 신경쓰고 이럴 거면 그냥 확 연애를 시작해버렸으면 싶을 정도로 미적지근한 관계를 이어갑니다. 


해미시의 일당백 친척은 기자로서의 제몫을 다하며 그가 문의하는 정보를 제대로 물어다줍니다. 그리고 하나씩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가고 단순한 블레어 경감은 늘 그렇듯이 과격하고 몰상식한 행동과 말투로 심문하는 상대에게 분노를 선사한 덕에 되레 해미시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지도록 도와주죠. 또 다행히도 블레어의 상관인 피터 총경은 해미시의 능력과 소문을 익히 들어 그를 인정하고 있는 바 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퍽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역시 작가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상투적으로 보이는 동시에 꽤나 생동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물을 구성하는 데에 역시 빼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인 것 같아요. 또한, 풍경 묘사나 사건 전개 등 세심한 터치로 훌륭한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과장되지 않는 듯한 게 매력적입니다. 그 시대 그 공간이 낯선 타국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건 그런 기술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번 편의 가장 큰 변화라 하면  해미시가 순경에서 경사로 승진한 데에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연하고 다정한 태도로 일관하며. 위트와 기지를 발휘하여, 사건을 멋드러지게 해결하는 해미시가 말이죠.. 물론 평온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언제까지고 순경이어서야 더 큰 사건을 맡을 기회가 없을 테니 조금 답답한 측면도 있었기에 반갑고 쾌재를 불러 일으킬만한 소식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죠, 물론 이어 닥쳐온 악재인 윌리 러몬트 순경의 활약도 앞으로 기대할만한 것이겠죠, 결코 유쾌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이제 남은 건 프리실라와의 연애전선 뿐이네요. 그래서, 둘은 대체 언제 이어지는 것이죠? 앞으로 남은 이야기들 속에선 로맨틱한 요소도 확 넣어져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지치고 피로한 현실 속에서는 재밌는 소설 속 세계가 좋은 도피처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해미시의 새로운 활약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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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 뒤편에는 새롭게 국내 전문가 및 독자 서평을 넣어 싣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동시에 , 제 서평의 일부분을 발췌해 싣고 싶다는 메일을 받아보게 되었어요. 저는 그 메일을 받고서 얼마나 기뻤는지 답장을 쓰는 데에만 30분이 걸렸습니다. 당연히 오케이!라는 답을 하는데, 괜히 떨리고 설레서...오랜만에 재미난 이야기 시리즈를 알게 되어 기쁜 동시에 부족하고 비루한 제 문장들도 작게 한 켠 자리 잡게 된다는 게 무척 신이 났죠. 주변인들에게 모두 자랑하면서, 솔직히 '문학독후' 책보다 이 책을 더 기다린 건 사실입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덕분에 한동안 외롭진 않을 것 같아요.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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