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삶을 위한, 삶의 기술이란 무엇일까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철학이라고 하면 언제나 낯선 학문에 비하지 않았다. 그 세계는 실로 방대하며, 거칠게 말하면 어렵고 딱딱한 개념과 이론들에 섣불리 다가서기 어려운 장벽 같은 게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내 삶에 던지는 여러 질문들과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방황할 때 찾게 되었다.
이는 요즘 '자존감' 이라는 게 주요 화두가 되는 것처럼, 척박한 현실에 곤궁한 삶을 살아갈수록, 지치고 피로함에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의문이 지속될수록 '나'와 나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힘든 나날이 지속되어 회의와 무력감, 공허가 동시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이에 영혼의 치유사라 불리는 독일의 한 철학자의 삶의 기술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호기심과 기대가 일었다. 저자인 빌헬름 슈미트는 고대 철학에서 비롯한 삶의 기술을 현대에 끌고 들어와 말한다. 고대 철학에서 비롯되었듯이 철학은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근대에 들어 탐구와 이론 연구에 몰두하여 멀어진 철학은 실은 삶을 더 잘, 그리고 아름답게 가꿔나가기 위해 접목되었던 것들이었음을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이전의 저서『삶의 기술 철학』의 요약본과 같은 책이라 볼 수 있겠다. 일종의 입문서 역할을 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삶의 기술에 대한 그의 저서가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니 그것도 놀랍고 신기하기도 했다.
삶의 기술을 새롭게 정초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전제 역시 중요한데, 선택의 여지와 가능성들을 열어주며 소망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단순히 내용을 확인하는 게 아닌 가능성을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한 개별자가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가지고 있지 않는지 이해하는 데는 철학적 행위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의식적인 삶의 운영을 위해 근거와 논증을 탐구하고, 개념들을 해명하고, 구조와 그것에 근본적으로 연관된 사항들도 발견하고, 조건과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 등의 행위를 이른다.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사유하는 것이 사치로 느껴질 때가 있다. 진정한 사유를 해보는 시도도 극히 드물며, 그러한 사유라는 것을 잘 알지도 못한 상태로 말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고요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도를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가 시도에 대해 말했듯이. 근본적인 것에 대한 물음이 해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혼란에 이른 게 아닐까 싶다.
아름다움에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도 잘 해소되지 않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실존에 개입하고, 실존을 의식적으로 수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개인의 삶은 물론 타자들과의 사회적 공생에 힘쓰게 한다.
호퍼는 한 작품 안에 얼마나 많은 사상과 자극이 들어가 자리를 잡는 지에 말했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삶의 문제를 제시하기 위한 공간 같은 것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들어가는 글부터 등장하는 호퍼의 그림은 저자가 삶의 기술에 대한 초입을 다지는, 왜 삶의 기술이 필요한가, 어떻게 철학과 접목되어 왔는가, 그 기본 바탕에 무엇이 있는가를 설명하는데 좋은 예시가 되어주는 듯 하다. 덕분에 호퍼의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에게도 새로 그 매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
삶은 쾌락과 고통의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쾌락은 고통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고통의 기능이랄까, 피력되는 것들이 흥미로웠다. 고통을 겪음으로써 관계 혹은 상실에 대한 염려를 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에 점령된 탓에 외부세계는 무의미로 가라앉아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됨으로써 파괴적인 작용을 하고, 내면세계가 새롭게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적으로 작용된다 볼 수 있다. 고통으로 인해 넘치게 된 상상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꿈꾸는 걸 살아있는 동안 실현해내려 한다. 이를 위해선 한계 설정이 필수 요소인 것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을 살아가기를, 그것도 실속 있게 살아가기를 종용하게 된다. 이렇듯 삶의 한계는 삶의 가능성에 대한 조건이 되어주는 것이다.
또한, 죽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함으로써 공포심을 버리게 되고, 후회 없는 살아가게 되면 홀가분한 죽음을 통해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고유의 삶을 살게 된다.
시간의 가위라는 비유에서, 시간의 가위가 닫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시간을 이용함으로써 최선의 가능성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가능성들과 과거가 되어버린 낡은 현실들이 쌓이게 되는데, 현재는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시간인 동시에 큰 난관이라고 한다. 가능성에 비해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한 분할 및 배분을 잘 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없는 것들은 나중에 올 기회를 위해 유예하고, 지나가 버린 시간의 고통을 인식하여 앞으로의 시간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말한 시간이 충만한 시간이라면 빈 시간도 존재하는데, 이는 그냥 흘러 보내는 시간을 말한다. 나태할 수 있는 시간, 산책, 사유 혹은 좋아하는 취미를 하는 시간이라든지, 아니면 미래를 위해 투자할만한 것들을 하는 시간이라든지.
분노, 내지 격정과 감정 요소 하나 하나 삶의 기술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분노에 대한 여러 요령들이 있는데, 사전 숙고, 분할, 유예, 분산, 유도, 다른 쪽으로 돌리기, 보상, 승화 등이 있다. 분노를 결코 얕잡아 봐선 안된다. 분노는 선량한 것을 방해하는 가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실망을 낳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긍정을 낳게 된다. 가장 좋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에는 긍정적 사유 방식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
고대에 말했던 행복에 대한 것들은 현재에 적용하기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실존의 해석학 작업이 필수적인데, 자기 자신과의 대화, 타자들,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시도해보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앞서 사유하던 문장들이 끊임없이 전복하며 진행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어려움을 떠나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실존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나의 삶을 점검하고 사유하고 잘 살아가고픈 사람이라면, 일말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무심히 흘러 보내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여러 시도들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역자의 세심한 각주는 나와 같은 초보자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라 별 언어의 뉘앙스가 다르듯 어떤 개념을 말할 때의 용어를 어떤 것들로 대체하였고,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 배경지식 부가 설명 같은 것들도 덧붙여서 친절한 안내를 더해 주었다.
저자의 글은 잊고 지냈던 요소 요소들을 하나하나 삶의 기술로서 복원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시 같이 아름다운 문장들도 많았다.
삶의 기술의 목적은 결국, 지극히 난관으로 가득찬 이 삶을 바르게 끌고 가기 위한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삶에 던지는 미로 같은 질문들의 답은, 나를 잘 알아가고 삶의 기술을 터득함으로써 얻어지는 것들에서 찾아가는 것 같다.
본래 생각해왔던 것들과 비슷한 지점도 있었고, 전혀 낯설게 보는 방식에 놀랍고 신기한 부분도 있었다. 일회성이 아닌 반복해서 좋은 습관으로 활용하여, 삶의 기술을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는 사유 또한 이어나가야 겠다.
개인이 삶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실존을 외부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점에 희극이 존재한다. p 26
우리가 먼 미래에도 살 수 있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지금 이 삶을 살아야 하는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가? p 44
성찰적인 삶의 기술을 위해서는 안정과 유동성 사이 폭을 새롭고 철저하게 이용하기 위해 무엇을 새롭게 시험할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p 67
고통은 자기가 감당해야 할 가장 고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고통은 그의 고통이며 그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p 84
한계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죽음과 친밀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삶을 위해 자유로워지고, 죽음을 가볍게 해주는 방식으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p 105
삶 전체를 되돌아보는 시선, 미리 죽음을 향하는 시선, 그리고 그것 너머로 향하는 시선, 죽은 자의 유산으로서 살아 있는 자의 내면에 생동하면서 살아 있는 자가 바라보는 이 이중의 시선. 이제부터 그는 죽어가는 자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의 삶을 음미하고 어쩌면 변화시킬 것이다. p 108-109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자기가 성찰적 삶의 기술을 위한 표본이 될 수 있다. p 132
삶의 기술의 전략은 불쾌한 우연들을 개연성이 덜한 것으로 만들고, 적어도 그 우연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들을 숙고하여 가능한 답변을 준비하는 방향을 취할 수 있다.
p 139
철학적으로 성찰된 삶의 기술은 지나치지 않은 육체 문화의 확장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포츠도 이 육체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한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영혼의 돌봄을 목적으로 하는 육체의 훈련으로서의 스포츠 그러니까 물리적 요법으로서의 스포츠는 사실상 심리요법인 것이다. p 242
쾌활함의 기본은 균형 잡히고 잘 조직되고 평형이 이루어진 자가, '폭풍 한가운데에서도' 한결같음을 보존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확고부동한 영혼이다. 즉 쾌활함의 기본은 자기강화의 달성인 것이다. p 253
( 이 리뷰는 책세상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