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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꾼의 죽음 ㅣ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로맨스소설에서 추리소설까지 아우르는 작가, 메리 채스니의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험담꾼의 죽음』은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첫 번째 신호탄을 알리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창작된 시기는 아마도 작가가 스코틀랜드 최북단 서덜랜드를 여행 중에 구상했다고 하니 80년대 시대성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주요 무대는 스코틀랜드 북부의 산자락에 자리한 가상의 시골 마을 로흐두이다. 우리의 주인공 해미시 맥베스 순경은 붉은 머리, 녹갈색의 눈동자, 훤칠한 키, 낡은 정복을 입었지만 멀쩡한 의복을 갖춘 뒤엔 미남자가 되는 놀라운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직업은 승진을 기대할 수 없는 시골 순경에 각종 대회 및 출제에서 치뤄지는 스포츠 경기나 우승 상금으로 가외 소득을 올리거나 밀렵을 일삼으며 작은 농장 일을 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친척 덕을 톡톡히 보는 해미시 순경은 전통에 따라 가난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동생들과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기도 하다.
뭐든 아껴야 하기에 이 집 저 집 들러 차를 얻어 마시며 순찰을 돌지만, 재치와 지성을 갖춘 다정다감한 남자이기도 하다. 소설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중심축이 되는 사건 속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꼭 밉상, 진상에 민폐를 일삼는 죽어도 마땅할 법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 자는 곧 피해자가 되고 만다. 권선징악의 프레임이 뚜렷하다. 모두에게 동기가 주어지기에 그중 어떤 인물이 범인에 더 가까울까 추측하는 재미가 주어진다.
여기에는 꼭 못되고 막돼먹은 상사도 등장해주는데, 바로 블레어 경감이다. 허술한 듯 보이는 해미시 순경이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하며 넘어갈 때는 블레어 경감을 대할 때이다. 번잡한 도시보다 슬로우 라이프 스타일로 인간관계에선 적당한 관심과 거리를 두며, 부 수입까지 챙길 수 있는, 별다른 모험이 없는 시골 생활이 퍽 맘에 들기에, 사건 해결의 공을 블레어에게 돌린다.
그러나 읽는 독자가 알고, 사건 속 인물들 또한 모두 알테지만. 홈즈가 사건을 푸는 과정을 순수한 쾌락으로 즐겼듯이, 해미시 역시 그 과정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듯 하다. 직업적인 부분에서는 자기 할 일은 제대로 하는 인물이기에, 허술한 평상시와 다르게 사건을 대처하는 자세는 프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소한 러브 라인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마을 지주의 딸인 프리실라이다. 외동딸인 그녀에게 부모님은 남편감이 될만한 사람일 고이 갖다 바치지만 프리실라는 낡고 허름하며 괴상한 해미시의 공간에서 되레 편안함을 느낀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썸인 듯 아닌 듯 아리송하다. 여하튼 그런 묘한 러브 라인까지 있으니, 이야기만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독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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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험담꾼의 죽음』은 휴가철이 되어 각각의 사람들이 방문한 마을 로흐두. 이야기는 그들이 낚시를 안내 받으면서 시작된다. 다양한 직업군과 성별이 모여 낚시를 하는데, 불평 불만을 일삼고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한 인물이 얼마 안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하지만 모두 한결같이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할 만큼 끔찍한 사람이었다는 평을 한다. 또한 범인을 밝혀가는 과정이 꽤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각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숨겨진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밌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이 순경의 수더분함과 의외의 지성과 대범함 등이 눈에 잘 들어오게 된다. 흥미로운 인물로서 일단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데 큰 동력이 되어준다. 시점 또한 각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변화한다. 시선을 주고 받으며 옮겨가는데, 그 지점에서 생각과 심리적 관점을 잘 보여준다. 첫 스타트로 나쁘진 않다. 오락성은 평타를 치는 정도다. 가볍게 읽기에 참 좋다.
2편 『무뢰한의 죽음』 해미시의 애간장을 태우던 처자 프리실라가 런던 기자생활 중에 만난 헨리라는 극작가와 약혼을 하여 그 파티를 자신의 고향의 저택에서 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여기서 지칭되는 무뢰한은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끔찍한 언행을 일삼는 피터 버틀릿 대위이다. 인간말종같은 이 인간에겐 얽히고 설킨 여자관계, 내기, 재산적 피해를 얻은 사람, 취미 활동 등등 역시 모두에게 마땅한 동기가 있었다는 것. 허둥지둥 대다 또 한번의 사건이 발생하고 이 지점에선 혹시, 했던 인물이 역시 범인이었다. 알기 쉬웠지만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궁금하고 재밌어서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분명히 있다. 확실히 1편보단 2편의 사건이 더 흥미롭고 재밌게 풀려나간다. 프리실라와의 관계도 눈여겨 볼만 하다.
3편 『외지인의 죽음』 안락한 삶을 지향하는 해미시는 석 달간 시노선에 차출돼 생활하게 된다. 이 마을은 광신도적인 종교 분위기가 가득한 곳이며, 멀리 떠난 프리실라를 볼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싶어 그런 행세를 하고 다니는 잉글랜드인 윌리엄 메인워링은 누구에게나 참견을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아내가 괴롭힘을 당했다며 신고를 했던 이 자는 하룻밤 사이 바닷가재로 가득한 물탱크 속에서 뼈만 남고 모든 게 사라지고 만다. 뒤늦게 수습하기 위해 애썼던 순경은 원한을 먹고 산 피해자를 둘러싼 인물들을 두고 힘겹게 정보를 얻어가며 수사에 임한다.
3편에선 런던에 있는 프리실라를 대신해서 등장한 듯한 인물인 화가 제니가 있다. 역시 해미시와 엮이는 인물. 그래서 이 시리즈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그래서 프리실라와 해미시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에 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 같다. 드라마적 서사와 인물의 개성이 각기 잘 살아 있어서 읽기에도 수월하다. 연극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야기가 가진 힘, 그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임은 분명하다. 영국인 특유의 비꼬는 식의 대화, 유머가 그 재미를 더한다.
피로한 일상 중 쉬는 시간, 차와 함께 즐기기에 좋은 작품들이다. 벌써 다음 편이 궁금해진다. 이런 흥미로운 작품이 앞으로도 이십여 편 이상 남아있다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알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