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펭귄클래식 19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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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첫사랑』





저자 투르게네프는 1818년 아룔 현에서 태어나, 포악하고 전제적이었던 어머니와 이상적인 남성상인 아버지의 냉정함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첫사랑』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한 작품이기도 하다.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처음 경험한 사랑의 감정, 그 본질에 눈뜨게 되는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주인공인 블라디미르는 부모님의 시골 영지의 이웃이 된 자세키나의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 시대에는 아름다운 여성에겐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되는데, 그녀는 여지를 줄 듯 안 줄 듯 그들이 서로 대적하게 만든다. 블라디미르는 처음 겪는 열병같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소년이였고, 그녀가 원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 채, 미소와 애정어린 눈빛 하나만으로도 착각하며 설렜다가 절망하기도 한다.


사람을 본다는 것,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본래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먼저 보게 되는 듯 하다. 몇 번의 만남과 인사로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류는 이 소설에서도 자연히 발생된다. 심지어 블로다미르는 시간이 흐른 뒤, 첫사랑을 회상하며 지나이다를 묘사할 적에 과거의 '연인'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이 소년이 그녀의 '연인'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다수의 연적들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가 그중 특별하게 대해졌다 느껴졌다면 순수한 열정 혹은 다른 이유가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겠다. 어린 소년은 직선적인 루신 박사와 달리 그녀의 미소와 말에 가려진 진짜를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소년이 화자로 발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순수한 열정, 열에 달뜬 듯한 감정, 흥분, 설렘, 기쁨 그리고 분노, 좌절, 절망, 포기 등 다양한 감정 변화를 읽는 독자가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야기 속 갈등은 소년이 '진짜' 연적의 상대를 알게 된 순간, 취하게 된 태도로 인해 발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어린 소년의 첫사랑에 내포된 함의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다. 단순히 사랑의 감정을 경험한 이야기라 하기도 애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의 유년시절과 그가 느꼈던 감정들을 작품 속에 그대로 녹여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이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꼽는 아버지에 대한 동경이 그러하다. 지나이다에 대한 감정에 대한 묘사에 비해 아버지에 대한 감정 묘사의 극히 일부, 군데군데 있을 뿐이지만 그 힘의 파장은 분량에 못지 않다. 가히 복합적인 감정의 덩어리가 아닌가 싶다.


또한 시간이 흐른 후, 지난 시절의 자신이 어린 아이였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성숙해졌다 말한다. 그러나 이때 화자가 어떤 광경을 목격하고서 내린 판단만 봐도 그는 여전히 아이같이 느껴진다. 잘 모르겠지만, 신체적 고통을 인내하는가 사랑인지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린 사랑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선 모두 어린아이가 되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지나이다가 권한 여러 놀이 중 만약을 가정하며 상상을 이야기 하는 것만 봐도 그녀 역시 사랑에 빠졌고, 그 상대의 생각이 궁금하여 그녀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일말의 실마리라도 얻으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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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물음과 흥미로운 지점들이 포함돼있다. 러시아 작품들을 읽을 때의 곤란함, 인물들의 이름이 길고 복잡했지만(다른 러시아 소설에 비해 쉬운 것일수도), 각 인물의 개성을 잘 묘사해주었기에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머릿 속에 장면이 잘 그려지는 묘사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문장이 시원했고, 여려 겹으로 꼬아 놓은 것이 아니기에 고전문학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도전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인 듯 하다. 


세계문학고전은 출판사별로 다양한 구성으로 출간돼 있는데, 구미별로 찾아 읽으면 될 것 같다. 같은 작품이라도 역자에 따라 그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첫사랑』같은 경우, 민음사의 번역보다 펭귄클래식의 번역이 가독성이 더 좋았기에 선택하게 됐다. 민음사에서 나온『첫사랑』은 이 작품 외 2편이 더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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