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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평점 :
여러 다른 나라, 다른 세대의 예술가들의 현재 고민은,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비밀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을 한창 재밌게 봤던 적이 있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고정 멤버들이 교체되고, 포맷이 변경되어 갈수록 성격이 모호해진 듯 했지만, 놓을 수 없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었음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중 어떤 주제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메모한 목록 중에 있었으니, 누군가가 추천한 책 인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의 저자를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창작자들을 상담, 코칭하는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창의력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심리치료사. 오리건대학과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등에서 심리학, 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창의적 글쓰기로 석사학위를,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대단한 이력이다. 앞으로 언급할 내용에도 있을 테지만, 여러 직업을 전전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퍽 부럽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예시가 있었고, 사람 고민하는 것은 매한가지구나, 라는 것만 확실히 알 수 있을 뿐, 우리나라에 창작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직업을 선택하거나,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지망생들 중 앞으로가 불안하고 답답해서 어떠한 솔루션을 기대했다면 과감히 덮으라고 말해주고 싶을 만큼, 현실적으로 너무 딴 세상 이야기이기도 하다. 밥벌이의 지겨움과 고된 현실, 창작이 막혔을 때의 고민만이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공통점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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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창작자들에게는 큰 신뢰와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지, 그들도 확실한 솔루션을 얻기 보단 이 사람에게 상담을 받음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듯, 홀가분한 기분이 느끼는 듯 했다.
25명의 각기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과 전자우편으로 질문과 답을 주고 받은 것을 그대로 기록한 게 이 책의 전반적인 구성이다. 작가지망생부터 다수의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작가, 화가, 보석디자이너, 가구디자이너, 사진작가, 교사, 카운슬러 등등 그 직업군도 다양하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창작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지만, 그들은 사실 모두 프로라는 사실이다. 아직은 아마추어에 불과한 창작자들, 지망생들이 얻고자 하는 답은 찾을 수가 없다. 으레 그렇듯이 사실 그런 답은 자신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것 뿐. 심지어 지망생으로 나오는 창작자들 역시 완전 초보 창작자가 아닌 프로 직전의 아마추어들이다.
또한 언뜻 언급되는 연령대만 봐도 40대 후반~60대 전,후반(더 젊은 연령대도 분명히 있었겠지만)으로 대개 중년들인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창작 활동을 하다 보니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 나쁜 습관들이 굳은 살처럼 박히게 되어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생활에 치여 고민이 더해진 것도 사실이다.
상담 과정은 과거와 현재의 고민, 앞으로의 2개월 뒤 기대하는 것에 대해 우선적으로 묻는다. 답이 오면, 다시 현재의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한 추가 질문이 한 뒤, 앞으로 2주 동안의 계획과 최소 목표, 궁극적 목표 설정들 중 우선순위를 지정해준다. 경과를 지켜보고, 2주 간의 실행 보고서가 오면 이에 따른 필요사항들에 대해 말해준다. 이어 앞으로 3주 동안 작업할 내용에 대해 상의하는 방식이다.
질문과 답이 서신을 통해 오고 가는 것 뿐, 직접 대면해서 하는 상담이 아니라 자신의 고민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 해결할 수 있도록 제안과 방향 제시만 할 뿐인 것이다. 그것 또한 상담을 청한 창작자들이 스스로 세운 계획과 상황 속에 이미 주어진 것들이다. 제 3자의 객관적 시선으로 봐주는 것과 같다.
말 그대로 저자가 상담을 하며 제안한 것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정리해보자면 이러한 것들이 있다.
- 내면 깊숙한 곳에 숨은 "예술적 테마" 끌어내기
- 매일 꾸준히 한 가지에 일에 몰두하기, 물론 창작 활동을 말함.
- 글을 쓰는 건 내 글에 책임을 지는 일과 같은 것
- 준비 작업을 하고, 충분히 예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
- 모든 걸 포기하고서라도 쓰는 게 즐겁다면 해야 된다는 것
- 유명작가든 지망생이든 언제든 비판 받을 수 있고, 거절 당할 수가 있다
- 창작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인지, 결과로 나온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 창의성이 향하는 목표지점이 어디인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 결국 답은 늘 자신안에 있다는 것(더 나아갈 것인지, 이대로 만족하며 멈출 것인가)
- 조급해 하지 말고 자신감 형성하기, 자신 있게 과감히 결정해버리기
- 스위치를 켰다 끄듯이 새로운 날들로 열어 젖혀야 하는 것, 변화를 주저하지 말 것,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실행에 옮기는 것
- 전통적 치료법이 목표는 통찰력, 실존적 치료법의 목표는 새로운 희망?
그나마 얻은 것은 이러한 창작활동을 하며 자신이 즐거워하는 지점이 어떤 것이며, 다른 모든 것들 배제하고서라도 가장 먼저 택하고 싶은 것 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매일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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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자기계발 분야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지 이 리뷰를 쓰며 알았다.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게 한창 방황하고 힘들 때 닥치는 대로 읽었던 자기계발서들은 하나같이 성공담과 더불어 '답은 네 안에 있는 거란다'라는 결론만 내었을 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벌이로 택한 일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건강한, 동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청춘이라고 불리는 시기에는 자주 피로함을 느끼곤 했던 수많은 어제의 '나'와 또 어제가 떠오른다. 너무 많은 좌절과 낮은 눈높이로도 오갈 데 없어 절망하고 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으니까 괜찮다는 세상과 앞선 세대의 시선 속에서 고개만 수그리게 되는, 그런 피로한 시대에 속한 자로서...
꿈꾸는 사람들이 행복한 오늘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