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세일즈맨 앨버트 샘슨 미스터리
마이클 르윈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앨버트 샘슨 매력은 지금부터 -




『침묵의 세일즈맨』





『침묵의 세일즈맨』은 마이클 르윈의 앨버트 샘슨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1권인『인디애나 블루스』로부터 십 여 년이 흘렀으나, 앨버트 샘슨의 탐정 사무실은 여전히 파리만 날린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인대아나폴리스에서 입주해 있던 건물에선 쫓겨날 위기에 처했고, 결코 손대지 않으려 했던 비상금은 절반 이상 써버렸으며, 아내와 이혼한 후 만난 적 없는 딸이 12년 만에 찾아오겠다는 소식을 전한다. 


밥벌이가 되지 않는 일상이 이어지고 위기의 샘슨은 급기야 신문에 수수료 할인 광고를 내걸게 되고, 이내 걸려온 전화를 통해 드디어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인 토머스 부인은 로프터스라는 제약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던 남동생이 회사에서 폭발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쳐 입원한 상태인데, 가족인 자신이 면회를 할 수 없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 회사에서는 최고의 의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7개월째 감염 위험의 이유로 면회를 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샘슨이 일을 맡고난 지 얼마 안 되어 오랜만에 상봉한 딸은 열여덟의 꽃다운 나이의 어엿한 아가씨로 성장해 있었고, 이제 메리앤이 아닌 샘이라 불러 달라 한다. 방학 동안 잠깐 들렀다는 샘. 딸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아빠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던 샘슨은 부녀상봉에 낯설어하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샘은 부족한 아빠에게 참으로 착한 딸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부자 새 아빠에게 받은 돈으로 친아빠의 궁핍한 삶의 기본적으로 필요할 요소들을 몰래 챙겨 두려 하는 것도 모자라, 그의 일에 대한 호기심에 꽤나 훌륭한 조수가 되어준다. 의뢰인의 정보를 함부로 공유할 수 없기에 합법적인 방침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 샘은 탐정 면허 또한 얻게 된다.


처음엔 단순히 가족의 면회를 금하는 회사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으나, 얽히고 설킨 일련의 관계들은 뜻밖의 것들이라, 그 사이 샘슨의 의뢰인은 사고를 당해 입원해있는 존 피기의 누이인 토머스 부인에서 그의 아내인 린으로 바뀌게 된다. 토머스 부인은 목적인 돈이 수중에 들어오자 동전 뒤집듯 열의와 같은 태도가 식은 것도 모자라 그에게 의뢰한 일의 비용마저 내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슨은 참으로 열심히 탐정으로서의 제 역할에 충실하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 바쁘다. 


노련한 탐정은 아는 척 허세를 부리며 역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 받기도 하며, 정보꾼 활용은 물론 적당한 거짓말과 추진력으로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한다. 한 단계씩 진실에 가까워져 갈수록, 그 특유의 감과 행동력을 통해 추리했던 것들이 하나 둘씩 맞아 들어가고 곧 큰 사건의 틀에 가까워져 갈수록 그에게 닥친 위기는 이전의 것들과는 강도가 다르게 그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지금은 혈육인 샘과 같이 있기도 하니 약점이 하나 더 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작품에서 오독했던 '내 여자'는 전 아내가 아닌 그의 '여자친구'였다.)


단순히 영업사원이 아니었던 존 피기, 화학을 전공했던 그는 추가 근무를 파트타임으로 쪼개가며 연구원 일을 맡아 했으며, 그의 친구이자 변호사에게 남긴 봉투에는 죽은 뒤에 열어보라는 메시지와 함께 거액의 돈이 담겨 있었다. 전 의뢰인과 달리 자식을 잃고 남편마저 잃어 무기력해진 존 피기의 부인 린은 샘슨의 새로운 의뢰인이 되어 주었고, 어르고 달랜 작전을 통해 병원으로 쳐들어간 샘슨은 존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조금 빗나갔던 의심은 그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진실로 다가왔고, 경찰은 그를 제지하기 이른다. 


전작에서도 종종 나왔지만 탐정이 되기 전에도 그는 이런 저런 일탈을 많이 행했고, 탐정으로서도 행하지 말아야 할 범법 행위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게 또한 그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의 친구 제리 밀러는 여전히 성실한 경찰이었고, 돈을 더 받았다고 해서 누가 말린다고 해서 탐정으로서 그는 절대 멈추지 않는 인물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해소되지 않은 그의 열정은 식기는 커녕 더 불타오른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제약회사의 직원이자 샘의 데이트 상대인 레이의 표현대로 샘슨은 참으로 재밌는 인물이다. 전작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의 매력이 물씬 드러난다. 엉뚱하면서도 제 갈 길 간다는 마이웨이 스타일의 인물의 위트가 새삼 발휘되는 작품이다. 그의 언어가 웃겨서 피식 피식 웃게 된다. 마냥 유쾌한 스토리는 아닌데 흡입력과 몰입도가 대단하다. 왜 첫 번째 작품에서 네 번째로 건너 뛰었는지 알만하다. 역자의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이 시리즈 중 가장 크게 상업적인 성공을 이룬 작품이라고 한다. 소시민적인 탐정이지만 역시 그가 맡은 사건의 흑막이랄까, 감추어진 진실과 뜻밖의 반전은 큰 재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 호흡에 읽기에도 좋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이건 출판사의 의도에 맞게 다음의 앨버트 샘슨 시리즈도 너무 궁금해지는 것이다. 처음 1편은 앨버트 심슨을 첫 선보이는 작품이니 처음으로 나와야 했고, 이 다음의 반응을 확신할 수 없으니, 제일 재밌는 작품을 먼저 내놓고 보는, 그런 작전이 잘 통할 것 같다. 소심하면서도 무시 당하는 건 견딜 수 없어 하던 바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유연한? 탐정이었던 그의 매력과 오해했던 부분들이 해소될 정도로 너무 매력적이었다. 더 잘 표현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그는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 미미 여사의 안목이란. 역시 그녀가 감탄하며 영감을 받을 만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 포기 않고 막힐수록 뚝심 있게 제 할일 해나가는 샘슨이 멋지게 진실을 다다르는 순간, 그의 목숨이 위협의 정도는 컸지만, 읽는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구구절절 써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이건 정말 추천하고 싶다. 설정은 하드 보일드적으로 보이지만 인물은 전혀 다르니, 그저 그가 이리저리 때때로 거짓말로 속이고, 아는 척 허세를 부리면서 알아내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건 무척 재밌는 일이다. 읽는 내내 요근래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샘슨과 그의 딸인 샘의 활약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부녀 간의 대화와 호흡이란 뜻밖의 좋은 케미로 다가왔다.


결론은 다음 앨버트 샘슨 시리즈를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는 것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