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읽는 교수 1
안그람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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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삶을 위해 하는 거짓말이란,

『연애소설 읽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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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웹 소설이 등장하는 준우의 세계 속에서는 딸인 제경, 친한 친구이자 동료 교수인 인화, 그리고 준우가 읽는 소설의 작가인 경민이 등장한다. 경민은 필명으로 성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고 준우는 알지 못하지만 제경의 연인이기도 하다. 준우를 제외한 모든 요소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준우를 제외한"이라고 편견처럼 단정 지은 건 내가 본 현실에서는 로맨스 웹 소설을 읽는 중년 남성 독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히 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잘 믿을 수 없는.

 

철저히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고 공감하며 읽는 독법을 가진 내게는 "준우"가 절대적인 중심점이었기에 그를 괴롭히는 요소들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를테면 독자로써 응원의 편지를 보낸 준우와의 만남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 무례한 행동을 하는 성민이 그랬다. 자신이 가정한 상황과 행동 결과를 파악하고자 하는 점이 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의 일상에 부정적인 파동이 일 수도 있는 데 말이다. 절박함이 느껴지는 행동이지만 그런 것치곤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담당 PD?의 연락을 피하는 태도 역시 무책임하지 않았나, 이렇게 감정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걸 보니 인물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도구로 배치된 게 아닌 정말 이야기 속에서 살아있는 인물로 말이다.

 

준우가 가진 내면의 바닥엔 고독 외에 또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인지, 1권은 모든 이야기들의 주요 실마리만 맛보기로 보여주고 끝이 난다. 그러니 절대 1권만 읽을 수는 없는 것이다. 대개 웹툰의 호흡과 달리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한 권의 책으로 읽어야 더 맛깔나는 긴 호흡을 가지고 있다. 만약 연재 주기에 읽었더라면 난 좀 묵혀두고 어느 정도 스토리가 진행되었을 때 전체 구매하여 술술 읽어나갔을 것 같다.

 

은정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인지, 다정한 부녀 사이로 보이는 제경과 준우는 독립의 문제로 대립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은정이 작가라는 사실을 왜 두 딸은 알지 못한 것인지, 은정과 준우와 인화 사이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준우의 집안 문제는 또 무엇인지, 준우가 참석하는 모임에 은정과 닮은 사람으로 스친 우연이 어떤 요소로 작용될 것인지..

 

이처럼 의문점들이 많다. 차분한 색감과 작화, 짙은 무게를 가진 문장들이 주는 느낌이 좀 묵직하다. 마냥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진 외로움, 고독 등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여 그의 현실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반응했고, 지금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나를 보호하려고 두른 벽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무던한 배려고 고마울 때도 있으며, 그 무던함 때문에 상처받는 이가 있을 수도 있듯이.

 

 

내 컵은 언제부턴가 넘쳐흐르고 있을까

아님 바싹 마른 상태인 걸까

 

 


 

세상에 나고 이름으로 명명되고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원해서 정한 게 아닌 것처럼


 

(이 리뷰는 문학동네의 <연애소설 읽는 교수> 서평단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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