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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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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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무기력에 빠졌고 활자를 읽어내는 게 힘들어졌다.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꽤 열심히 읽었던 때도 있었는데, 제대로 된 정독을 하기 힘들어진 게 꽤 오래되었던 것 같다. 책상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쌓아두었고 언제든 손을 뻗으면 그 세상으로 뛰어들어가 볼 수도 있는 건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현실적으로는 그 길만 남아서 다른 길을 찾기도 힘든데도 자꾸만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그 압박감에서 도망치고만 싶었고 시간은 그렇게 잘도 흘러갔다. 도대체 작가님을 처음 접해본 도서가 퇴사를 다루는 내용이었던 게 기억이 났고, 제목에 이끌렸다. 

 

산책. 무언가를 갖추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것. 숨쉬는 것처럼 쉬워 보이지만 그렇게 일어나 걷기까지의 용기와 의지도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난 걷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걷는 것은 즐겁지만 체력은 바닥이라 금방 지치고, 주변을 둘러보며 관찰하기에는 마음에 조급증이 이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런 때에 만난 이 책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듯한 작가님에게도 아픈 현실에서 얻은 상처와 좌절이 있었고 내가 종종 했던 그릇된 생각들과 비슷한 접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의외였기에 멋대로 동질감을 느꼈다. 

 

작가는 자신을 게으른 사람이라 칭했지만 어느 때곤 그냥 걷고 산책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움직였다는 자체가 굉장히 대단하게 느껴졌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게 세심하게 바라보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말 그대로 산책을 하며 관찰하고 상상하며 경험했던 요소요소들이 담겨있다. 때론 되게 밝고 긍정적이었고, 때론 삶의 버거움에 짓눌리는 순간이 떠올려졌고, 때론 천진한 상상력이 재밌었다. 지렁이의 보은이라든지, 단풍잎이 물드는 것에 대해 상상하는 것들이 한 편의 동화 같았다. 계절마다 바뀌는 최애 길거리 음식들에 극히 공감을 갔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게 좋은 영향을 마구마구 줄 것만 같은 사람. 하지만 곁에서 찾기 힘드니 이렇게 책으로나마 친근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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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했던 때가 참 많았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그럼에도 실행하지 않는 본인을 탓하다가 아직 있지도 않는 다음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상상해보곤 했다. 지금껏 살아있어 다행이다,라는 순간은 딱히 없었다. 그냥 살아있기에 마지못해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가끔은 아주 사소한 계기로 인해 그런 모든 비관적인 생각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왕이면 식물처럼 조용히 성실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럴수록 산책>에서 처럼 각자 다른 빠르기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나는 매우 느린 인간이므로 지금의 속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삶의 지친 작가가 한밤 중 노랗게 칠한 계단을 한 칸씩 걸으며 힘을 얻었던 것처럼. 아주 사소하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마음을 건드린 그 무언가 덕분에 또 하루를 버티고 내일이 두렵지 마는 않은 걸로 여기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산책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게 여겨지는 이들에게, 마음이 조급증이 이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좌절과 실패에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같이 읽자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전에도 종종 마무리를 하며 썼던 것처럼, 지금보다 좀 더 잘 살아보고 싶기 때문에 각자 바라는 삶의 양식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의 <그럴수록 산책> 서평단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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