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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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은 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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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동안이나 사랑받은 고전 소설, 그 시절의 소녀들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을 법한 이 소설은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인 요소가 담긴 작품이다. 읽을수록 생동감이 더해지는 이유는 네 자매의 톡톡 튀는 성격과 사랑스러움이 담겨 있으며, 그들의 추억과 삶을 살아가는 열성적인 태도,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결말도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되었으니, 어린 시절 꿈꾸었던 세계와 함께 추억하기에도 아주 좋은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이 퍽퍽할수록 아름답고 풍성한 이야기에 더욱 파고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요즘은 잘 해결하고자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무시하듯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기에,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빛이 나는 이 작품은 뿌옇게 가로막고 있는 음침한 먼지 속을 밝혀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랑받는 고전문학에 대한 신뢰는 언제나 한결같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된 작품이라면 바로 그만큼의 생명력이 깃들어 있을 거란 무한한 믿음이다.



<작은 아씨들> 역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형제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공감가지 않을까 싶다. 이건 어떤 시대이건 상관없이 가족이 많을수록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같은 형제여서 닮은 것도 또 너무 다른 것도 있으며 추구하는 것 역시 천차만별로 다르다.



여기 등장하는 네 자매에 대한 간략한 묘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메그, 마거릿, 맏이, 통통한 몸매, 투명한 피부, 커다른 두 눈, 숱이 많으면서 부드러운 갈색머리, 하얀 두 손, 조금의 허영기가 있는 전형적인 미인


조, 조세핀, 둘째, 큰 키와 마른 몸매, 가무잡잡한 피부, 망아지 같은 성격, 날카로운 회색눈, 길고 탐스러운 갈색 머리


베스, 엘리자베스, 셋째, 장밋빛 피부, 부드러운 머릿결과 반짝이는 눈, 조용한 말씨, 수줍음이 많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음악가


에이미, 막내, 푸른눈을 가진 금발 소녀, 투명한 피부, 날씬한 몸매, 백설공주형의 소녀, 우아함과 리틀 라파엘로라는 별명을 가진 화가



그리고 이 소녀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현명한 마치 부인과 선량한 아버지가 있으며, 풍요롭고 다정한 이웃 로런스가 있다.



소녀들의 나날들은 연례행사를 맞이하여 떠들썩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가난을 타파하기 위한 소일거리와 돈벌이에 지쳐 지루해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유쾌하다. 네 명이기에 나눌 수 있고 그만큼 배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각 인물별로 몰두하고 있는 분야도 다르고 성격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때론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애정으로 용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가의 모습을 닮은 조라는 인물에 더 애착이 생겼기에, 언니들이 자신을 두고 외출했다고 분풀이하기 위해 조의 원고를 태워버린 에이미의 행동에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백업'이라는 것도 없을테니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형제이기에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도 했고, 또 소중한 가족이라서 포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기에 더욱 잘 이입이 됐던 것 같다.



소녀들이 했던 다양한 놀이, 연극, 그들만의 모임, 그리고 생활, 그리고 사랑과 신뢰로 구성된 이 가족이 가난한(?) 삶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헤쳐나갈 수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로 느껴지기도 한다. 잘 맞지 않아 다투고 이기적이게 굴었어도 결국은 스스로 깨닫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대개 보통의 가족들이 그럴수도 있지만... 가족이기에 드러내보이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기도 하다.



예쁜 옷과 소품들이 함께 하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꿈꿨지만, 결국에는 진실한 감정을 표현했던 가난한 가정교사 존과 결혼을 결심한 메그, 영원히 철이 들 것 같지 않았던 에이미는 우아한 여성이 되어 속물적인 관계가 아닌 또다른 '사랑'을 찾게 되었고, 수줍음이 많았던 착한 소녀 베스는 결국 영면의 길로 들어서며 그들 곁을 떠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어떻게든 잘 살아갈 것이기에 안도의 마음이 든다. 그리고 우리의 '조', 성급하고 직설적이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 책벌레 소녀는 결국 작가가 되었고, 때론 쓰레기 같은 글을 통해 두둑해진 지갑과 반비례하는 죄책감으로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지만, 결국 진심이 담긴 글로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외로움이 더 지속되기 전에 그에게도 사랑이란 게 찾아오긴 한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엿보아 쉽게 짐작할 수 있고, 또한 지금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고루한 시선이 담겨 있는 것처럼 여성의 삶은 결혼으로 직결된다. 조 역시 로리의 청혼을 뿌리치고 떠나 있었지만 외로웠고 사랑으로 구속되는 게 싫었지만 온화한 품성의 지적인 노(?)교수와 이어지게 되었기에 어쨌든 결말은 해피엔딩인 것이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풍자적인 요소처럼 느껴졌던 그 부분, 출판사가 원하는 내용으로 고친 것일지도 모르는 조의 결혼과는 반대로 작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작가는 『작은 아씨들』이라는 제목으로 1868년에 1부를 완성해 출간했고, 같은 해 말 『굿 와이브즈Good Wives』라는 제목으로 2부를 발표했으며 이듬해에 두 권을 합본하여 출간했다. 1부가 네 자매의 따듯한 유년시절을 그린 이야기라면 2부에서는 조가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성장해 가는 한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에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되는 『작은 아씨들』은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 했던 세계를 그대로 담아 1,2부를 합친 완역본으로 출간했다. (책소개 참고)



진보적인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아버지와 그의 친우들을 통해 받은 영향과 작가로서의 기질, 여성이라면 갖추어야 할 덕목처럼 얌전히 앉아 하는 뜨개질보다 전쟁터에 나선 아버지와 같이 서고 싶었던 '조'처럼, 여성이기에 제약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상황 속에서 다양한 작품을 써 나갔으며, 그런 여성의 삶이 담긴 많은 작품뿐 아니라, 풍자적 에세이, 사실주의 소설, 펄프픽션, 선정소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썼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작은 아씨들> 속 '조'가 생계를 위해 썼던 속된 글처럼 루이자 메이 올컷의 글에는 자극적인 요소들도 있었지만 노예해방, 여성해방, 계급해방 등 급진적이고도 따뜻한 가치관도 함께 담겨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작가에 대해 알아갈수록 이 사랑스러운 작품 말고도 더 많은 작품을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 작품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작가에 대해서도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당분간은 집중력 향상을 위한 독서에 더욱 노력해보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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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태는 다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우린 늘 천로역정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지. 우리의 짐은 여기에 있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단다. 그리고 선의와 행복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역경과 실수를 헤치고 진정한 하늘의 도시인 평화로 향하도록 인도하는 길잡이란다. 자, 어린 순례자 여러분, 이제 놀이가 아니라 진짜 생활 속에서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떻겠니?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너희들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보는 거야." 31쪽



가엾은 조는 착해지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내부의 적에게 언제나 승리를 넘겨주어야 했다. 이런 성질을 잠재우는 데에는 꽤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157쪽



그녀가 너무도 사랑하는 얼굴에서 묻어나는 인내와 겸손은 조에게 그 어떤 현명한 훈계나 통렬한 비난보다도 훌륭한 교훈이 되었다. 어머니가 보여준 연민과 신뢰는 많은 위안이 되었다. 어머니도 자기와 비슷한 결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고쳤다는 걸 알게 되자 한결 마음이 편해지면서 반드시 고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솟구쳤다. 하지만 열다섯 살밖에 안 된 소녀에게는 40년 동안이나 조심하며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이 다소 지겹게 느껴졌다. 169쪽



"(…) 내 딸들아, 엄마와 아빠는 언제 어디서든 늘 너희들의 친구가 돼줄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너희들이 결혼을 하든 안하든 우린 너희들이 우리 집안의 자랑이 될 거라고 믿는다." 207쪽



"(…)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중요하단다. 하루하루를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렴. 그렇게 일과 놀이를 잘 조화시키면서 살면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래야 젊은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후회를 덜하게 되지. 난 너희들이 가난하더라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249쪽



그제야 메그는 혼자 앉아 일을 하다 말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아왔는지를 실감했다. 사람, 보호, 평화, 건강 등과 같은 인생의진정한 축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어떤 사치품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377쪽



조는 오랜 꿈을 접고 새롭고 더 나은 꿈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다른 욕심들은 초라해 보였고, 사랑의 영원한 힘을 믿으며 평화로운 위안을 느꼈다. 834쪽



조는 이미 너무 멀리 왔고, 또 자신의 행복말고는 아무것도 안중에 없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아주 단순한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둘의 인생에서 그것은 캄캄한 밤과 폭풍우와 외로움이 그 둘을 맞이하려고 기다리는 가정의 불빛과 온기와 평화로 바뀌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953쪽





(이 리뷰는 RHK 북클럽1기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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