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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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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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LA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랐다. 동서양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했으니, 자신이 어떤 나라에서 속한건지 의문이 들었을 거고,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자의 외로움이 남았을 것이다.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만하다. 부모님에게는 세대 간 격차를, 친구들 사이에선 문화적 차이 때문에 움츠리고 분위기를 살펴야 했고,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그만의 생존방식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좋은 리스너였을지 몰라도 스스로에게는 불친절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문화권에서의 삶은 혼란을 가져왔고 고통스러웠으나, 덕분에 창의성을 기르는데 훌륭한 예술적 자양분이 되어줬을 것 같다. 이에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됐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의 내면속 다양한 성향과 기질이 바탕으로 탄생된 듯한 여러 비니들이 각 장마다 등장하여 화자의 자리에서 말하고 있다. 보송보송한 재질의 토끼 캐릭터의 다채로운 변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리본버니 / 패션과 문화를 사랑하며,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으며 예쁜 것들을 좋아하고 야심있는 캐릭터


옐로우버니 / 워커홀릭, 스스로에게 부정적이고 엄격해서 스트레스의 근원이 자기 자신이 돼버리는 캐릭터, 취미활동 스케이트보드


로즈버니 / 감성적이고 사려 깊지만 소극적인 캐릭터, 우울감이 내재 되어 있고, 누군가 자신을 싫어하는 걸 두려워해 항상 장미를 들고 다닌다. 생각이 많고 불안감이 높지만 항상 남을 돕고자하는 캐릭터


라벤더버니 / 작은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밝은 분위기의 버니. 강하지만 상냥한 성격 지님


크림버니 / 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사색가. 관심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한 버니. 리본버니의 절친한 친구이자 이해심 많고 친절하다.



이처럼 버니 캐릭터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게 매력적이다. 각 장의 주요 틀과 성격에 맞게 배치된 여러 버니들이 모두 사랑스럽다. 담긴 이야기는 어쩌면 흔할 수도 있다. 요즘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서로 물고 뜯기 바쁜, 나도 힘드니까 너도 힘들어야 해, 라며 공격하기 바쁘고, 열정을 강요하지만 틈새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세대들이 누적되어 가는 피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위로와 말 한마디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매우 중요한 것이고 현실에 치여 무뎌진 것들이기에,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의 가치는 내 소지품의 가치 그 이상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멘토는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수집하는 것도 멘토를 찾는 일과 같다고 하니, 결국은 자신을 위해 좋은 것만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자라온 환경에 의해 자신의 근원에 혼란을 느꼈고, 자신을 찾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쉼이 필요할 땐 휴식을 해야 하며, 자신을 믿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할 수 없는 대로 두고, 자신을 위한 좋은 선택을 하도록, 굳이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힐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작가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다가도 지칠 때가 있었으며, 도움을 구하기 위해 다른 서적을 살펴보기도 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반복하여 강조하는 건 나 자신이 나의 전부이며, 나를 위해 투자하고 나를 위해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나를 사랑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옐로우버니가 말하는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갔다. 세상살이 풍파에 휩쓸리고 있는 듯한, 담배를 물고 있는 옐로우버니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리기도 하고(현실에서는 정말이지 싫어하는 기호제품인데), 현실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자존감을 기르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습관처럼 익숙한 사람에게, 나와 같이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에게 선물로 전해주고 싶은 고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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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많든 적든, 값이 비싸든 싸든

당신이 가진 가치가

그 물건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32쪽



비록 내가 했던 일들이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다음번에는 더 잘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되도록 좋은 점을 보고 칭찬하는 것.


51쪽



자신을 믿어 주세요.

자신을 지지해주세요.

나의 생각과 감정은 옳아요.


60쪽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와 맞지 않는 사고방식을 버려 비우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각을 담기 위해서

새로운 공감을 만들기로 했지요.


157쪽



‘잘’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게 중요해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잘’이 아니라‘계속’이에요.


196쪽



항상 나를 격려하고 나를 응원해요.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에요.


207쪽





(이 리뷰는 RHK 북클럽1기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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