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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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쌍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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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4인조 밴드 SEKAI NO OWAR의 멤버로 피아노 연주와 라이브 연출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같은 밴드 멤버가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하는데서 작품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데뷔 소설인 이 작품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밴드의 결성 과정을 비롯한 불안하기만 했던 영혼의 소년, 소녀의 성장과 관계성을 그리고 있다. 평소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한 그였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완전 동떨어진 것부터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기에 같이 괴로워하고 울면서 힘들게 5년에 걸쳐 써 왔다고 하니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화자는 니시야마 나쓰코,  열네 살 소녀이다.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년 선배 남학생 쓰키시마에게 충동적으로 이끌리듯 말을 건네던 이 소녀는 앞으로 닥칠 수많은 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그들의 관계성을 예상하지 못하였다. 그가 어떻게 휘둘리게 되는지, 얼마나 비틀거리면서 울고 웃게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자연스러운 이끌림으로 시작된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고 낯설었던 이 소녀는 피아노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그에게 무기력하고 쓸쓸해보이는 쓰키시마가 자신을 '쌍둥이'라고 명명한데서 상처받고 아파하며, 어떤 자리에 서 있을지 몰라 헤매이게 된다. 마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블랙홀 속에 빨려들어간 소행성처럼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간다. 


떨어져나가지 않기 위해 간절하게 매달리듯 견뎌내었다가, 변해가는 쓰키시마의 모습에 두려워하며 밀어내버리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을 주면서도 상처를 주는, 뭐라 정의내릴 수 없고 알 수 없는 이상한 관계성이 1부와 2부를 가득 메운다. 그리고 마침내 스무 살 성인이 되기까지 힘겹게 버텨왔던 시간들을 지나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밴드를 결성하기까지, 나아가 밴드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되찾아가게 되었는지를 그려낸다.


 

대체로 충동적이며 불안정했고,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그 시절을 유독 힘겹게 자각했던 쓰키시마라는 인물이 바깥에서 들어왔던 말처럼 사치스러운 어리광처럼 느껴졌다. 정해진 시간만큼, 분량만큼 자신이 이루고자 했기에 열심히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는 나쓰코를 책망하는 쓰키시마. 정작 그 곁에서 자신이 어떠한 안도나 평온을 얻었는지 끝까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아픈 생채기만 내기 바쁘다. 


큰 열병을 앓는 듯 이기적인 쓰키시마의 심리가 잘 와닿지가 않았다. 힘겹게 그의 유학길을 떠나보내고 돌아온 나쓰코에게 얼마 되지 않아 쓰키시마는 돌아가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온다. 발작을 하고 정신을 잃는다. 속내를 드러내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쓰키시마에게 돌아오지 말라며 밀어내는 나쓰코의 단호한 모습은,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듯한 구간이었다. 세상사 풍파를 감당하기엔 너무 여리고 약한 영혼이었고, 이를 감추기 위한 위악을 일삼았지만 뜻대로 잘 되진 않았다. 결국은 자신의 병명을 받아들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소년에게 그닥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나쓰코가 왜 그리 휘둘려지기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나쓰코는 자신만의 중심이 있었다. 따돌림을 당하는 게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어서라니.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세상에 회의적이었던 소년의 표현방식이었을지라도.  그런 폭언은 되레 반발감만 들게 했다. 나쓰코의 시선으로만 모든 상황과 인물 묘사가 집중되기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쓰키시마의 내면의 면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글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자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솔직히 고백했다면 어땠을까. 


그 시절엔 무언가 명명할 수 없는 기분과 충동에 휘말리곤 한다. 알 수 없으니 불안하고 무턱대고 부딪히기엔 두려운, 스스로도 잘 제어가 되지 않는 그런 상태. 그 부분의 묘사는 한없이 비틀거리는 듯한 모습으로 소설 구석구석 아주 잘 표현된 것 같다. 그러니 읽고 나서도 개운치 않고 뭔가 찝찝하며 어지럽기만 하다.


가독성은 좋지만 부분부분 일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나쓰코라는 인물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담은 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겐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당사자에겐 실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라면 더더욱이. 내면의 담금질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될수록 어쩌면 작가의 모습이 투영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고, 객관화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이를 군데군데 많이 덜어내고 또 다시 다듬고 했을 것 같다. 작가가 만든 세계 속 그 인물과 함께 울고 힘겨워했다니 거리 유지가 퍽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유의 사소설적 특징을 배제했다고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을 통해 위안과 희망을 얻은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는 음악을 하는 작가의 본업과 더불어 듣고 읽으며 함께 치유해나갔던 게 아닐까. 그리하여 지금 자신이  왜 그토록 힘겨운건지 정의내릴 수 없었던 시기의 아이들이 그 안에서 흔들린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건 아닐까.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의 '문학독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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