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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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아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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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미국 보스턴 출신으로 예일대학교 졸업 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고, 석사논문으로 썼던 프로젝트 단편소설로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금융업으로 진로를 결정하여 투자전문가로 20년 동안 일하였다고 한다. 일하는 동안에도 종종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고, 4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첫 작품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시작은 다소 늦지만 그래서인지 더 신중한 듯한 인상을 준다. 마치 작품 하나 하나가 세공된 보석 같은 느낌이다. 


작가의 살아온 배경이 어떠한지 알 수 없으나, 처음 접했던 『모스크바의 신사』 도 그러했고, 이번 작품도 귀족적, 상류계층에 대한 실재적인 묘사가 꽤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인물 또한 실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강점이 있다. 대단한 자료조사와 더불어 본인이 겪고 접했던 부분들이 들어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인물이 사는 집 속 소품 하나, 옷 재질 하나 세심한 손길로 그려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연스럽게 분량은 어마어마하게 나올 수밖에 없으며, 덕분에 인물과 배경에 대한 정보나 묘사가 늘어나 더 생동감 있게 인물을 표현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대단한 장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도한 수식어를 덧붙이지 않고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해주는 듯한 어조로 말하며,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문장도 있었다. 자신의 세계 안에서 여러 번 담금질 하고 또 정밀하게 세공한 후에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완성시킨데에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글을 쓰는 작가들 모두 각기 다루는 주제적인 측면들이 다르지만 결국엔 창작하는 이로 하여금 그와 가까운 것부터 다루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은 다수의 평론가들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개츠비'를 많이 언급하였는데 왜 그런 언급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그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 결이 어떻게 다른지 잘 설명하지 못해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만.

이는 추후 피츠제럴드 작품을 다시 찾아 읽어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는 1966년, 중년의 나이가 된 케이트가 남편 밸과 함께 참석한 뉴욕 사진전시회에서 옛 연인이자 인연이기도 했던 팅커 그레이의 사진을 발견하고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한 불빛과 재즈, 열정의 음악으로 가득한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플래시백 효과처럼, 사진 한 장을 통해 격동과 혼란의 시대 1930년대를 회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1938년 뉴욕, 여기 세 남녀가 있다. 동일인물이 여러 이름으로 호명되는데, 자주 불리우는 이름으로 말하자면 케이트, 팅커, 이브가 되겠다. 주로 말하고 있는 화자는 이민자의 딸이자 노동 계층인 케이티(캐서린)이다. 열아홉이 된 그 해부터 법률사무소에서 비서(속기)로 성실히 일하고 있으며, 하숙하는 곳에서 만난 룸메이트 이브(이블린)와도 소울메이트처럼 잘 지내고 있다. 그런 그들 앞에 젊고 매력적인, 장래가 유망한 은행가 팅커 그레이가 나타나고, 이들 사이에는 사랑과 우정의 얼굴을 한 채 미세한 균열이 일게 된다.


세 사람은 우정을 빙자한 만남으로 그동안 감춰오기만 했던 대담하거나 시시껄렁한 꿈에 대한 생각과 말들로 웃고 떠들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인다. 상류사회로의 진출을 위해 지켜야 할 규칙으로 인해 겉으로는 예의있고 선을 지키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억눌려 있던 팅커는 소로의 <월든>을 무인도에 가져갈 물건으로 꼽는 케이트에게서 호감과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파란의 소용돌이 중심에 선 인물 앤 브로딘이 있다. 그의 대모로 소개된 앤 브로딘은 남성 사업가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하며 흔들림 없이 자아를 지켜내는 인물로 그려진다.



세 사람 사이에는 어느 순간 사소한 자리 다툼이나, 미묘한 신경전 같은 질투가 싹트기도 한다. '셋'이라는 불완전한 숫자에 언제든 한 명은 떨어져나가 정리될 수밖에 없는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행은 그렇게 불현듯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케이티와 팅커의 미묘한 기류를 감지한 이브는 그들 사이에 자신이 끼여들기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는지, 두 사람이 우연히라도 따로 만났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게 위태로운 상태에서 세 사람이 탄 차는 뒤에서 달려오는 트럭으로 인해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조수석에 앉았던 이브는 충격으로 깨진 유리창 밖으로 튕겨나가게 되는 바람에 얼굴이 짓이겨져 큰 흉터가 남게 된다. 운전석에 앉았던 팅커는 이 불행한 사고로 인해 생긴 이브의 상처에 큰 죄책감을 느끼고 그를 부양하고 곁을 지키려 한다. 사랑이라는 전제를 가진 남녀 관계라기 보다 함께 큰 일을 겪고 난 후 생긴 끈끈한 전우애처럼, 의리만 남은 이상한 관계 속에서 끝끝내 행복한 결말을 오지 않는다. 


이들의 위태로운 관계는 헐리우드 드림을 꿈꿨던 이브가 사고 이전의 비범했던 면모를 되찾으며 떠나는데서 마무리된다. 비록 얼굴에는 큰 흉터와 절룩거리는 걸음걸이를 하게 되었지만 용기가 있는 인물이었으므로, 떠날 수가 있었다.



한편 두 사람 사이에서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던 케이티는 여전히 열심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그 사이 다른 인연을 하나 둘씩 맺게 된다. 팅커로 인해 이브와 케이티 모두 사교계 인사와의 만남과 파티를 통해 사교계 진출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관련한 관계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때론 거짓과 오해를 여지로 두며 부유한 귀족계층의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이브가 꿈을 쫓는 인물로 묘사되는 반면 케이티는 똑같이 꿈꾸는 열망은 있으나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노동은 필수적인 것이었고, 먹고 사는데에 더 중점을 두면서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기 위한 연기와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이는 보기 좋게 들어맞아 어떻게서든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가 낯설고 새로운 인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지적인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에 퍽 매력적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사람을 대할 때면 상대방이 원하는 의중을 잘 파악하고 이를 적절하고 과하지 않게 표현하여 입밖으로 내뱉기 때문에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그 안에 내재된 욕망은 결코 잔잔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승진을 앞두고, 전망없는 출판사지만, 원했던 곳에 들어가기 위해 대담한 연기를 했던 것처럼. 그리하여 소개로 들어간 출판사에서 편집자 역할을 가장한 비서일을 하면서 자신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게 강단있고 멋지게 느껴졌다. 이는 그가 사람의 감정과 관계성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하는 인물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그도 팅커에게만큼은 속수무책인 태도를 보인다. 팅커에게 끌리고 있지만 애써 참고 인내하였으며, 이내 두 사람이 함께 하고자 했을 때 다시금 닥친 위기에 격분하였고, 차분함과 이성을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팅커의 형인 행크는 돈이 궁하지만 자신의 그림을, 예술을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으며,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진중한 태도를 지녔던 윌러스는 케이트와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책임감에 더 가까이 다가섰으며, 별다른 목표나 목적은 없지만 천진난만했던 명문대생 디키는 순수한 애정과 마음으로 케이트의 어지러운 마음을 다독이며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케이티의 여러 인연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강렬한 이끌림이었으나 안타까움만 남게 했던 팅커보다, 편안했고 꾸밈없이 시간을 함께 보내주었던 윌러스가 기억에 남았다. 첫 인상은 다소 퉁명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수줍음도 많았으며 다시 재회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인물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케이트는 그에게 사격을 배우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게 되기도 하였으며, 두 사람 사이 흐르는 묘한 긴장감이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며 펼쳐질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물론 읽는 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에선 웬일인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속 다아시가 떠오르기도 했다. 냉담한 태도와 겉모습에 오해가 있었지만, 리지에게는 그 누구보다 진실된 사람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처럼. 케이티에게 윌러스가 그런 인물 같았다. 수줍어하는 태도에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고, 별다른 호감도 보이지 않았기에 금방 단절될 관계로 보였으나, 다시 재회하게 되었을 때 케이티는 그 어느때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고 충동적이며, 혼란했던 화려한 배경 속에 파묻혀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찾고자 했던 여러 인물들이 당시 시대적 상황을 대신해서 표현해주고 있다. 신분으로 나뉘는 차별과 인종 차별도 여전히 존재했음을 신문 속 사교계 인사란이 별도로 있는데서, '검둥이'라며 일상적으로 표현한데서, 잘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오랜 집필 기간을 거쳤다고 하는데 정말 그 시대를 대변해주는 1930년대의 정수를 보는 듯한 작품이었다. 여기에는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욕망과 그로 인해 지켜야 할 규칙들로 결국은 스스로 무너지게 되는 인물도 있었으며, 그런 욕망을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는 길을 찾는 선택으로 행동하는 인물도 있었다. 무엇이 됐든 결국은 다시 희망을 찾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으며 안도하였다. 가독성이 좋아 읽는 즐거움도 아주 컸고, 당시 유행했던 음악, 그리고 예술작품에 대한 견해, 자주 등장했던 디킨스와 헤밍웨이의 작품은 언제고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언제나 그랬듯이 생각만..) 그래서 대중성과 문학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에 기꺼이 동의한다. 이토록 훌륭한 작품이 데뷔작이라니 부럽고 정말 대단한 작가이다.


셈세하고 아름다운 세계속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보게 되어 더할 나위없이 기쁜 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작품도 당연히 기대가 되지만, 이렇게 신분사회에 대한 주제로 나아갈 거라면 작가가 그리는 또다른 세계 또한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도 든다. 당연히 상류계층은 제외하고 말이다. 어찌됐든 이 바람은 조심히 한켠에 남겨두고. 오늘은 Billie Holiday의 Autumn In New York을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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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그런 변화를 이해하기 힘든 것도 아니었다. 1950년대에 미국은 세상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어서 주머니에 든 동전까지 챙겼다. 유럽은 가난한 친척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가문의 문장만 남았을 뿐, 식탁을 제대로 차릴 수 없는 존재.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비슷비슷한 나라들은 우리의 학교 교실 벽을 장식한 지도 속에서 햇빛을 받는 도롱뇽처럼 막 잽싸게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 참이었다. 10쪽




요람처럼 아늑하게 흔들리는 지하철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조심스레 꾸며놓은 표정이 슬그머니 벗겨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걱정거리와 꿈 사이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며 초자아가 녹아내린다. 13쪽



이건 자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을 고를 때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세상은 그것을 이용해서 우리를 골탕 먹일 의욕으로 충만하기 때문이다. 66쪽



따라서 상대가 좋은 질문을 던졌을 때 최선의 대응책은 주저하거나 억양에 변화를 주지 말고 간단히 대답하는 것이다. 77쪽



나는 손을 빼내서 그의 매끄러운 뺨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히 모든 것을 참아내라는, 인내에 관한 훌륭한 조언에서 위안을 얻었다. 128쪽



대화 중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일보다 책을 읽는 한 사람을 방해하는 일을 더 꺼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 기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설사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 멍청한 로맨스소설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133쪽



증오에 물든 사람은 상상력과 용기를 거의 보여주지 못한다. 시간당 50센트를 버는 사람은 부자에게 감탄하고 가난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면서, 시간당 임금이 자기보다 1센트 많거나 1센트 적은 사람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혁명이 10년마다 한 번씩 세상을 휩쓸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193쪽




아버지는 살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아무리 풀이 죽고 기운이 빠져도, 자신이 언제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처음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고대하는 한은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해준 조언이었음을 깨달았다. 

209쪽



우리 사이의 로맨틱한 상호작용은 진짜 게임이 아니라, 수정된 버전이었다. 두 친구가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도 보내고 조금 실전연습도 할 겸 해서 만들어낸 수정판. 299쪽




하지만『월든』에서 지금까지 항상 내 곁에 머무르는 구절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소로는 진리가 멀리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저 멀고 먼 별 뒤에, 아담이 태어나기 이전과 심판의 날 이후에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그 모든 시대와 장소와 일들이 모두 지금 이곳에 있다.”‘지금 이곳’에 이토록 찬사를 보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만의 별을 따라가라는 권고와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말도 별을 따라가라는 말만큼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도달하기가 훨씬 쉽다. 372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한 것보다 원하는 것이 더 많아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예요. 하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필요한 것이 원하는 것을 능가하는 사람들이에요.” 414쪽



“우리가 자신과 완벽히 맞는 사람하고만 사랑에 바진다면, 애당초 사랑을 둘러싸고 그런 소동이 벌어지지도 않을 거야.”477쪽



옛 친구를 이어 잊으리, 어이 다시 생각지 않으리.*


하지만 가끔은 옛 친구를 잊어버리고 다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인생의 의도인 것처럼 보인다. 인생이란 기본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던져버리며 빙빙 돌아가는 원심분리기와 같다. 그러다가 이 원심분리기가 멈추면, 우리는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삶이 들이미는 수많은 새로운 걱정거리에 둘러싸인다. 507쪽


* 노래<올드랭사인>의 가사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여행보다는 허니문 브리지와 더 가깝다. (…)

게임을 하면서 카드를 하나 뽑으면 그 카드를 그냥 갖고 다음 카드를 버릴 건지, 아니면 먼저 뽑은 카드를 버리고 그다음 카드를 가질 건지 곧바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탁자 위에는 우리가 뽑을 수 있는 카드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방금 내린 결정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517쪽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의 '문학독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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