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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평점 :
일상이 여행되는 패스포트툰,
『퇴근길엔 카프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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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을 접하는 건 의외로 예상치 못한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다양한 매체 속에서 숨겨진 단서처럼 그 실마리를 얻게 되는데, 예를 들어 체호프 같은 경우에는 즐겨 찾아보던 외국 드라마에서 주인공 중 한명이 체호프 매니아로 나와 대사 중간 중간에 그의 작품 속 대사를 인용하는 걸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경우 고등학교 때, 수행평가의 일부였던 일기 쓰기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이란 작법과 후에 '디 아워스'라는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카프카의 경우엔 대학 수업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경우 중학교 때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 추천 도서 목록에 있어 접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추천을 받지 않았지만, 꼭 읽어야 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은연중에 이러한 고전 작품들이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읽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란 짐작과 약간의 지적 허영심이 투영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이 책에 소개된 작품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번쯤 읽어보았거나,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었던 게 많아서 반갑고 신기했다.
그것도 어쩜 마음에 쏙쏙 와 닿는 포인트로 짚어 소개해주는지, 인상 깊은 장면까지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그것도 웹툰 형식으로 되어 있다 보니 눈에 더 잘 들어왔던 것 같다. 시리즈로 해서 좀 더 내주면 안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같은 책을 읽더라도 대개 공감하는 부분도 비슷하게 있겠지만, 전혀 다른 부분을 중요하게 기억하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의견들이 늘 궁금했다. 딱히 누구에게 이 얘기를 할 수도 없었고, 낯간지럽게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을 때 만큼은 소통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고, 이 장면이 좋았는데 혹은 이 책은 진입 장벽이 높았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이었나, 읽어봐야겠네, 와 같은 감상을 읽는 동시에 하게 되니 얼마나 설레던지.
근래에 나의 책임을 벗어난 일들 때문에 어찌나 버겁고 지겨웠는지, 소원해진 관계 속에 얼마나 외로웠는지 떠올랐던 괴로움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육체의 실질적 고통을 지울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음에서 오는 내적 고통에는 특효약처럼 느껴졌다.
독서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을 하는 중에도 힘들 때면, 아, 그 책 빨리 읽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읽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기분이 든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주 먼 나라, 그것도 먼 과거 속 작품들을 읽는 게 일종의 여행처럼 느껴진다는 작가의 말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잠깐 등장했던 『한 여름밤의 꿈』 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정작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의 초상화라든지, 후에 어떻게 작품을 복원해서 출판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부끄럽지만, 내가 알고 있던 얼굴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 또한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체호프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제목 또한 얼마나 적절한지, 당시 카프카의 생활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고 하니, 그에겐 퇴근 후의 시간이 사회생활의 퍽퍽함과 강압적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난 잠깐의 휴식과 자유였을지 감히 짐작해본다.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출근하기 싫지만 정해진 시간에 기상해야 되고, 직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인 것처럼.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개의 직장인들이 가지는 돈벌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변신은 이러한 의무와 책임감과 불안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인 것 같다.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작품 중에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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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롭고, 좋은 작품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때론 신간을 알아가는 즐거움 못지 않게 고전문학을 되새기며 읽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문학 작품을 새롭게 읽는 방법으로 만화를 그렸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 만화를 통해 다시금 새로이 텍스트를 읽어볼 수 있다는 것도 신선한 접근법 같다.
카프카나 버지니아 울프나 셰익스피어 작품과 같이 좋아했던 작품을 비롯하여 보르헤스나 소포클레스와 같이 다소 용기가 필요한 작품들까지. 작가의 바람대로 작은 환기가 되어 주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쉽게 열어볼 수 없었던, 무겁게만 느껴졌던 책장을 열어볼 용기 또한 주었다. 덕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작품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작가의 고요한 일상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작품을 선정하고 반복해서 읽고 맥락을 잡아 구성하고 그리고 정리하기가 얼마나 고되고 부담스러운 작업이었을지 생각해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그래서 다음은 또 언제일까요...?
(이 리뷰는 민음북클럽의 서평 프로그램 '첫 번째 독자'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