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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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지에 대하여,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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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소설선, 이기호의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43장』은 2017년 8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 후, 출간된 작품이다. 인터뷰 형식이랄까, 취조 형식의 구성은 여러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하나의 사건 혹은 중심인물에 대해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구성은 일본소설 『악녀에 대하여』를 통해 접해본 적이 있는데, 하나 차이점이라면 여기선 중심인물인 최근직 장로의 직접적인 증언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 목양면의 한 교회에서 화재가 발생되고, 담임 목사 최요한 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지만 화재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교회는 최요한 목사의 부친인 최근직 장로에 의해 세워진 곳이다. 환경적인 측면으로 보면 최근직 장로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나이 마흔 일곱이 되던 해,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탄 기차에서 사고로 인해 자신을 제외한 가족 모두를 잃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삶을 포기하려고 올라간 고향의 오구산에서 목을 매려는 순간 신의 음성을 듣고 이를 계기로 새 삶을 살고자 한다. 제 2의 삶을 사는 그는 기적과도 같은 존재 아들 요한이 있고, 그의 신앙 간증은 대대적으로 많은 신자들에게 회자되며 희망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일면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속사정 또한 있었다.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마을 사람의 증언을 모으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이야기는 총 열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화자로 처음 지목됐던 인물 고등학생부터 교회에 사는 전도사, 화재 사고로 죽은 사람과 가까웠던 인물, 최 목사의 아내, 건물 내 세입자였던 식당 주인들과 최근직 장로에 하나님까지. 범접할 수 없는 영역까지 가뿐히 넘나들 수 있는 역량은 이기호 작가기에 가능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보통의 인물 구성에서 하나님(?)이라는 인물 또한 같은 연장선에서 놓고 말하고자 한다면 너무 가벼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숨길 수밖에 없던 이면을 밝혀주며, 중심 화두를 짚어주며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어조와 서술에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각 인물마다 말하는 습관이나 특징이 달라서 생동감 있게 그려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말하는 이들로 봐선 질문하는 이는 형사로 추측된다. 질문은 없고 답만 표현됐는데도 대략 어떤 질문을 했겠거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가독성도 좋았다. 알맹이가 탄탄한데 읽기에도 재밌다니... 

  

이건 이기호라는 하나의 장르로서 바라보면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비극적이지만, 마냥 진창에만 빠지지 않고 삶의 비루한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데, 특유의 위트를 가미하며 무게중심의 조화로움을 줄 수 있는 건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욥기’의 후속편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전체 42장으로 이루어진 성경 ‘욥기’의 번외로 이 작품이 쓰인 것이다. 자신의 자식들이 고통 속에서 죽은 뒤에도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하는 이상한 아버지로 보였던 욥은, 정작 자신의 발바닥에 악창이 나자 비로소 하나님을 원망하고 저주했기 때문에, 이 아버지란 사람이 도통 이해가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 스스로 아버지가 된 후에도 이해가지 않았으나 관습적으로 읽지 않으려 애쓰며, 자식을 잃은 아버지라는 사실을 전제하며,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화재가 발생했고, 많은 사람이 다치고 목숨을 잃게 되었다. 최요한 목사는 모범생이라는 증언과 미혼모를 괴롭힌 인물로 증언되기도 했으나, 대체로 결핍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최근직 씨의 두 번째 삶을 영위하는데 기적 같은 요소로만 여겨졌을 것만 같은, 그렇기에 아버지를 향해 순종적이었고, 두려워했으며, 한없이 갈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라는 존재 하에 가려진, 마치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보여 안타까웠다. 물론 제목에서 이미 밝혀진 바, 그의 방화가 진실이라면 그건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의 이기심에서 온 범죄라는 건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커 보였던 아버지의 삶 속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이었는가. 그리하여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 최근직 씨가 화상으로 인해 진물나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삶을 포기하는 것보단 살아내고자 했던 걸 함부로 비난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 게 고통이고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 버텨내는 게 지옥같고 편히 잠들고 싶은 욕망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삶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졌듯이 어느 날 갑자기 끝나기도 하며,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욥이라는 인물도, 최근직이라는 인물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최근직이라는 인물은 형편이 살만 했기에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문득 이런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인물이 화목했고, 소중했던 존재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겨지게 된다면, 과연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그 절망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 역시 그냥 개인적인 판단이나 논리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된다. 삶, 그리고 사람 모두 복합적이고 알게 모르게 얽혀있는 것들이 많기에. 때론 나조차도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모순들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역시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지금껏 읽은 작품들 모두 만족스러웠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판형과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에 소장 욕구를 높이고, 중요 요소인 작품까지 좋으니 앞으로도 출간 예정에 있는 핀 시리즈의 다른 소설 작품 또한 너무 기대된다. 기다림으로 그렇게 또 버텨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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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아버님이 말이야…… 하나님을 만난 게 먼저일까, 우리 어머님을 만난 게 먼저일까?”

저는 그 말에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최 목사님을 바라보기만 했어요. 최 목사님이 또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우리 어머님을 먼저 만나고, 내가 태어나고…… 그러고 나서 아버님이 신앙 간증을 하기 시작했다면…… 그럼, 도대체 그건 무얼 의미하는 거지?” 110쪽

  


목사라는 직업이요, 어쨌든 다 우리 같은 영업직 아니겠습니까? 영업적 마인드가 있어야지 하나님도 팔고, 예수님도 팔고, 신앙심도 팔고, 복도 팔고, 하는 거죠. 네? 뭐 심한 말이에요? 그게 사실이죠…… 자본주의적 마인드로 보면 다 마찬가지에요. 열심히 하나님 믿고 신앙생활 하면 복 받는다, 그게 우리나라 교회에서 하는 말 아니에요? (…) 117쪽

  


최근직이 목을 매려는 순간, 누구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네가 아느냐? (…) 그때 최근직을 부른 사람이 누구인 거 같더냐? 네가 그를 모른다고 할 수 있느냐? 그건 최요한의 모친, 손순녀가 아니더냐? 그때 최근직과 손순녀가 만난 것이 나의 의지 같더냐? 내가 최근직을 그렇게 죽음에서 구한 것 같더냐? 말도 안 되는 소리. 최근직은 손순녀를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살려고 했던 사람이니라. 네가 그것을 알더냐? 가족을 다 잃어도 제 목숨을 스스로 끊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니라. 슬픈 것은 슬픈 것이요,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 최근직은 자기 의지로 산 사람이니라. 154~155쪽

  

거, 아이 큰 사람으로 만들려면 하루빨리 우리 동네에서 이사 가야 할 텐데…… 여기 있으면 그냥 닭 되는데……. 164쪽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의 '문학독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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