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 한국사 수업 - 최태성 한국사 강의가 책에서 들린다
최태성 지음, 신동민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와 미래를 잇다 _ 쉽게 접하는 한국사 이야기



『최태성 한국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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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기를 문과체질인지라, 수학과 과학보다는 국어와 국사과목을 더 좋아했었다. 그때 수업방식은 물론 내 미련한 공부방법 또한 암기 위주였지만 중학교 때 국사수업을 들을 당시 선생님께서 참 열정적이셨다.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정말 사랑하고,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있으셔서 그런지 매 수업 때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역사와 접목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알 수 없지만, 당시 우리 반 친구들은 딱히 국사에 관심이 많지 않았고, 난 극히 내성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놓칠세라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필기하기 바빴던 것 같다. 그렇게 집중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셨는지 선생님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려고 하셨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국사과목이 좋아졌다. 한때는 사학자를 꿈꾸었을 정도로.


 지금은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TV도 당시에는 즐겨보는 매체가 아니었는데, 역사드라마만큼은 열심히 챙겨봤었다. 이마저도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가게 된 이과로의 전향으로 인해 국사 과목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멀어져 갔지만. 그렇게 달달 외웠던 시대 속 많은 인물들에 대한 것도 점차 기억에서 사라져 갔고, 역사에 관한 어떤 논란이나 고증의 시시비비를 접하게 될 때에도 무식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돌아볼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그래서 주요 사건과 인물에 대한 상식과 지식 등을 몰랐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뜨끔하기도 했고, 내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정말 많이 창피했다.


대학진학과 직결된 주요 과목에서조차 그 자리가 밀려나 외면받기도 했었던,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 아끼고 보존되어야 할 것들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당장의 앞날을 위해 우리의 선조들이 지켜내신 것들의 소중함을 너무 당연하게도 잊고 지낸 것이 아닌지, 다시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역사의 대한 관심이나 대중화가 마냥 반갑다. 그중에서도 최태성 선생님은 강의는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를 점차 좁혀가며 컨텐츠의 폭을 넓혀가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존재하는 사실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더 깊게 들어가 당시의 살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선택은 필수적인 게 아니었을지, 이해관계를 따져보기도 하고, 당시 한 나라의 수장의 국익을 위한 선택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건 새롭게 다가와서 더욱 좋았다. 

 

이 책은 기존의『키워드 365한국사』의 업그레이드 버젼이라고 한다. 시대순으로 핵심키워드들이 나열되어 있고, 부가로 덧붙인 설명은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다. 


책을 펼치면 보이는 편지글은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일종의 당부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무조건 암기를 하려고 한다면 그 긴 역사에 대해 외울 게 좀 많겠나, 금방 질릴 것이고, 다시는 거들떠도 보기 싫고,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부담만 남게 될 것이다. 때문에 그런 접근 방식보단 좀더 흥미롭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역사가 마냥 먼 과거의 사실로써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과 또 살아가는 태도와도 큰 연관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지나온 시간동안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바뀌고 변화해왔을 지라도 결국 다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뤄지고, 또 이어져 온 것일테니 말이다.


책의 구성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돌멩이를 손에 쥔 사람들의 수다가 시작되다_선사 

2. 한강 타이틀 매치가 시작되다_ 고대 

3. 코리아, 다시 하나가 되다 _ 고려 

4. 우리는 한글 보유국이다_ 조선 전기 

5.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어_ 조선 후기 

6. 조선, 자본주의 바다에 발을 담그다_ 개항기 

7. 만세에 ‘민국’이 태어나다_ 일제 강점기 

8. 대한민국 이라 쓰고, 기적이라 부른다_ 현대









학창시절 공부할 때도 일제시대보다는 기원전이나, 삼국시대가 더 흥미로웠었다. 나라의 흥망성쇠에 따라 백성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무엇보다 타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모든 걸 빼앗긴 채 살아야 했던 당시의 사람들만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럽기만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핵심어 사전 같은 구성에 위트있는 그림이 함께 곁들여 지니 접근성도 좋다. 차례대로 읽어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한 번 전체적으로 훑어본 뒤 흥미가는 부분 위주로 읽어나가도 좋을 것 같은 구성이다. 게다가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근거 있는 추론 위에 그 당시의 살았던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까 싶은 인간적인 고민이라든지,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맞물려 있기에 그 재미를 한층 더한다고 볼 수 있다. 반달 돌칼과 빗살무늬 토기를 보는 순간 중학교 때 국사 교과서 떠올라 더욱 반가웠다.




기원전 시대의 도구 사용에 대한 것부터 현대에 이르러 남북간 공동 성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성과 시민의 이야기까지. 우리나라 역사는 신기하게도 평범한 사람들이 이뤄낸 게 참 많다. 어떤 책에서 보았던 글처럼 나라로부터 그 어떤 혜택을 받지도 못했으면서 큰 일이 닥칠 때마다 들고 일어서는 특이한 민족성을 가졌다는. 그 민족성에 별반 기여한 것도 없으면서 뿌듯함에 괜히 우쭐하기도 한다.



중간 중간 잡학상식에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다. 최근 방영한 드라마와 연관하여 광종에 대한 것도 그러하고, 연산이야 뭐 이젠 안 나오면 서운할 정도로 영상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나라는 다스리지 않고 유희에만 빠졌다는, 일명 '삼천궁녀'를 거느렸다는 오해를 사게 된 의자왕의 이야기도 그러하고,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잘못된 오류를 정정해주는 것도 많았다. 흔히 남겨진 기록들은 역사에서 승리한 자들의 이야기로 후세에 들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부분도 있을 테지만. 몰랐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부분에 대해 되짚어줘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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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것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의 기준에서 함부로 판단하여서도 안 될 것이고, 전해 내려오며 생긴 오류도 분명 있을테니, 앞으로 역사의 어떤 부분을 접하든 그 시대 속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역사 드라마 중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광해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관련 책을 찾아본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 봤던 광해군과 여러 책에서 말하는 광해군은 참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각각 광해군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순진하게도 드라마지만 분명한 고증을 거쳤을 테고, 창작자들 간의 시선이 그리 엇갈릴 수 있는 건지 알지 못했기에 혼란스럽기만 했다. 어떤 게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기록의 산물이고, 큰별 선생님의 말씀대로 삶, 즉 사람이 사는 이야기와 직결되었기 때문에 남겨진 사료에 덧붙여진 살은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해석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이처럼 매체의 창작물을 접할 때도 사료는 물론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또한 그게 바로 역사의 묘미이자 큰 매력이 아닐까. 나 또한 공부하면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있었고, 그런 훌륭한 위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때문에 다시금 역사를 찾아보고 좋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 길고 긴 사설은 모두 다 이 한 마디를 위해서였다는 걸 고백해본다.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는 단정한 판서와 더불어 나긋나긋하면서도 친절한 톤으로 설명하시는 데서 이미 큰 특장점을 느끼고 있었던 바였다. 꾸준한 태도로 한쪽으로 편중된 시선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자세 또한 존경스러웠다. 


더불어 '역사를 통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역사를 배우는 진정한 이유'이며, '역사 속 사람들의 꿈이 낳은 결과물들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의 산물을 역사의 선물로 받았다는 것'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한국사를 공부해야 할 것을 다짐해본다.


두고두고 새겨넣을 마지막 페이지 속 문장처럼,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진짜 이유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메가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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