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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 저주받은 갤러리 ㅣ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기기괴괴』- 저주받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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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스릴러 장르를 즐기진 않지만, 긴장감과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가끔 괴담집을 찾아 읽어보긴 했다. 그것도 무더운 한여름 밤이면 이런 오싹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안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더위를 잠시 잊게 할 만큼 소름 돋는 이야기를 찾는데, 너무 자극적이지 않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오성대 작가의 <기기괴괴>가 가장 최적화된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처음 표지만 봤을 때는 어떤 공포스러운 이야기와 그림이 기다리고 있을까 약간 긴장된 것도 사실이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현재 웹툰으로도 인기리에 연재중이라고 하던데, 단행본으로 읽게 되었지만 실제 컴퓨터 화면으로 마우스 스크롤을 조심조심 내려가며 읽었다면 깜짝 놀랄 만한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기기괴괴>시리즈 단행본은 현재 5권 세트(성형수 + 아프리카에서 생긴 일 + 저주받은 갤러리 + 아내의 기억 + 키베이루의 서재)로 발간된 상태다. 그중 내가 읽게 된 건 『저주받은 갤러리』이다.
『저주받은 갤러리』는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표제작인 저주받은 갤러리, 괴모수, 당첨번호, 살의, 불면증에 부록 장르파괴괴까지. 다 읽고 난 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라는 독자를 향한 배려로 병맛코드 부록 만화는 따로 모아 또 한 권의 책으로 나와도 될 정도로 재밌었다. 본래 작가님이 이런 유머를 갖춘 분이신 것 같다는 생각.
만화를 읽어나갈수록 단순히 괴담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현 사회의 일면을 담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포’라는 시점 또한 어떤 면에서 바라볼 때 또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지가 보여 색다른 느낌이었다. 다섯 편의 괴담을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저주받은 갤러리
이 이야기는 학교 괴담의 일종으로 저주하고 싶은 상대를 향한 미움, 살의, 복수 등을 담고 있다. 재윤은 예전에는 친했지만 지금은 박정열 패거리의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외면하다 같이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참을 수 없던 재윤은 학교에서 떠도는 괴담처럼 저주받은 갤러리를 찾기에 이른다. 죽이고자 하는 상대의 사진을 머리 밑에 베고 자면 꿈속에서 사진 액자로 나타나는데 그걸 들고 걷다보면 ‘저주받은 갤러리’라는 곳를 찾게 되고, 그 문을 열기 쉽지 않지만 우선 열게 되면 갤러리 내부 벽에 그 액자를 걸고 꿈에서 깬 후 사진을 찢으면 실제 인물을 죽일 수 있다는 괴담이었다. 재윤은 처음엔 떠도는 소문이라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졌었지만, 괴롭힘이 더해갈수록 진심으로 살의를 품으며 저주를 실행하게 된다. 한 명씩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갖고, 이제는 끊을 수 없이 중독된 재윤의 저주는 자신을 옭아매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사진이 걸린 걸 발견한 이후부터였다. 떼어내도 자꾸만 걸려 있던 자신의 사진에 대한 물음을 재윤은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 괴모수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얻은 탈모치료제. 그저 주스에 지나지 않다며 벌컥벌컥 마시던 후배는 깜짝 놀랄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다.
# 당첨번호
남자는 어느 날 꿈속에서 매일 여자친구 몸에 복권 당첨번호를 하나씩 새겨 놓겠다는 이상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시험을 준비하며 만났던 여자친구와의 사이가 소원해지던 찰나 남자는 매일같이 복권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점점 더 집착을 하게 되고, 결국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에게 또다시 닥칠 일을 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 살의
어느 중학교의 한 학급에서 권동현이라는 학생이 실종된다. 실종 당시 인상착의에 대한 기억도 가지각색이고, 수사의 난항을 겪던 찰나 눈속에서 발견된 아이는 옷이 모두 탈의된 상태였다. 그 후 반 아이들은 한 명씩 의문의 사고사를 당하게 되고,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 불면증
잠을 잘 못자고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불면증은 ‘악마가 붙어서 잠을 못 자게 하는 거’라며 ‘생명력을 갉아먹고 결국은 사람을 없애버린다’고 말한다. 나는 친구의 말에 쉬어야 겠다며 친구를 보내려 하자, 수면제를 뺏고 집을 나서는 친구는 약에 의존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급히 문을 열고 친구를 부르는데, 복도에 남아 있는 건 친구가 아닌 다른 모습을 한 존재가 서 있는 걸 보게 된다.
# 부록 장르파괴괴
각 이야기마다 갈등과 긴장감을 초래했던 장면들을 전환하여 병맛 코드식 유머로 재탄생시켰다. 이건 확실히 타고난 유머가 틀림없다. 나중엔 이런 병맛 코드로도 작품 기획을 하셔도 잘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오싹한 상태가 아니라, 소소하게 웃으며 책장을 덮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웹툰을 잘 찾아보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기기괴괴> 다른 작품도 궁금하여 읽고 싶어졌다. 그저 공포심을 자극하는 재미로 소비되는 것뿐 아니라, 괴담 속에 담긴 진짜 공포는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진실로 미워하고 해하고자 했던 미움의 상태, 욕망과 욕심에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공포란 그런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음 속 어느 한쪽에 어둠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장마에 꿉꿉한 기분을 털어낼 수 있는 괴담 속으로 한 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리뷰는 소담출판사의 '꼼꼼평가단7기' 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