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여행자들 - 일인 여행자가 탐험한 타인의 삶과 문장에 관한 친밀한 기록
추효정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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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 여행자가 탐험한 타인의 삶과 문장에 관한 기록' 이라는 책표지에 적힌 문구로 미루어 짐작할수있듯이 여행가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가 혼자 여행을 하면서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다

나의 친애하는 여행자.. '사랑하는' 이 아닌 '친애하는' 이라고 극존칭까지 써가며 기록한 여행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저자는 미얀마 모스크바 아테네 벨기에 헬싱키 태국 동티모르 인도.. 세계를 여행하며 그곳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국적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우리 모두 현재를 살고있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충분하다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으며 이해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너와 나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것..

어쩌면 여행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도 충분히 알수있는 것들이지만 세상의 어느 길 위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생을 배운다는것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그 사람들로 여행을 오래오래 추억할수있다는것..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멋지지 않은가?

책을 읽는내내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그들에게 인생에 대한 지혜를 배우는 저자의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충만한 여행의 자세가 부러웠다

혼자 여행을 하는것을 좋아하는 나의 여행 히스토리(?)를 돌아보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게스트 하우스에서 함께 숙박한 다른 여행자들이나 길을 물어보거나 맛집을 찾기위해 잠깐씩 말을 나누었던 현지 사람들 정도..?

저자와 나의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내가 빡빡한 여행 스케줄에 맞춰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 한군데 더 가보기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는동안 저자는 여행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듣게될까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다음 여행땐 나도 장소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꼭 해보고싶다
그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지만 혼자가 아니겠지?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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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탁월한 취향 - 홍예진 산문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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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탁월한 취향.. 

책 제목을 보고 누구의 취향을 말하는걸까 궁금해졌다
탁월하다는, 그것도 '매우'라고 강조하는건 자기자신의 이야기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으니까..

저자의 이름이 낯설어 프로필을 찾아보니 뜻밖이라 꽤 신선(?)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 지금은 미국의 바닷가 마을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을 하고 소설을 쓰고있다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한국이 아닌 외국에 살면서 글을 쓰는 작가..

저자 이름옆에 산문이라고 적혀있길래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산문 에세이 수필 잡글중에서 산문이라는 어휘에서 풍겨나는 담백함때문이라고 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무심코 흘려버리는 이미 정해진 장르나 카테고리에 대한 단어까지 세심하고 신중하게 고르는것만 봐도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알수있었다

그녀의 산문에는 한국을 떠나 프랑스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살면서 만난 칭구들이나 이웃에 대한 소소하지만 가볍지않은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Part 1 유한한 시간의 여행에서는 사춘기시절 첫사랑이 된 소설 가난한 학생부부 할머니와의 추억
Part 2 매우 탁월한 취향에서는 남프랑스 작은 도시 재봉틀 일을 하는 여인 동네꼬마의 네일아트 유학시절 파티에서 만난 칭구
Part 3 낯선 타인의 위로에서는 백인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했던 이방인 주부에게도 필요한 짧은 여행같은 휴식
Part 4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는 아이가 겪어야하는 인종문제 미국화되지 못하고 무의식의 습관때문에 벌어지는 실수 같은 다른 나라에서 낯선 이방인, 그것도 마이너인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Black Lives Matter나 코로나 같은 최근 이슈에 대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까지 들어볼수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마음을 실어나르며 이야기를 하고 타인이라는 땅에 발을 디뎌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1년동안의 짧은 어학연수나 해외여행이 외국경험의 전부인 나에게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사연들은 꽤 흥미로웠다

여행이 아니면 내가 살고있는 나라를 벗어날 일이 없는 보통의 우리와 비교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기를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커리어를 쌓다가 40대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로 안정적으로 자리잡는건 아마 한번쯤 꿈꿔보는 로망이나 성공한 인생 아닐까?

하지만 저자도 어쩔수없이 백인 우월주의와 외국인,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고,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과의 보이지않는 벽을 맞딱트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아웃사이더나 염세적인 증오론자가 되기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흘려버리지 않고 우리의 글로 촘촘하게 기록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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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탐심 -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김형호 지음 / 틈새책방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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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탐심..
'탐내는 마음'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수있듯이 라디오를 사랑한 저자가 들려주는 라디오 이야기를 담고있다

저자는 방송기자로 30대 초반부터 라디오를 수집하고 모던 라디오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라디오에 관한 글과 사진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TV와 라디오는 언뜻 경쟁자처럼 보이는데 TV방송국 기자가 라디오의 매력에 빠져 매니아를 넘어서 수집가가 되었다는게 재미있다ㅎㅎㅎ

라디오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누구나 하나쯤 있을것이다
지금은 라디오도 눈으로 보는 라디오, 고릴라디오 같은 앱만 깔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들을수있지만 오래전 라디오시대엔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음질로 듣고싶어 주파수를 공들여 맞추고 안테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김기덕 김광한 아저씨가 DJ로 진행하던 골든디스크와 팝스다이얼, 이문세 아저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 정은임 아나운서의 영화음악, 유희열의 음악도시..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위해 집으로 달려가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을해서 칭구들에게 선물로 주던 그때의 라디오가 낭만이 있었다

저자 또한 평생을 어부로 산 아버지가 새벽에 바다날씨 예보를 듣기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라디오를 켜놓고 어구를 손질하던 그때 그시절 추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라디오에 대한 추억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광부의 라디오부터 괴벨스의 주둥이까지'라는 부제에 맞게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과 라디오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은 총 세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사랑하면 보이는 것들]에서는 아버지의 라디오, 목숨값과 바꾼 광부의 라디오, 라디오의 집처럼 라디오와 관련된 옛추억을, 두번째 [라디오 신세계]에서는 불굴의 라디오 장인, 예술작품이 된 라디오, 라디오 간판스타같은 라디오의 변천사를, 세번째 [라디오 밖 세상]에서는 국민 라디오의 배신, 저항의 상징 붐박스의 부활, 단파 라디오 단상처럼 라디오가 역사속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10년동안 1000여개의 라디오를 수집했다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찾아서 언젠가 라디오 박물관을 만드는 꿈을 꾸는 저자의 라디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잊혀진 추억속의 라디오가 아니라 세월이 흘러도 세상이 바껴도 우리와 늘 함께 하는 좋은 칭구 라디오를 다시 만난 느낌이다

책을 읽기전엔 라디오와 관련된 추억이나 라디오 수집가의 라디오 이야기일꺼라 생각했는데 음악을 들려주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해주는 우리가 알고있던 라디오를 뛰어넘어 역사속에서 라디오가 어떤 쓰임새였는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를 알게되었다

라디오 매니아나 라디오 덕후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라디오와 사랑에 빠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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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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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넷플릭스 다큐 <나의 문어선생님>의 제작자가 쓴 바다와 그 바다에 살고있는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다

문어선생님이라니.. 특이한 제목때문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주인공이 느끼고 배운것처럼 문어 한마리가 내 인생의 선생님이 되어버렸다

나는 바다를 무서워한다. 어렸을때 물에 빠진 기억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도 바다는 나에게 두려운 존재이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지 문어는 그냥 오징어나 낙지 칭구 정도일뿐 호기심이나 궁금함의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속에 들어가 바다라는 야생의 세계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거기서 문어를 만나 서로 교감하고 우정을 나누며 깨달음을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어떤 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다

이 책의 부제 '나의 문어선생님과 함께 한 야생의 세계'처럼 다큐 제작자인 저자가 카메라가 아닌 글로 그 감동을 기록해나간 책이다

책은 1부 추위와 두려움 2부 목적잆는 배회 3부 깨어나기 4부 다섯길 아래 5부 변화의 순간
총 5개의 챕터로 나누어 영화에 다 담지못한 바다의 숲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이 잠수복도 입지않고 산소탱크도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추위와 두려움에서 벗어나 바다에 어떻게 적응하고 바다칭구들과 교감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아프리카 케이프타운 바다 밑에는 또다른 광대한 바다 숲이 존재한다
지구에서 가장 풍요로운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생 자연답게 사진에 나오는 바다생물들은 우리가 알고있는 문어 해파리 성게 가오리 불가사리가 아니라 신비롭고 놀랍기까지 하다

저자 또한 바다라는 존재에 대해 경이롭지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고백할 정도로 바다의 숲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야생 그 자체이다

다큐를 보기전 '문어 한마리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 난리들이지?'라고 했던 약간의 비웃음이 문어가 더이상 우리가 알던 바다에 사는 그 문어가 아닌 인간과 똑같은 삶과 죽음의 운명에 순응하는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걸 깨달았던 것처럼 책을 읽는동안 바다와 그곳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바다생물들을 관찰하고 서로 교감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달라지는 주인공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한가지 물음과 답을 얻게된다

우리 인간의 조상도 이들처럼 야생상태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건 아닐까?
바다같은 야생 자연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면 우리의 스승이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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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시간 속으로 -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 더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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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수있듯이 이 책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야생의 상태로 남아있는 얼음왕국 그린란드의 탐사기록이다

그린란드가 어디쯤인지 세계지도를 펼쳐보니까 캐나다 위 북쪽 맨끝에 초록색이 아닌 흰색으로 표시되어있다

저자는 두명의 지질학자와 함께 논란의 여지가있는 이론을 입증하기위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그린란드 야생에서 몇주동안 야영을 하며 조사를 한다

고등학교때 지구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지질학이 책에 나온다
뼛속까지 문과생이던 나는 지질구조나 지층의 생성순서를 왜 알아야하는지 지루하고 어렵기만했다

이 책을 읽기전부터 그때의 지구과학 수업이 떠올라 살짝 망설여졌지만 책의 첫부분 그린란드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저자가 만난 그린란드의 야생을 따라가다 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프로그램을 보는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지질학자에게 그린란드는 꿈의 장소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진정한 야생이 남아있는 땅에서 지도를 그리고 샘플을 채취하고 암석 꽃이끼 물고기떼 들꿩 매 조약돌 빙하 바다표범 등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을 기록한다

저자는 그린란드 탐사경험을 총 3장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1장 분별 편에서는 그곳을 안다고 생각한 저자의 무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경험을
2장 고화 편에서는 저자의 무지가 인식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3장 등장 편에서는 이 세상에 대해 알수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작은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한다

다른 과학관련 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이 책만의 놀라운 점이 한가지 있다
소설가나 시인이 아닌 과학자가 지질조사의 여정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수있다니..
저자는 아마도 이과적 두뇌와 문과적 감성을 반반씩 갖춘 사람인듯하다ㅎㅎㅎ

이 책은 단순한 지질조사의 기록물이 아니다
우리처럼 도시에 살던 저자와 동료들이 얼음밖에 없는 극한의 환경속에서 야생과 마주하는 모습을 통해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보게한다

저자는 거대한 우주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지할수있는 장소로서 야생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자연보존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얼음의 땅 그린란드에서 인간이 없던 지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혀낼 증거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근원의 시간속을 탐험하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될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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