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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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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이혼 시키기'라는 책 제목만 보고 오래전 많은 북러버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앤 페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의 후속편이 나온줄 알았다
나도 결혼을 하면 책에 나온 주인공처럼 나의 반쪽과 서재를 합치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터라 이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과 두려움과는 별개로 '서재 결혼 시키기'가 책을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책과 함께 사는 부부의 이야기라면 '서재 이혼 시키기'는 그 반대일까? 그들의 또 다른 사정이 궁금해졌다
파리지앵 남편을 만나 파리에 정착한 저자가 결혼 25년만에 서재를 이혼 시키기로 합의하고 서재 안의 책들은 각자 공간으로 나누어지고 책장을 나누면서 둘이 중복해 가진 책들을 추려보니 놀랍게도 스무권이 넘지 않았다
저자는 서재는 각자의 취향과 정신세계를 알고 있을뿐 아니라 결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책은 닮음과 다름, 독립과 의존 사이, 탯줄 자르기,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일 등 3부로 나눠 저자의 일상과 짤막한 단상들을 보여준다
'서재 결혼 시키기'가 책이라는 존재를 통해 두 남녀의 결혼, 출산, 육아 등을 책덕후들끼리 수다떨듯 풀어냈다면, '서재 이혼 시키기'는 책 이야기보다는 기질과 취향이 전혀 다른 타인과의 결혼생활, 자식들의 성장과 독립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나이듦과 노년을 향해 가는 인생 같은 익숙하고 안정된 틀에서 벗어나 어떻게 나를 온전히 발견하고 타인 대신 '자신'으로 채우는 삶을 살수있을까? 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남편 올비, 자녀 단비와 현비, 부모님, 그리고 친구나 동네 이웃 등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하루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의존적이지 않고, 자아를 잃지 않는 독립적인 삶의 태도를 하나씩 배워나간다
책을 읽고난 후 '이혼'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누군가의 아내 딸 며느리 엄마.. 여러 관계들과의 단절이 아니라 타인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닌 나 스스로 헤쳐나가기 위한 용기있는 결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재를 결혼시키든, 서재를 이혼시키든 전혀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살아가려면 닮음과 다름, 독립과 의존 사이에 결국 적당한 함숫값을 찾게되듯 오롯이 나 자신으로 단단해져야 인생도 관계도 행복할수있다는 지혜를 한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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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