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 -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
이자벨라 바그너 지음, 김정아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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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일대기이자 첫번째 평전이다

폴란드출신 사회학자인 저자는 폴란드어 서적이나 언론기사뿐만 아니라 바우만과 함께 했던 동료 친구 지인의 인터뷰, 바우만과의 인터뷰, 바우만 기록물 보관소, 폴란드의 여러 기록물보관소, 바우만이 딸과 손주에게 쓴 편지같은 비공개 원고까지 오랜 기간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방대한 자료들을 조각퍼즐 맞추듯이 바우만의 삶을 연대순으로 따라간다

바우만은 폴란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반유대주의를 경험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폴란드를 탈출하여 소련으로 도피했다
군인으로 전쟁을 겪었고 공산주의 정당의 첩보 요원으로 일했다
그후 폴란드 사회과학원에서 사회학을, 바르샤바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학문에 발을 들였다
1954년에 바르샤바대학교의 교수가 되었고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활동했다
1968년 폴란드 공산당이 주도한 반유대 캠페인의 절정기에 교수직을 잃고 국적을 박탈당한채 조국을 떠나,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71년 리즈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영국에 정착했고, 1990년 정년퇴직후 리즈대학교와 바르샤바대학교 명예교수로 일하며 학문적 글쓰기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통찰력 있는 여러 저서들을 남겼다

연대기적 시점에서 본다면 전쟁과 나치주의 치하의 잔인하고 엄혹한 시대의 다른 유대인 지식인들과 별다르지 않지만 바우만의 삶을 둘러싼 이야기는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바우만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출신을 이유로 두번의 난민생활을 했으나 유랑하는 삶은 바우만의 선택이 아니었다
또한 바우만은 평생동안 유대인과 폴란드인 사이에서 자기의 정체성과 타인이 부여한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 책은 바우만에게 강요되었던 역할과 본인이 원했던 역할 사이에서 그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이방인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그의 일생과 연구사이의 연결고리를 추적한다

목차의 소제목만 살펴봐도 남다른 학생 전쟁난민 러시아의 피난민 국내보안대 장교 사회주의 사회를 살다 공안과의 살벌한 로맨스.. 등 바우만의 삶은 안정보다는 불안정, 행복보다는 불행에 더 가깝다

그가 유일하게 안정되고 행복했던 때가 있다면 젊은 학자 1953~1957 바르샤바대학교 시절과 희망찬 시절 1957~1967 박사후연구 교수 임용자격 취득과 부교수 시절,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게 전부이다

바우만은 유대인이었지만, 평생 자신을 폴란드인으로 인식했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후 논란이 많은 국내보안대의 정치장교겸 공산당원으로서 공산주의체제를 수립하는데 앞장섰던 것도 공산주의가 '민족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폴란드'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바우만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암울한 순간을 그것도 나치의 지배하에서 폭력적인 차별과 역사적인 은폐를 직접 겪었다

'유동하는 삶을 헤쳐나간 영혼'이라는 부제처럼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타의에 의해 어느 곳에도 완전하게 머무를수 없는 이방인의 삶을 강제당한 바우만의 개인사적 체험을 통해 그가 목격한 야만과 비극의 시대가 주는 교훈과 함께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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