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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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蟲
노란 책표지에 커다랗게 한자로 적힌 제목을 보고 왜 벌레를 '충선생'이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예전에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쥐를 보고 서선생이라고 불렀는데 그런거랑 같은건가?
곤충을 장난스럽게 높여부르는 말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나의 짐작이 보기좋게 틀려버렸다

우리는 곤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렸을때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해본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것이다
칭구들이랑 매미 나비 잠자리 메뚜기 지네같은 곤충들을 잡으러 하루종일 온동네 산과 들로 돌아다녔다
운이 좋으면 시냇가에서 물방개도 잡을수있었다
밤에 책 읽으면 눈 나빠진다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동생이랑 이불속에 숨어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다
신비한 곤충들의 세계에 빠져 가방속에 탐정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며 개미집이나 쇠똥구리를 관찰하기도 했다
어른이되고 곤충에 대한 흥미도 점점 없어지고 옛날엔 어디서나 흔히 볼수있었던 곤충들도 하나둘씩 사라져버렸다

저자는 곤충학을 전공하거나 곤충을 연구하는 직업도 아니다
어린시절 곤충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해 자료를 모으고 외국에 나가 보고들은 것들과 곤충과 벌레들한테 배운 인생의 지혜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충선생은 한자에 벌레 충 '虫'이 들어간 잠자리, 매미, 꿀벌, 나비, 귀뚜라미, 반딧불, 쇠똥구리, 사마귀, 땅강아지, 방아깨비, 개미, 거미, 지네, 모기, 파리, 바퀴, 메뚜기와 같은 곤충과 함께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과 같은 파충류를 포함한 총 21종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가까이 있는 충선생/멀어져 가는 충선생/지상에 사는 충선생/해충으로만 알려진 충선생/곤충이 아닌 충선생 5부로 구성되어있다

파브르 곤충기가 자연과학적인 관점에서 세밀한 관찰을 통해 곤충들의 본능과 습성을 기록했다면, 충선생은 한자를 통해 곤충들을 은유와 해학적으로 그려낸다

잠자리가 꼬리로 수면을 찍었다 날아오르는 청정점수, 중국인들이 나비가 팔락팔락 난다는것을 표현하는 비래비거, 당랑거철이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 된 사마귀, 땅강아지의 다양한 재주를 가리키는 누고재..

책을 읽으면서 곤충들에게 이런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니 재미있고 놀라웠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너무 무관심하고 잊고 살았던것 같아 미안하기까지 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책 제목이 왜 충선생인지 알게되었다
어린시절엔 곤충이 같이 놀아주는 친구였다면, 지금은 작지만 큰 지혜를 가진 곤충들에게 우리 인간들이 배울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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