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기자가 쓴 초상화로 살펴본 한국사 이야기다대부분의 역사관련 책들이 조상대대로 내려온 텍스트를 고증하거나 해석한다면 이 책은 초상화라는 그림으로 역사를 풀어낸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초상화라면 서양화가가 그린 왕이나 여왕, 귀족들의 초상화 정도만 알고있었는데..이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특히 조선시대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가 얼마나 훌륭한지 그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박물관이나 TV쇼 진품명품에 나올것같은 최고의 명작 윤두서의 자화상이다사진을 찍은것처럼 얼굴주름 눈꼬리 꿈틀거리는 수염 한올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사실적인 묘사가 놀랍기만하다왕은 어떻게 생겼을까?그중에서도 영화 <관상>에서 "내가 왕이될 상인가?"라고 묻던 세조가 제일 궁금했는데.. 세조 어진 밑그림을 볼수있다!!어린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 야망 넘치는 수양대군 세조의 얼굴을 상상했는데 어진속의 모습은 정반대로 너무나 인자해보였다우리가 알고있는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삶과는 다른 시각에서 혜경궁 홍씨와 영조임금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조선말 최고의 초상화가 채용신이 그린 영조임금 어진을 볼수있다김홍도의 스승이자 조선시대 최고 문인화가였던 표암 강세황과 6대에 걸쳐 초상화를 그린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조선후기 가장 아름다운 초상화로 꼽히는 이채 초상이다작자미상이라 누가 그린 그림인지 알수없다는게 아쉽지만 그림만 봐도 이채라는 인물의 학자적인 풍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우리의 초상화는 단순히 외형적인 모사를 넘어서 대상속에 숨겨져있는 내면과 인품까지도 그림으로 담아냈다는것을 알수있다이책은 미술사(학)적인 관점에서 초상화를 분석한게 아니라 초상화를 통해 우리 역사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어렵기만하고 재미없는 역사가 아니라 박씨부인전의 못난이 주인공 남편은 꽃미남, 조선 최고의 재상은 사팔뜨기, 얼굴없는 세자는 과연 독살됐을까, 일본 사무라이 모습의 퇴계 이황..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있다한가지 안타까운 부분은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속 인물들의 초상화가 거의 남아있지 않거나 화재나 보존을 잘못해서 많이 훼손되었다는 점이다초상화속 숨은 역사찾기..이책을 읽고나면 그림으로만 보던 초상화와 그속에 그려진 인물에 대한 느낌이 이전과는 꽤 달라질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