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만찬회
신진오.전건우 지음 / 텍스티(TXTY)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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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만찬회> 신진오, 전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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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만찬회> 신진오, 전건우

<호러 만찬회>는 여덟 편의 단편으로 엮어 만들어진 단편집이다. 첫 네 작품인 <헤이, 마몬스> <얼룩> <딩동 챌린지> <네발 달린 짐승>은 신진오 작가가, <신딸><추락><만성 활력><반딧불의 산>은 전건우 작가가 썼다. 작가의 말까지 총 350여 페이지였는데 근래 본 책 중 가장 단숨에 읽혔다. (밑줄 코멘트 아예 없는 책도 오랜만 ㅎㅎ) 읽으면서도 내 눈 시선 끝이 날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빨리 잘 읽히는 이유는 글이 보통 그만큼 흥미로워서, 잘 읽혀서, 혹은 다음 서술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어서 이기도 한데, 이번 리딩에선 내 눈이 공포감을 감지하고 싶어 안달이 난 느낌이었다.

원작인 웹툰을 각색한 것이라고 하는데, 평소에 웹툰을 전혀 보지 않아서 어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작가의 말에서 신진오 작가는 <헤이, 마몬스>가 이 단편집의 시작 작품으로 처음 각색을 하면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서술되어있다.

<헤이, 마몬스>는 아버지가 어린 주인공에게 선물했던 악마 모양의 마몬스 인형이 주인공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어릴 적에 들었던 남겨있던 피에로 인형이 어린 딸을 잡아먹어 버리고 마침내 엄마까지 집어삼킨 이야기처럼 인형에 대한 공포감과 어린아이가 가질 수 있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 나름의 작은 반전이 흥미로웠다.

<얼룩>은 신진오 작가가 쓴 작품 중 가장 흥미롭고 작품성이 있었다. 마지막에 작업하고 각색 과정에서 애를 가장 먹으셨다고 했지만, 여러 수정을 거친 탓인지 구성도 꽤 탄탄했고, 작가님의 말씀처럼 아동학대, 고독사의 사회 이슈도 건드릴 수 있어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어릴 적에 본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만큼의(? 혹은… 생략) 반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토속신앙이나 한국의 전통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물을 매우 선호하기도 하고, 한국 전통 소재의 공포물이 세계 영화시장에 하나의 장르를 만들길 바라는 입장에선,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신진오 작가님이 각색을 맡은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딩동 챌린지>는 할리우드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친구들 간의 내기 소재로 작은 반전이 있었지만, <네발 달린 짐승>과 신진오 작가가 작업한 다른 소재처럼 인간의 이기심이 키워드인 내용이라 이야기를 각자 보자면 흥미롭지만 단편집으로 연이어 보기엔 아쉬웠다.

전건우 작가는 <밤의 이야기꾼들><소용돌이><고시원 기담><살롱 드 홈스><마귀><뒤틀린 집> 등 여러 작품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소설가다. 그가 작업한 이야기 중 <반딧불의 산>이 가장 여운이 컸다. 신진오 작가 작품에서도 그렇고, 공포물에서 차별성을 만드는 건 공포감과 대비되는 인간성이 나올 때가 아닌가 싶다.

<만성 활력>도 그런 의미에서 소재는 참신했지만 어쩐지 이야기가 다시 건드려져야겠다는 인상이 들었다. 공포스러운 장면을 만드는 건 인간의 이기심이나 저주, 인간이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일 수 있지만 이런 소재가 반복되어 노출되다 보면 공포심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흔한 레퍼토리만 남는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처럼 끔찍한 순간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면모나 심리를 섬세하게 쓰는 글들이 하나의 이야기로서 입체감과 끝을 더 진하게 남긴다.

심리물에 욕심이 있는 편이라, 읽으면서 무엇이 인간에게 공포감을 주는가. 특히, 소설처럼 극적인 씬 반전, 사운드(텍스티 출판사에서 사운드 제공을 해주긴 했는데, 공포감은 별로 들지 않았다.)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포 소설을 공포스럽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전건우 작가의 말처럼 여덟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맛이 각기 다른 츄파춥스를 꺼내 먹는 기분이었고, 두 작가님들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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