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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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_존윌리엄스

<스토너>를 다 읽고 나는 잠시 정신이 아득해져 몸을 등 뒤로 젖히고 잠시 멍하니 앉았다. 무언가 말을 할 수 없었고, 그저 그렇게 앉아 있다가 분명 오늘은 <스토너>에 대한 감상을 써내릴 수 없다는 걸 확신했다.

운동 가방을 하나씩 챙겼다. 운동복, 속옷, 수건, 모자, 물병, 이어폰 그리고 핸드폰.

가방끈을 오른쪽 어깨에 두르고 이어폰을 끼우고. 잠시 현관에 서서 잠시 플레이리스트를 뒤적였다. 뭔가를 뒤적였는데, 아마도 나는 그 당시의 내가 들어야 할 곡이 바로 지금 들리는 이 곡이란 걸 알았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말러 전집 중 교향곡 3번 6악장.

정결하고 고결한 슬픔과 사랑. 인간의 숭고함이 온몸을 감싸 안은 듯 마음을 위로했고 그의 생애와 죽음을 추모했다. 음악이 귓속과 뇌세포 구석구석에 퍼졌고. 척추와 모든 혈관의 피에 진동해 내 살가죽까지 촘촘히 나를 전율시켰다.

내가 영화화한다면 이 곡을 대표곡으로 정했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글쎄. 난 그저 스토너라는 이 인물이 가공된 인물이라 믿을 수 없다. 허구라 하더라도 만약에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맞이할 때, 나는 그를 내가 알고 있는 그 누군가로서 떠올릴 테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 내 곁의 그 누구보다 생각과 말과 행위를 그의 젊은 시절부터 생애가 다할 때까지 알 수 있는 사람인 그가 내겐 더 실존 인물 같지 않은가.

그의 부모, 학교를 가게 된 계기, 만난 인물들과 나눈 대화,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실망하고 실패를 확신하는 순간과. 아이가 태어나며 아이를 기르고, 아내에게서 서서히 멀어지고, 교육자가 되는 일. 새로운 사랑을 알고 일탈하고. 교육자로서 충실하고, 갈등의 상황에 놓인 그 모든 것들이. 그 모든 것을 서술하고 대하는 그의 모든 행동거지와 생각과 태도가. 나는 결코 단 한 번도 답답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저 감탄했다.

그의 생애가 불행하다고, 용기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던가. 난 잘 모르겠다.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평범함을 대하는 스토너의 태도가, 그리고 이 평범함을 어떤 치우침 없이 써 내려간 이 투명하고 공평한 글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심금을 울리는 위대함이 되지 않았나.

평범한 것이 이토록 위대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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