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아 비바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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Água Viva 아구아 비바.
직역하면 ‘살아있는 물’ 혹은 해파리. 이들은 어떤 형태를 강제하는 뼈대 구조 없이 자유롭게 물 그 자체에 몸을 맡긴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글은 원초적이면서도 전체적이고 모든 구조와 존재의 경계를 넘어선다.

글을 읽으면서도 이것이 텍스트인지 아니면 스스로가 어떤 원소나 유기체가 되어 함께 흘러가고 해체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기존에 알고 있던 모든 개념과 글에 대한 정의에서 해방되어 마치 태초의 것으로 돌아가 이 세상 만물을 유영해 나가며, 가장 원초적인 원소의 모습과 우주 전체와 그 너머까지 동시에 장악하듯 분해되고 팽창함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클라리 시의 글은 실험적이란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데. 글 속에서 존재가 해체되고 결집되며, 탄생하고 죽으며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는 어떤 신비로운 창조의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언어를 이렇게 구성할 수 있구나…하는 찬탄까지.

그간 읽었던 모든 글들이 그녀의 이 한순에 쥐어지는 작은 책 하나로 거대하고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버렸다. 이 사실이 벅차면서도 슬프다.

천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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