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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용기 - 나를 지키는 현명한 선택
와다 히데키 지음, 심지애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5월
평점 :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낳았건만 9개월이 넘도록 통잠 한번 자본 적 없는 아기를 육아 중이라 늘 만성피로다.
그러다 보니 잠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매 순간순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보고 있으나 노산인지라 몸이 너무 힘들어서
어디 짱박혀서 3박 4일 동안 도망쳐서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출산 후 호르몬 탓인지 우울의 기복이 꽤나 심해졌다.
그럴 때일수록 의존할 수 있는 건 책밖에 없다 싶어서 몸은 힘들지만 책이 위로가 되길 바라며
와다 히데키 일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책 도망칠 용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보내는 혼신의 메시지라고 한다.
일본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자살률이 꽤나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몸과 마음의 건강 회복을 위한 해결법이 제시되어 있다고 한다.

책 앞장에는 지은이와 옮긴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책을 시작하며 작가가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다 담겨 있었다.



목차를 살펴보면
1장에서는 도망치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2장에서는 왜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한다.
3장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도망치기의 기술에 대해 담겨있다.
4장에서는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쪽같이 계속 도망치라고 대놓고 말하는 책은 처음이다.
시원스럽게 도망가도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라는 사람은 순탄한 삶을 살아온 건 절대 아니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을 때 가끔씩 증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꽤 있었다.
아 어쩌면 그때의 나는 정말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 요인에서 벗어나야 증상이 개선된다고 한다.
모르는 말도 아니지만 참 쉽지 않은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조금 한심스럽다.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 대해 자세히 담겨 있었다.

애석하게도 알고 싶지 않지만 책에 자살의 과정을 나열해두었다.

최근 화두가 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왜 도망치지 못했을까 그까짓 것 그만두면 되는 것을.. 이런 생각을 꽤나 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선택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자기축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자기축이 단단하게 타인에게 보여지지만
세상 갈대 같은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자기축으로 살아갈 수 있게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그 자리에 머무르며 도망치는 방법 중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글쓰기 이 방법은 정말 나도 꼭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승화시키는데 글쓰기만 한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는 방식을 택했고 어느 정도 우울함을 해소 시킬 수 있는 매개가 되어 지금까지도 실천하고 있다.


지나고 보면 나의 괴로움의 원인 중 하나는 완벽주의였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편은 아닌데 꽤나 내면에서는 무엇이든 완벽에 가까이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많이 해왔던 것 같다.

읽고 또 읽었던 문장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불안장애가 꽤나 높은 내가 스스로 꼭 마음속에 새겨야 할 문장들이었다.
모든 일을 내가 다 통제할 수는 없음을 받아들이세요.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생각 그만하기


최근 육아하면서 내가 좋아했던 뜨개를 놓고 있었다는 것이 스트레스를 증폭시켰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내 시간이 남는다면 꼭 뜨개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해본다.


책의 마지막까지 도망치라고 조언하는 와다 히데키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것이 아닌 도망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미래를 바꾸는 힘이 생긴다고 조언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너무 힘들고 지칠 때는 그런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이렇게 도망칠 용기를 가져본다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우울함도 우울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지금 나를 살린 것은 수많은 여행들 속에 현실에서 잠시나마 도망칠 수 있는 용기였던 것 같다.
유토피아는 없지만 도망친다면 그래도 길은 있을 것이니
이 책을 읽어보며 위로받는 시간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