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대표적인 판화가 이철수선생님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장을 펼치기 전 제목아래 이렇게 쓰여져 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 도란도란 흐뭇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문구였다. 아주 조용한 교정 벤치에 앉은 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판화들과 함께 손글씨같았던 주옥같은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면서 벅차오르는 생각들을 멈출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 그리고 외할머니와 함께 눈 오는날 군고구마 먹던 시절도 생각이 났고, 나는 나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하는 나에 대한 질문을 수십 번 하기도 했으며, 나처럼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세상을 바라보기도 했다. 최근 매스컴에서 연신 흘러나오는 사람과 사람간의 사고 그리고 죽음을 접하지만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 라는 모회사의 슬로건처럼 사람과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함을 다시 한번 느껴 보기도 하였다. 아직 겨울이지만 따스한 봄이 온 듯한 느낌의 이 책을 고요한 음악선율과 따뜻한 커피한잔과 함께 한다면 오감이 즐거울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기억 속 ... 머릿 속에서 끄집어 낸 생각나는 글귀들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거기도 눈 오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한밤인데. 여기는 눈 온다. 첫눈이다. 꽤 많이 온다. 거기도 눈 오나 싶어서.. 온 나라 어머니는 50대 자식의 시시콜콜한 안부묻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사십니다. -p.14- 다가올 21세기가 온갖 첨단이 횡행하는 자본과 기술의 시대가 되리라는 예측이 있지만, 그것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합니다. 그만두어야 할 삶의 방식이 많고 많습니다. 자연과 다시 만나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 살아질 21세기 ... -p.68- "속이 시커먼 것들" 하고 보니 내 속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허약하기 짝 없는 개인 개인의 마음도 문제지만 욕심 줄이지 못하게 하는 세상도 적잖이 문제일 듯싶어집니다. -p.74- 화해란 비좁은 자리에 함께 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욕심을 더는 일이 필요하지요. -p.108- 쉽게 오갈수 있으니 걸어서 하루종일 가야 할 곳을 멀지않다 하는구나. 그렇게 쉽게 얻게 되는 탓에 음식이건 물건이건 귀한 줄을 모르고 지내나 봅니다. 흔한 것이 많아졌습니다. 떨이로 쏟아내는 처치곤란인 물건들 속에 우리들도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현실은 '탕진지옥'이지요? 버리다 하면 나도 버리게 되는 .. -p.117- 되돌릴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정의 시대에는 '사람'이 있었던 듯싶습니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소중해졌다는 말씀이겠지요. 베트남 신화에 있는 이야기,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란다." 그 말이 사실인 듯합니다.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