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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5년에 걸쳐 집필한 토지를 보면서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집필하셨다는 이 책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를 읽는 내내
겨울의 고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3시간 정도의 거리를 기차에 몸을 싣고 가는 동안 함께 했던 박경리선생님의 책은
한겨울 온돌방에서 구운 고구마를 먹으면서 정겹게 놀던 옛시절의 추억을 읽는 동안 종종 생각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진짜 위대한 문장가는 사전으로 찾아보지 않아도 될 책을 집필하는 사람이고 했는데
이 시집이 그러했다. 포장된 미사어구 없이도 섬세하였고 아름다웠으며 고요하였다.
처음 소개되는 '산다는 것' 구절 속에서 나는 20대의 청춘 혹은 내 마음 속 젊음에 대한 바라봄을 다시 한번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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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렀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을 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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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이란 시의 구절 속에서 나는 나태해지지 않아야 함을 알게 되는 동시에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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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게으름뱅이들
놀고먹는 족속들 생각하라
육신이 녹슬고 마음이 녹슬고
폐물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생명은 오로지 능동성의 활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은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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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됨됨이란 구절속에서 좀 더 오랜시간 인생을 경험한 분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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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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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편의 시를 통해서 박경리선생님은 우리에게 우주의 진리, 자연의 섭리, 인간의 모습들을
아주 쉽고 간결하며 고요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중간 중간 삽화와 함께 시집 말미에는 박경리선생님의 사진첩이 함께 담겨져 있어
옆에서 하나 하나 시를 읊조려 주는 듯한 느낌의 이 책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는 책 제목만으로도 고요해진다.
봄이 되기 전 고요한 겨울의 한 자락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