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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176. 일본소설/멸망의 정원/쓰네카와 고타로. ★★★★★. 20200904-08. p352
: 2년 전 <야시>를 읽고 내 마음 속에 '와, 이 작가 괜찮다!'로 자리잡은..... 쓰네자와 고타로의 신작, 멸망의 정원.
이번엔 또 어떤 신박한 상상력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읽어내려갔다.
"너무 알려고 할 거 없어요. 우리는 뭔가를 아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중략) 소시민 우리에게는 내 주변이 결국은 전부 아니겠소?" (p29-30)
노동법을 위반한 회사에서는 야근에 언어폭력과 정신적 학대, 신체적 폭력까지 당하고
집에서조차 아내와의 불화로 맘 편히 쉴 곳이 없는,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스즈가미 세이치.
외근 갔다 회사로 돌아가는 전차에서 매력적인 여자를 마주치고 무의식 중에 같이 따라내리다
가방을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해 가까스로 잡고 있던 정신 줄을 놓아버린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처음 보는 비현실적인 낯선 곳에 남겨진 세이치.
어디를 가보아도 도쿄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 마치 동화 속 세상과도 같은 미지의 세계다.
한 편, 지구에서는 대기권 위에 커다란 해파리 같은 형태의 미지의 존재가 달라붙게 되고
동시에 지상에선 하얀 우유 푸딩 같은 우주점균 푸니가 출현한다.
푸니에 닿는 순간 푸니저항력이 높지 않은 인간들 뿐만 아니라 모든 유기체들은 푸니화 되어 죽어버리게 되고
세계는 공황상태가 되어버린다. 미지의 존재가 지구 대기권 위에 '상념의 이계'를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살아남은 자들은 미지의 존재의 핵 옆에 한 인간이 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지구 멸망을 막고 푸니를 없애기 위해 푸니재해대책소가 생기고 푸니를 조종할 수 있는 푸니 콘덕터가 나타나고
다른 쪽에선 상념의 이계로 가 핵을 파괴하기 위한 차원 전송포를 만들고 돌입자를 뽑아 훈련시키는 지구.
그런 돌입자를 마물이라 칭하고 막아내는 이계의 수호자들.
이계에 있는 스즈가미 세이치의 시점과 지구에 있는 아이카와 세이코, 오오시카 리켄의 시점이 번갈아 전개되며
동화 속 세상과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번에도 역시 가독성과 흡입력이 좋았던 책. 푹 빠져 읽게 되었고 못 읽는 시간엔 소설 속 내용을 곱씹었다.
주인공이 희망을 품으면 계속 이어지고 절망하면 종말하는 세계라니. 어쩜 이렇게 재밌는 설정을 고안해냈을까?
'이게 먹고 싶다.' 또는 '이게 필요해'라고 생각하며 골목을 지나가면 어김없이 내가 생각한 가게나 음식점이
생겨있는 세계. 산을 올라가면 금, 다이아 등 온갖 광물들이 널려있는 세계.
악인이 없기에 경찰도 필요없고 문제가 발생할 리가 없는 온화한 세계. 정령과 마녀 등이 존재하는 세계.
이런 세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유토피아가 보여진 것만 같았다.
분명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는 설정은 상상력에서 나온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그로 인한 공황과 테러, 무질서함, 그 와중에서도 생기는 인간의 '등급'하며.. 현실을 꽤 반영했기에 웃프기도 했던.
멸망하고 있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사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니,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읽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했던 책.
한 편의 영화, 드라마를 본 것만 같았던, 이번에도 역시! 라는 생각으로 재밌게 읽었던 책이었다 :)
아무래도 저자의 다른 작품을 마저 찾아 읽어봐야겠다~~